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폭염, 열대야에 관한 시모음
폭염은 모른다 /김효연
살 거도 아이맨서 와 자꾸 물어 쌌노
하기사 살 사람 거트면 이래 묻지도 안것제
씰데 없이 이 염천에 댕기맹서
보리밥 한 그릇 묵고 일일이 답할라카이
내사 마 입에서 당내가 나거마
얼굴이 벌겋게 익은 노파 입이
죄판에 늘어진 갈치보다
더 날카로워진다
그럼 가격을 붙여 놓지예
글을 알아야 씨제
지나내나 씨지도 익지도 몬하는데
그람 또 아는 사람한테 실은 소리 해야 안하나
옆 좌판의 노파는
어린 갈치 대가리를 한꺼번에 자르며
그중 나은 건 밀가루 묻혀 굽고
나머진 졸이라며 칼 잡은 손이
연신 이마 땀을 훔친다
해가 녹아내려도
두 할머니는 폭염을 모른다
절대 알 수가 없다
변두리 시장 노점상 옆으로
마을버스 혀를 빼고 올라온다
폭염 /이원숙
풍경이 느려졌다
인평중학교가 훤히 보이고
화진 빌라가 천천히 물러났다
객실 모니터엔 아마겟돈이 상영 중인데
안내방송이 잡음처럼 끼어든다
-폭염으로 인한 선로 과열로 서행하고 있습니다
도란거리던 남녀가 창밖을 내다본다
검푸른 수목 위로 불볕이 내리쬐는지
등 뜨거운 매미가 울어대는지
풍경에는 이렇다 할 징후가 없다
나란히 달리던 선로는 어디선가 헤어지고
객실 에어컨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SRT 336호는 발바닥이 뜨거운 고양이처럼
달궈진 레일 위를 살금살금 더듬는다
아마겟돈의 소행성은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는데
-폭염 아니고 폭음 아닐까?
-숙취 덜 깬 레일이 침목을 베고 퍼져버린 거라고?
여자의 웃음소리가 자동문 소리에 잘려 나간다
객실 에어컨은 여전히 돌아가고
선로는 열풍에 더욱 비틀거리고
다음은 종착지인 수서역,
화면 속 브루스 윌리스가 마지막 인사를 한다
곧 폭파될 소행성에 그는 홀로 남아
충돌 직전의 지구를 구하기로 했다는데
기차도 멈춰 세울 저 폭양은
누가 막아주나
삼복염천인데
샌들 속 맨발이 자꾸 시려온다
시인의 섬진강 편지<127> - 폭염의 나날 /김인호
논밭나라 궁민들은 보타진다
눈물 많아지는 나이
나의 눈물방울이라도 모아
마른가슴에 똑 떨어트려 적셔주고 싶다
지리산행복학교 전체수업 즐기다가
새벽 산정에 올라 하늘을 찔러본다
잠 자는 하눌님께 비나이다
비 좀 내려보내 주시라구요.
폭염 /박주영
송림 자연휴양지까지
땡볕 열기가 따라왔다
그 열을 따돌리려 이곳으로 들었는데
기다렸다는 듯 맞이하는 저 넉살
오를 대로 오른 약발 탓인지
가슴팍까지 땀에 흠뻑 젖는다
비탈길 끝에 서 있는 느티나무 방,
느티는 없고 매미 소리 쏟아진다
해가 기울자
땡볕도 휴양을 즐기는지
언덕을 기어오르며 그늘 드리운다
찜통 더위 /신철진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도 지났는데
나날이 달궈지는 열반도 핫반도로
다가와 극성스레 숨통을 조여대는
라니냐 엘리뇨로 촉발된 기상이변
마비된 상태로서 힘겹게 지냅니다
바뀌는 생태계로 오염원 늘어나며
사계절 분명하던 한반도 금수강산
아열대 아프리카 뺨치는 대프리카
자꾸만 달궈지는 폭염이 기승이기
차질로 혼수상태 너무나 힘겨워요
카눈이 폭풍우로 피해를 키웠기에
타격이 커지면서 고통이 일파만파
파김치 아수라장 모두가 비틀대도
하늘은 심술궂게 열기를 뿌립니다
찜통더위 /정연복
빨대까지
꽂고
주스를
마시는 모습이
이젠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무척
세련되었네요.
뱃속까지 시원한
얼음주스로
오늘의
찜통더위
한방에
날려보내요
겨울의 남자
하준 왕자님
폭염 /하영순
지구가 온통 불가마다
연일 36도를 웃도는 더위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지만
더워도 너무 덥다
세상이 무서워
외출을 못하고
피서는 방콕이다
밤낮으로 돌아가는 에어컨에게
미안 하다
에어컨이 없던 예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금년 여름은 유월이 한 달 더 있어서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불볕 더위 입추(立秋)에 /박의용
아직도 열기가 가득찬 하늘과 땅 사이
헉헉거라는 숨소리가 여전히 남았는데
가을을 세운다고
가을이 오냐고
입추(立秋)라고 날씨도 따라 주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
그렇다고 변하는 게 없는데
내 성질만 더러워지고
불만이 쌓일수록 더 덥다
.
바꿀 수 없으면 받아들이자
이럴 땐 순응이 미덕이다
그러다 보면
이 더위도 지나가리니
.
불볕 더위 입추(立秋)에
에어콘도 선풍기도 열일 하는데
밖은 여전히 불가마
희망과 바램으로 참아내는
8월이여
가을이여
고추 잠자리여
불볕 더위에 /박의용
태워 죽이려나 보다
잘못이 너무 많으니
.
견디기 어려운 온도
체온보다 높은 온도로
.
해가 갈수록 기온도 오르고
폭염 일수도 늘고
.
자초한 재앙이니
원망할 곳도 없고
.
거짓말도 하면 늘고
변명을 통하여 확대되듯
.
산업이 발달하고 요구수준이 높아지니
환경 오염도 늘고 기온도 오르고
.
맨 땅위의 그림자도
폭염에 견디다 못해
새카맣게 타고
그림자의 주인도 얼굴이
새카맣게 타고
폭염 무더위 /靑山 손병흥
가슴에 와닿는 뜨거운 열기
힘겹게 스쳐나온 옛 추억들이
잔뜩 매미처럼 아우성치는 햇살
한낮의 무더위 속 가슴을 적시는
쑥부쟁이 한나절 축 늘어진 모양새
뜨겁게 달구어진 대지 식혀주는 바람
지치도록 무겁게 젖어버린 찜통 열대야
구슬땀 넘치는 힘든 자연 열병의 아우성
폭염의 날들 /김원철
태양은 정오를 지나갔건만
대지는 여전히 숨을 헐떡이며
폭염에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습기를 머금었던 땅은 바짝 말라
양의 기운만이 절정을 이루고,
뜨거운 숨결에 눌린 표피 식물들은
숨을 멈춘 듯 고요합니다
음기가 사라진 흙을 뒤섞던 지렁이는
더는 견디지 못해 지면 위로 올라오지만,
기다리는 것은
열기에 데여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생애를 다 마치지 못하고 떠나는 일입니다
지하에 도시를 이루며 살아가던 개미들조차
이 기운을 버티지 못해
지면을 뚫고 올라와
작은 흙무덤을 하나둘 쌓아 올립니다
논두렁 고인물은 끓어오르고,
비닐하우스를 달구는 열기는
숨조차 막히는 사우나를 방불케 합니다
아스팔트 위로는 화마가 번지듯
뜨거운 기운이 피어오르고,
감각조차 열기에 잠식당합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확 달려드는 바깥 공기
몸의 모든 땀샘이 열리며
수분은 순식간에 증발해버립니다
하지만 이 무더위 속에서도
도로를 지키는 아름드리 가로수는
태양을 가리고, 바람을 불러와
잠시나마 시원한 그늘을 드리웁니다
한여름,
그 나무그늘 아래야말로
우리가 숨을 고르고
쉼을 얻는 인생의 작은 휴양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폭염 1 /민만규
강렬한 햇살이
심술을 부리니
산천초목이
바람 속에 숨어든다
개망초가 빳빳이 고개 들고
폭염과 맞짱 뜨니
풀 죽은 풀꽃이
슬금슬금 눈치 보며
냅다 도망친다
폭염의 날들 /김원철
태양은 정오를 지나갔건만
대지는 여전히 숨을 헐떡이며
폭염에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습기를 머금었던 땅은 바짝 말라
양의 기운만이 절정을 이루고,
뜨거운 숨결에 눌린 표피 식물들은
숨을 멈춘 듯 고요합니다
음기가 사라진 흙을 뒤섞던 지렁이는
더는 견디지 못해 지면 위로 올라오지만,
기다리는 것은
열기에 데여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생애를 다 마치지 못하고 떠나는 일입니다
지하에 도시를 이루며 살아가던 개미들조차
이 기운을 버티지 못해
지면을 뚫고 올라와
작은 흙무덤을 하나둘 쌓아 올립니다
논두렁 고인물은 끓어오르고,
비닐하우스를 달구는 열기는
숨조차 막히는 사우나를 방불케 합니다
아스팔트 위로는 화마가 번지듯
뜨거운 기운이 피어오르고,
감각조차 열기에 잠식당합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확 달려드는 바깥 공기
몸의 모든 땀샘이 열리며
수분은 순식간에 증발해버립니다
하지만 이 무더위 속에서도
도로를 지키는 아름드리 가로수는
태양을 가리고, 바람을 불러와
잠시나마 시원한 그늘을 드리웁니다
한여름,
그 나무그늘 아래야말로
우리가 숨을 고르고
쉼을 얻는 인생의 작은 휴양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폭염 /전병일
숨조차 불붙는 땅
곡식들은 살갗을 태우며
비명도 삼킨다
밤에도 뜨거운 숨결
이른 열대야는 그칠 줄 모른다
타들어가는 대지 위에서
지구는 불덩이처럼 뒤척인다.
폭염 /이세실리아
폭염에 사람도 지치고
새들도 지치고
초록의 나뭇잎이
불타는 태양볕에
퇴색되어 가고
창문가에
유영하는 잠자리 떼
가을을 알리려 하네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이
뜨거운 태양과 겹칠 때
시원함을 가져보는
8월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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