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21의 에이런입니다.
4월 2일(금) 한명숙 전 총리의 결심공판이 열렸습니다. 먼저 2시부터 한 전 총리의 변호인신문이 있었고 3시40분부터 4시 30분까지 휴정이 되었습니다.
로비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쉬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에 대해서 마음의 여유를 갖는 모습이었습니다.
7시 30분경 결심공판이 끝났습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공판을 참관하였습니다.
이기명님과 독고탁님도 끝까지 자리를 같이하였습니다.
한 전 총리의 남편 박성준 교수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가 강금실 전 장관과 같이 법정에서 나왔습니다.
법원 로비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한명숙 전 총리를 맞이하였습니다.
박성준 교수도 아내를 맞이하였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지지하는 분들의 응원 속에 법원을 떠나갔습니다.
이 날 한 전 총리의 변호인 신문이 끝난 뒤 검찰의 반대신문이 있었습니다.
“골프 친 것 감출 의향 없었다는 데 왜 가명을 사용했나요?”라고 노만석 검사가 질문했는데, 이때 재판장이 “여보세요!”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참석하지 않았던 노만석 검사가 질문을 했고 골프빌리지에서 한 전 총리가 골프를 치고서 동생이름을 사용했다고 단정하고 한 질문이었지만, 법정에서 밝혀진 사실이 아니기에 재판장이 제동을 건 것이었습니다.
전날 검찰의 신문권 주장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서 신문사항의 수정 작업을 했었기에 재판장이 화가 난 것 같았습니다. 재판장은 전날 재판장에게 행정소송규칙에 맞는 질문법을 가르쳤던 이태관 검사에게 시범을 보이게 했습니다.
“동생이 골프 친 것이 맞나요?” “피고인과 바뀐 것이 아닌가요?”
노만석 검사는 자신이 몰라서 그랬고 또 객관적 자료로 입증이 된 것이어서 그랬다고 말합니다.
“그건 검찰의 생각이고….”라면서 재판장은 이태관 검사에게 마저 신문을 하게 합니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곽 사장과 만날 때 단둘이 만난 적이 있나요?” “단둘이 아니고 동행과 같이했다는 것 맞나요?” “평소 곽 사장과 같이 만날 때 곽 사장이 데려온 사람들과 만나나요?” “그럼 총리공관 오찬 때 곽 사장이 데려온 사람들과 만난 것 아닌가요?”
반복된 질문이나 말한 사실에 대해 다시 묻는 것은 대답을 강요하는 것이기에 금지됩니다. 자신들의 재치를 보여주려고 했을까요? 곽영욱이 주도한 자리와 총리가 주도한 자리를 구분 안 하고 검찰이 재판정에서 말장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반대신문은 끝났고 휴정이 됐습니다. 공판 참관을 했던 유시민 전 장관이 나가면서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런 검사들에게 세금으로 월급을 줘야 하나?”
공판이 다시 속개됐을 때 자리에 와보니 유시민 전 장관이 바로 뒷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마음과 달리 인사도 못하고 그냥 자리에 앉았는데, 내 옆자리에 앉은 분과 대화 중이었고 이분이 검사들을 욕했던지 웃으면서 “그래도 유신 때 검사들보다는 나아요.”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명동에서 검찰의 공작수사 규탄대회가 열렸을 때 발언에 나서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야권연대를 호소하던 유 전 장관의 분노에 찬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그 말이 지금 상황이 유신 시절이 연상되지만, 박정희 독재도 겪어냈는데 이명박 독재쯤이야 이겨내지 못하겠느냐는 자신감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검찰이 최후의견진술을 통해 총리공관에서 뇌물을 줬다는 곽영욱의 증언이 일관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진술이 번복한 것에 대해 인간의 기억력회복의 자연스런 과정과 법정에서의 발언에 대한 위증죄 고소의 불안감, 한 전 총리에 대한 인간적 고뇌, 번민 등을 운운하며 그러한 진술의 오락가락이 오히려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한다는 깊이(?) 있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과시합니다.
그런데 비정상적인 곽영욱을 언행을 지극히 정상적으로 볼 줄 아는 검찰의 놀라운(?) 통찰력은 한명숙 전 총리에게는 전혀 발휘되지 않습니다. 검찰은 ‘썩은 새끼줄 같은’ 곽영욱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한명숙 총리를 뇌물 못 받아먹어서 안달이 난 닳고 닳은 정치인으로 만듭니다. 뇌물을 받아먹은 경험이 워낙 많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능숙하게 돈 봉투를 처리할 수 있는 인간으로 만듭니다. 사전에 미리 얘기가 되어 있어도 그리고 몇 번의 연습을 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돈 봉투를 챙기는 것이 가능할지 의심이 되는 상황마저 그들에게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것이 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조작한 사실이 진실로 탈바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곽영욱은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호랑이보다 무서운’ 검사에게서 계속 조사를 받으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사실을 털어놨다고 했습니다. 법정에서의 곽영욱의 언행이나 진술내용을 보면 곽영욱이 살고 싶어 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곽영욱은 검사한테도 살려달라고 했고 법정에서 재판장에게도 살려달라고 애걸했습니다. 인터뷰 건으로 구속정지집행처분이 취소되려고 하자 법정에서 울기까지 했습니다.
생명의 위협받는 가운데 목숨에 연연할 경우 사람은 살기 위해 무슨 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기 위해 있는 사실을 털어놓을 수도 있지만, 살기 위해 또한 없는 사실도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내 목숨이 중한데 마음속에나 품고 있을 ‘짝사랑’쯤이야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질 수 있습니다.
공판 과정 속에서 느껴지는 하나의 진실은 곽영욱이 계속 한 전 총리에게 흠모 or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이 곽영욱의 진술을 통해 주장하는 대로 주는 대로 받는 정치인이었다면, 세상을 ‘그렇게’ 살아온 곽영욱이 흠모해 왔을 리가 없습니다. 개새끼도 누가 개새끼고 누가 사람인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있습니다. 단순히 사람을 대할 때 겸손할 뿐이고 다른 정치인들처럼 찔러주는 대로 받는 사람이었다면 오히려 위선적인 인간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돈으로 친분관계를 쌓았던 다른 정치인들과 달랐기에 ‘존경의 염’을 품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진실은 곽영욱의 MBC 여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드러납니다. 기억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환자라지만 현실상황을 인지 못하는 상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살고자 하는 강한 집념을 가지고 공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대로 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물어보는 기자에게 경계심이 없어졌고 인터뷰를 하는 줄 몰랐다고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고 기자입니다. 오만 불을 줬느냐는 질문에 진실을 말할 만큼 얼빠진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야만 한 총리가 죄가 되지.”라는 말은 자신이 조사하는 검찰의 태도에 대한 솔직한 느낌일 것입니다.
검찰은 곽영욱의 진술이 일관성이 있음을 신빙성이 있다는 근거로 삼습니다. 보통 허위 증언을 하는 경우 시간, 장소, 금액, 동기에 있어 일관성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곽영욱처럼 기억력 자체가 문제 되는 사람이기에 그리고 만들어 준 기억이기에 진술이 일관성이 없게 되고 그것을 합리화시키고자 애를 써야 합니다. 그러나 역시 뇌물공여를 하는 구체적 상황에서는 모든 객관적인 정황과 어긋나는 주장을 하게 됩니다.
한 전 총리는 오찬장에서 자신이 의전상 나중에 나간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의전에 대해 모르는 일반인들도 그런 자리에서는 대충 감을 잡을 텐데 장관이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곽영욱도 총리가 모르게 돈 봉투를 가져왔다고 했는데 한 전 총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찬을 끝내는 인사말을 한 후에 가만히 있고 두 장관이 망설임 없이 먼저 나가는 상황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검찰의 주장에 따라 그 상황을 인정한다면 그 뒤의 모든 상황도 상식과는 어긋나지만 가능한 것이 되겠고 그렇게 검찰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지만, 상상으로는 가능한 상황을 설정해서 곽영욱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최후의견진술을 하는 검찰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광기였습니다. 검찰은 한 전 총리를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최고 관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직무상 책임을 망각하고 뇌물을 받아 공직자의 신뢰를 심각히 떨어뜨려 놓고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형사처벌과 정치적 타격이 두려워 거짓으로 일관하는 부패한 공직자’로 몰아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사법의 사명이라며 5년형을 구형하였습니다.
곽영욱에게 강압, 가혹 수사를 하며 기억을 조작해낼 때부터 예정되어 있는 결론이었겠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무슨 짓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을 광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꼴을 보다 못한 한 여성 참관인이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벼락을 맞을 거다.”라고 분함을 참지 못하고 외쳤습니다.
증거 없이 증언만으로 기소가 이루어졌기에 저들의 목적이 유력한 야당 서울시장후보에 대한 언론플레이를 통한 흠집내기라 생각했지 재판에 질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강압, 가혹수사로서 기억을 조작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진술을 끌어내고, 없는 증거를 보충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인간을 해석하고 상황을 조작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검찰의 광기를 목격하면서 정권에 입맛에 맞는 판사가 재판장이었다면 낙관만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법개혁을 하겠다고 설치는 정권입니다. 미친 소를 먹지 않고도 미치는 정권과 그 정권하에 같이 미치는 검찰의 광기를 보면서 사법부마저 미치면 제대로 미쳐가는 세상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날 공판이 끝났을 때 참관객 중 한 사람이 재판장에게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동안 공판을 참관했던 사람들의 마음속의 말을 대신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에서 공방을 통해 증거를 확인하는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재판을 진행해 온 것에 대해 변호인단과 한 전 총리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가장 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재판장의 말처럼 판사가 단지 법대로 했을 뿐인데 법대로 하는 것이 변호인단에게, 피고인에게, 참관인들에게 감사하게 여겨지는 것은 법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법대로 이루어지는 세상, 의심으로만 기소와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 사법부가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사명을 다하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갈망이 ‘세상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한명숙 총리와 같은 정치인이 우리에게 소중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을 위해 그녀와 함께할 것입니다.
(cL) 에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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