오늘 문득 마음이
세월의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옛날, 옛날 그 옛날, 반백년 전
군 입대 사일을 앞두고
죽마고우들이 베풀어준 환송연
그 아련함, 그 정겨움에 빠져든다.
한해가 완전히 저문 십이월 말일
군입대 환송회 준비로 오전부터
분주했다.
오리 정도 떨어진 술도가에
막걸리 한 말을 시키고
전을 부치고 찌게를끓이고
시내에 들어가 과자와 과일을
사고 해서 사랑방에 상을 차렸다.
날이 어두워지자 남여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음식을 먹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장단에 맞춰
젓가락을 두들기며 정겹고 흥겨운
웃음소리 노래소리가 별이 총총한
하늘가로 울려퍼졌다.
그때 박재란님의 님, 이미자님의
두견새 우는 사연, 문주란님의
동숙의 노래, 오기택님의 고향무정
임성호님의 내친구
그리고 색다르게 나자리노
배경음악 코러스 허밍을
불러주던 친구들.
반 백년이 지나 오늘 문득 그
아련한 목소리, 그 정겨운 모습들.
오늘 몹시도 그립다.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저 너무 힘들지 않고 고운
모습으로 늙어가고 있기를
소망한다.
세월이 흘러 목소리도 숨결도
거칠어졌지만 박자 무시하고
하모니카를 불며 영롱하게 빛났던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에 잠겨든다.
그 아릿하고 풋풋했던 너와 나의
청춘의 날들.
지금은 가고 없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너와 나의 마음 속에
고이 스며있다.
때묻어 찌들은 마음을 씻어내는
영롱한 추억이 있어 미소로
빠시락한 노년의 삶을, 삭막해져
가는 마음의 정원에 꽃을 피울
수 있다. 아득히 먼 옛날 너와
나의 웃음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오늘 내가 미소지을 수 있음이다.
며칠 전 종로에서 수박페페를
사와서 유리 화병에 하얀 돌로
장식했더니 기분이 한결
상큼하다.
질 줄 모르고 빨갛고 노오란
꽃을 연신 피어내는 카랑코에
봉두난발처럼 치켜든
가지에 예쁜 꽃이 피어나는
석류, 이름 모르지만
윤기 자르르한 잎들이
풍성한 작은 관목 화분이
내게 싱그러운 여름을 선사하며
힘내라고 고운 미소를 짓는다.
지난 달 고향 친구 아들 결혼식에서
50년 넘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친구를 만났다.
"나는 니가 목사가 되었거니 했다."
그냥 웃었다.
학창 시절 그 친구에게 내가
꽤나 종교적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국민학교 졸업식 일주일 전에
오랜 지병으로 어머니가 돌아
가셨다. 워낙에 못된 짓을 많이
해서 그때는 몰랐지만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고 계셨던 어머니를
너무도 많이 힘들게 했다.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된
어머니의 죽음은
가늠할 수없는 충격과 죄책감에
빠져들게 했다.
미션 계통의 상급학교 6년 내내
매일 등교 가방에 학교에서
지급한 작은 성경과 찬송가를
맨 먼저 챙겼다.
중학교 졸업 우등상장을
들고 뒷산 넘어 어머니
산소를 찾았다.
살아계실 때는 악동으로
속을 썩어 문드러지게
했던 어머니를 목매어 부르며
때늦은 속죄의 눈물을 흘렸다.
삼학년 때까지
글도 못읽고 더하기 빼기도
못해 맏이에 대한 아버지의
좌절을 그나마 만분의 일
이라도 갚게 되었다는 뿌듯한
기분을 처음으로 느꼈다.
누구나 삶의 질곡에서 허덕일
때가 있지만 나의 죄책감은
그렇게도 처절했다.
내가 죄를 많이 지어 어머니가
대신 죽었다는 죄책감에서
그랬던 것 같다.
정신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15세 바로 전후에 부모님
죽음과 같은 비극을 당하게
되면 잠재의식에 상당한
흔적을 남겨 평생 간다고 한다.
난치성 지병으로 신음하면서
정신 심리학 책들을 읽으면서
비로소 내 내면의 깊숙한 곳을
탐색하게 되었고 죄책감을
고요히 바라볼 수 있었다.
아마 그 친구는 학창 시절
죄책감에서 비롯된 나의 별난
행동에서 미래의 목사의
이미지를 그려봤던 모양이다.
『패트릭과 함께 읽기』
최근에 읽은 책이다.
십년 전쯤 읽은 에린 그루웰의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와
거의 비슷한 내용의 책이다.
능력에 비해 욕심이 너무 큰
내게 한동안은 마음을 겸허하게
유지하게 하도록 하는 책들이다.
나는 이타적인 면보다 이기적인
면이, 연민과 사랑보도 욕심과
미움이 더 많은 것 같다.
한 참 살고 난 뒤에, 그것도
난치성 질병으로 오랫동안
불안과 두려움에 떨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되면서
깨닫게 되었다.
두려움 속에서 닥친 심장 공격은
공포롤 몰아넣었다.
그때 신에게 서원기도를 했다.
저를 구해주시면 남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심장 공격의 공포에서 벗어난
몇 달 뒤인 2008년 부터
자선단체를 통해 월 소액 기부를
시작했다. 신에 대한 약속을
조금이라도 지키기 위해서, 지금
까지 나만을 위해 너무
이기적으로 살아왔구나 하는
자괴감에서 였다.
그러나 어느 시민단체의 위선
적인 행위가 계기가 되어
십오년도 채우지ㅈ못하고
기부를 중단해버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대로
건강해지고니까 언제부턴가
중단할 핑계꺼리를 찿았던 것
같다. 연민과 사랑이 적은
사람의 한계다.
그 어두운 질곡에서 절실히
느꼈던 일심동체,
몸과 마음은 서로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래서
건전한 몸과 곱고 바른 마음?을
가져야 육신이 망가지지 않는
다는 믿음이 옅어지면서
시기와 질투와 이기심에
빠져들어가는 나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숨
짓기도 한다.
위의 두 책의 저자들은 연민과
사랑이 매우 큰 사람들이다.
그와 같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서 자신의
행복을 찿는 연민과
사랑 가득한,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지헤로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고액 연봉과 우쭐거릴
수 있는 갑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질과 조건이 충분한데도
낮은 곳으로 찾아가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들을
하면서 고난을 겪는다.
불가지론자에서 신의 존재를
믿는 입장으로 돌아섰던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통해서다.
예배 의식에 참석하거나 전도나
포교 활동 참여 등 종교활동에
참여하지 않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다.
진정한 구원은 종교적 의식이나
대내외 종교활동과는 별 관련이
없다는 생각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의
책을 읽을 때 인연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겨들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시도때도 없이
자신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 실의에 빠지고 좌절한다.
또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시기
하고 질투하며, 때로는 모함까지
서슴치 않을 때도 있다.
감사와 겸허함이 이런 낭패에서
빠져나오는데 도움이 되지만
늘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살기에는 우리는 너무도
영리해지고 말았다.
때로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마음의 꽃인 미소가 사라질 때,
다른 사람의 자질과 성취가
부러움을 넘어 질시에 이를 때
나는 스스로 그런 질곡에서
벗어나는데 너무도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럴 때 연민과 사랑이
큰 사람들이 쓴 책을 읽는다.
바로
『패트릭과 함께 읽기』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가
그런 책이다.
첫댓글 고르비님의 글을 읽으며...
저역시 반성을 많이 하게 되네요....
그런 어려움이 상처가 있는줄 몰랐네요...
내가 잠시 본 고르비님은 목사건 신부건 선생님이건.무엇을 하셨어도....
잘해내셨을.분이라 확신 합니다...
대충하는것도 없어보이고 책임감도 상당하시니....
상을받고 바로 어머님께 찾아간 모습에서...가슴이 뭉클함이......ㅎ
부디 언제나 건강하시고...하시는 모든일.....형통하시길 빕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선배님
반갑습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녹록하지
않겠지요.
그저 내 불편과 고통만 크게
보이는 거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7,80세 사는 삶은
일생동안 누리는 행복과 겪어
내어야 하는 불행의 총량은 내나
남이나ㅈ비슷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제는 마음 가는대로 살려고
애쓰지요. 그게 나로 사는 거니까요.
늘 건강하시고
노사동에 나오셔서
구성진 노래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고르비님 어머님을 일찍 여의고
그런 아픈 사연이 있었군요
이제 다 지나간일
앞으로 남은 여생 건강하고
멋지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애숙님
안녕하세요?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다는 말이
와닿곤 합니다.
그 사랑만큼 지극한 사랑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사랑 적게 받아서
제 가슴 속 사랑창고가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끔
쓸쓸해지지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나의 일부이니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행복하겠지요.
건강하시고 기쁨과 보람
많은 여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노래는
슬픔에게는 눈물을 재촉해 가슴 속 응어리를 한웅큼 덜어내주기도 하고
기쁨에게는 웃음을 부채질해 즐거움을 더욱 확산시켜 환희에 이르게 하는
마약보다 중독성은 강하지만 독소는 전무한 무공해 청량 자연치유제이지요.
날 선 아픔이 영육 곳곳에 상흔을 남겨도
그 세월의 한파를 노래와 책 그리고 사랑으로 보듬는
고르비님의 무던한 오늘과 곱고 아름다울 내일을 응원합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어느새 보훈의 달
녹음이 싱그러운 유월입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계절이 바뀌고 질주하는
세월에 때로 정신이 아득해
집니다.
그럴수로록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천천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쁨과 보람 가운데
행복한 날들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이미자의 노래 참으로
애절하고 좋은 곡으로써
인기였었지요
새로운 감각이네요
감사합니다^^
차마두님
반갑습니다.
엣날 노래가 흥얼거려지게
됩니다.
세월의 흐름이 가져온
변화겠지요.
난향기님
법화산님
금낭화님
복마니님
야생마님
가람이님...
노사동에 한두번 나온
용친들입니다.
차마두님도 기회되시면
나오셔서 노래로 즐거움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