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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희일비할 필요 없다…35:60에 고착된 여론지형
유시민 작가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30% 선이 무너진 최근의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어떤 비평가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본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1년 반 넘게 고착되어 있다. 추세가 바뀐 적이 없다. 특정 여론조사 회사의 특정 시점 조사에서 국정수행 긍정 평가 비율이 40%를 넘기거나 30% 아래로 떨어진 사례는 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모든 여론조사의 긍정·부정 평가 비율을 월별로 합산하면 시계열 그래프는 각각 35%와 60% 수준에서 평행선을 그었다. 이 작업을 꾸준히 해온 데이터 전문기자를 나는 안다. 굳이 덧셈하느라 시간 쓰지 말고 그냥 믿으시길 바란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높았던 기간은 취임 한 달 만에 치른 지방선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났다. 그때 부정 평가 비율이 절반을 넘긴 다음부터 지금까지 같은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다. 민주당과 국힘당의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모든 여론조사를 주 또는 월 단위로 합산하면 1년 넘게 민주당 지지율이 국힘당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앞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도 마찬가지다.
요즘 정부여당은 관권선거를 하고 있다. 민생토론회를 명분으로 대통령이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갖가지 선심성 공약을 쏟아낸다. 김기현 대표를 쫓아내고 들어선 한동훈 비대위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적 비방에 변함없이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국힘당 지지율은 전혀 오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다. 오늘은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이야기하겠다. 정책의 실패 또는 부재(不在)로 인한 국민경제의 침체와 민생의 어려움이다.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지만, 확실한 근거가 없었다. 이제는 데이터가 있으니 말해도 될 것 같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경제성적 차이를 상세하게 알고 싶은 독자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제공하는 <뉴공 아카이브>의 최배근 교수 대담 녹취록을 읽기를 바란다. 여기 인용하는 데이터는 대부분 최 교수가 정리한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허락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인용했다.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걷고 있다. 2024.1.23. 연합뉴스
성적표 1: 경제성장률 반토막 낸 경제지표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취임했다. 2022년의 365일 중 130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를 운영했다. 국가예산도 문재인 정부가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2022년 경제지표로는 윤석열 정부의 잘잘못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웠다. 이젠 2023년 데이터가 있으니 할 수 있다. 아직 모든 데이터가 확정된 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경제지표는 대부분 나와 있다. 온전히 윤석열 대통령이 통치한 2023년의 경제지표를 온전히 문재인 대통령이 통치했던 2021년 지표와 비교해 보겠다.
경제성장률은 2.8%에서 1.4%로 반토막이 났다. 세계 경제성장률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으며 IMF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면 45년 만에 일본에 뒤졌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총수요 지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민간소비, 기업의 투자지출, 정부지출, 수출입 등의 지표다.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높을 수 없었다. 그게 높았다면 케인즈의 거시경제이론이 틀렸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다.
소비판매 증가율은 4.3%에서 1.0%로 줄었다.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플러스 5.3%였던 것이 마이너스 6.8%가 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균형재정’을 내세워 긴축재정을 펴면서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에 가까울 정도로 축소하는 등 여러 부자감세 정책을 실시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많은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두 정부 임기 개시 직후 19개월 데이터를 보자. 국민연금 등 기금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28조 원에서 84조 원으로 늘었다. 기금을 빼고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만 합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1조 원에서 182조 원으로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말로만 ‘균형재정’을 고수했다.
연간수출액은 6444억 달러에서 6327억 달러로 감소했다. 특히 중국 수출이 1629억 달러에서 1248억 달러로 급감했다. 243억 달러였던 대중 무역흑자는 180억 달러 무역적자로 바뀌었다. 수입이 감소했지만, 수출 감소 폭이 더 컸던 탓에 무역수지는 293억 달러 흑자에서 100억 달러 적자로 바뀌었고 경상수지 흑자는 730억 달러에서 254억 달러로 급감했다. 2021년 200억 달러 증가했던 외환보유고는 2023년 30억 달러 감소했다.
요약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간 소비 지출, 기업 투자 지출, 정부 지출, 순수출 등 사회의 총수요를 구성하는 네 요소가 모두 감소하거나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했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고 보는 케인즈주의 거시경제이론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결과이다. 중국 수출 격감으로 인해 무역적자가 생기는 현상은 정확히 2022년 5월 시작되었다. 긴축재정은 대통령의 철학을 반영한 정부의 결정이었다. 소비 감소와 투자 부진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무역적자와 정부지출 감소가 대통령과 정부의 행위로 인한 것임은 다툴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4.1.29 사진 대통령실
성적표 2: 한결같이 악화된 서민들 삶의 지표
경제성장률과 직접 간접 연관된 경제지표 가운데 중산층과 서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들을 몇 가지 살펴보겠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2023년 지표를 2021년 지표와 비교한다. 연간 소비자물가 인상률은 2.5%에서 3.6%로 상승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에서 3.50%로 오른 데 따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0% 넘는 수준으로 올라갔다.
연평균 달러 환율은 1144원에서 1306원으로 폭등했다. 연평균 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긴 것은 IMF 경제위기의 한가운데 있었던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원화 약세 때문에 2021년 3만 5373달러에서 2022년 3만 2886달러로 급감했던 달러 표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23년 3만 3000달러에 겨우 턱걸이할 전망이다. 우리 국민은 전체적으로 2년 전보다 가난해졌다.
전체 노동자 평균 실질임금은 3905만 원에서 3543만 원으로 줄었다.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정규직과 일용직 등 모든 고용 형태에서 실질임금이 감소했다. 최저임금을 포함한 임금상승률이 물가인상률에 미치지 못한 탓에 생긴 현상이다. 가처분소득도 다르지 않았다. 사회보험 통계에 잡히는 임금노동자 2054만 명의 평균 실질 세후 연봉은 3668만 원에서 3645만 원으로 줄었다. 모든 소득분위가 다 그랬다. 임금 상위 1%에 드는 임금노동자의 경우에도 평균 1억 4464만 원에서 1억 4297만 원으로 감소했다. 아직 작년 4분기 데이터가 나오지 않아 3분기를 기준으로 파악한 가구 평균 월 실질 가처분소득은 367만 원에서 354만 원으로 줄었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 부자들의 자산 보유와 자산 소득에 대해서만 감세했지, 근로소득세는 줄이지 않았다. 실질임금과 가처분소득이 줄면 민간가계의 소비지출도 줄어든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기업의 영업이익은 187조 원에서 95조 원으로 줄었고 순이익은 129조에서 70조로 감소했으리라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조사해 발표한 2023년 12월의 경제심리지수는 91.1로 2년 전의 104.5보다 크게 낮았다. 부자감세를 한다고 해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리는 없다. 주식시장 상황도 좋지 않았다. 2023년 12월 28일 마지막 거래일 코스피 지수는 2665.28로 2년 전의 종가 2977.65보다 11% 정도 낮았다. 주식가격이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 불황이 겹치면서 전체 가구의 순자산가치는 2023년 한 해 동안 4.5% 감소했다. 자산이 거의 없는 소득 1분위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소득 2분위부터 5분위까지는 순자산가치가 각각 7.0%, 4.3%, 6.4%, 3,7% 줄었다.
어떤가? 그림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가? 민간 가계는 자산과 소득이 줄었기 때문에 소비 지출을 줄였다. 기업은 판매 전망이 어둡고 수출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늘리지 않았다. 무역적자는 해외 부문이 경제성장을 저해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판국에 정부가 긴축재정 정책을 썼다. 한국경제는 하향 나선형의 악순환에 갇혔다.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성장률이 낮아졌다. 벗어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4.1.23. 연합뉴스
민생 외면하고 정치 혐오에만 몰두하는 대통령과 한동훈 씨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낮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 누구에게도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 불통, 언론 탄압, 검찰 권력의 오남용, 이유를 알 수 없는 국가연구개발 예산의 대폭 삭감, 무능한 측근을 중용하는 인사, 시대착오적 세계관과 대북 대결정책, 국익을 외면한 친미 사대주의 외교, 집권당의 사유화, 영부인의 과거 범죄 은폐와 국정 개입 의혹 등 이유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래도 경제를 잘 꾸리고 민생을 잘 돌본다면 그런 것쯤은 참아줄 국민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나, 윤석열 정부가 제일 못한 것이 바로 경제정책이었으니!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의 이유 가운데 첫 번째가 바로 그것이었다.
경제성적표가 나쁜 게 100% 대통령 책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성적표가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어야 한다. 성적이 나쁜 원인에 대해 자신의 진단을 말하고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상이한 진단을 내린 이들과 토론하면서. 실행할 수 있는 모든 처방을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필요하면 누구하고라도 성역 없이 논쟁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경제성장률을 높일 정책 수단을 찾아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이고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찾은 방안을 제시하고 이 일을 하기 위해 입법권이 필요하니 총선에서 여당 후보를 뽑아달라고 말해야 한다. 그게 선거에 임하는 집권당의 기본이며 국민의 요구에 화답하는 길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런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관영방송으로 전락시킨 KBS 녹화 대담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한다고 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정치 혐오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국힘당 총선 득표율을 1%도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데 오백 원을 걸겠다. 경제정책의 실패로 인해 국민의 삶이 위기에 빠졌는데도 그런 사실을 아는 척조차 하지 않는 대통령과 여당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유권자들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나라면 무서울 것 같은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내 눈에만 그런가?
춮처 : [유시민 칼럼] 허덕이는 국정 지지율 “문제는 경제야!” < 유시민 관찰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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