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 매우 졸리답니다.
어젯밤에는 잠깐 오씨엔을 틀었다가 오랜만에 두사부일체라는 영화를 봤다죠.
박효신ost 겹쳐지는 장면에서는 막 눈물이 나더라구요..ㅠ.ㅠ 내년이면 고3이 되는
처지라 그냥 그런 주제가 많이 마음에 와닿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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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의 복수-
날 사귀고 싶다고 나와 만나고 싶다고 baby
내가 누군지 알고 알기는 알고 있냐고
그 유명한 퀸카 너무 예뻐서 모나리자-
모든 남자의 세뇨리따 -
다이아 반질 가진 부자도 울고 간 여자-
그래 그게 바로 나야 이 동네 최고의 first lady..
---------------------------------------박지윤 '할 줄 알어'
#54
"흐..으엉엉.....ㅠ.ㅠ 준하야.....이쁜 준하야~
니가 봐도 이 누님이 못된 년이지~?"
정신을 못차리는 나를 질질 끌고 뒷골목 포장마차로 데리고 와버린
준하. 앉자 마자 난 소주를 병나발로 불기 시작했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난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슨~못되긴 누가 그래! ...근데 누나 그만 좀 마셔라..."
"....백승원 못된 새끼...흑.....내가....내가 그~~렇게 말했는데...졸라게도
안 믿네....흑-지가 뭔데 날 이렇게 아프게 하냐고...내가 아무리
못되처먹었어두 그렇지...."
"....."
희미하게 준하의 안쓰러운 표정이 보인다.
이휴.......동생 앞에서 추태는 충분히 보였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고,
난 곧 뜨거운 오뎅국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아뜨거!!!"
입천장과 혓바닥이 익어버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정신이 확 들었고,
이런 날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는 준하.
아씨....여전히 머리는 상당히 몽롱했던 나는 준하의 눈길을 피해
포장마차 안을 스윽 둘러봤고,
저 쪽 구석에 일행을 기다리는 모양인지 새말공고 교목을 걸치고 혼자
앉아 있는 녀석이 보였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어떻게든 백승원 녀석을 잊어버리겠다는 일념이었을까.
갑자기 난 마음이 싸악 식어버리는 걸 느꼈고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들었다.
.....그래, 난 원래 내가 하던 짓거리나 해야지... 원래 각자 주어진 길이 있다고...
남자 하나한테 푹 빠져 빌빌대는 건 나한테 어울리는 게 아니었어...
............제발 그렇다고 믿자, 제발.
대충 거울을 보며 머리 모양을 정리한 나는 황당+당황 표정을 짓고 있는
준하의 머리를 대충 쓰다듬어준 후 벌떡 일어나 새말 교복 옆에 덜컥 앉아버렸다.
꽤 귀여운 면상이네.
이내 예전과 같이 녀석의 외모와 표정을 보고 이상형 파악하기에 돌입했고,
이내 누나같은 따뜻한 여자에게 끌릴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자
상냥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심심하지 않아? 이름이 뭐니?"
반가워, 내 61번째.
..................
으음...
어제 어떻게어떻게 하다가 그 깔쌈한 놈의 전번을 따내고 준하에게 업혀
어영부영 집으로 들어왔다. 연신 혀를 끌끌 차대는 준하.
"누나야, 또......하게....?
바보...........바보 병신...... 그게 꼬시는 거냐, 차라리 울면서 발악을 하지...
어떻게 보는 사람 그렇게 서글퍼지게 남자를 꼬시냐....."
대충 위와 같은 준하의 말이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지만, 술에 꼴아 이미
반쯤은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그냥 녀석의 머리를 통통 두드리며
잠이 폭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나는 심지어 어제 만났던 녀석의 면상조차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_-
뭔가 되게 친근한 느낌이었던 것 같기두 하고.. -_- 알콜을 많이 먹으면
뇌가 쪼그라든다던데, 벌써 그 효력이 나에게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어쨌든 오늘은 일요일이었던 지라, 학교는 내일부터 나가기로 울 어므니와
굳게 약속을 한 후에야 나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아 짜식....이름도 기억이 안 나네. 핸드폰을 보니 그냥 숫자 61이라고 덩그러니
저장되어 있는게 보인다. ....윤세희, 진짜 옛날로 돌아간거니, 그런거니.
"여보세요-여보세요~"
"저...저....거기 형민이 폰 아닌가요?"
대충 나는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이름을 말했고...
"아닌데요, 경일이 폰인데요."
하....요즘 세상에 아직도 이렇게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아이마냥
전화를 받는 사람이 다 있구나..
풋, 생각보다 쫌 귀엽다는 생각에 살짝 웃어버린 나는 상대편이 끊어버릴 새라
허둥지둥 말을 이었다.
"아, 저기, 경일아-! 나 어제 만났던 앤데..."
"아~윤세희? 웬일이야..?"
"저기, 어...나 점심 좀 사주라! 집에서 쫓겨났어~ㅜ.ㅜ"
"....어딘데?"
"음....여기, 시내에 스타벅스 앞이야-"
"그래 그럼. 10분만 기다려."
뭐야. 이놈도 벌써 나한테 홍 간거였어?
....승원 녀석과 함께 하다 보니 이렇게 쉽게쉽게 넘어오는 게 너무 적응이 안된다.
그 녀석 꼬실 때는....마음대로 되질 않아서 막 스트레스 받았었는데......히히..
뭐야, 넌 벌써 추억이 돼 버린 거구나. 웃긴다, 진짜.
정확히 10분이 지나설 때쯔음, 구름을 바라보고 섰는데 누가 어깨를 톡톡
치길래 바라보니....아아, 이제 생각난다. 맞어, 이런 얼굴이었지.
꽤 잘생긴 얼굴. 어느 학교 간판이다 이럴 정도는 안되지만, 그래도 길거리를
걸어간다면 상당히 튈 얼굴. 그냥 딱 보면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얼굴인데
적당히 눈웃음 쳐대고 싱긋 싱긋 웃는게 자신의 매력을 잘 살려서
없던 귀여움도 생기는 것 같다.
근데 참 이상한건.... -_- 이 녀석 뭔가...낯익은 면상이다..
뭐지?? 전에 내가 꼬셨던 애들 중 하나인가?
....아닌데, 내가 남자 얼굴은 그래도 꽤 기억하는데. -_- 어제는 맛이 좀 갔어서
그렇지.
나만의 착각은 아닌지 내 어깨를 두드려 놓고선 말도 없이 묘한 표정으로
날 요리조리 살피는 듯한 경일이라는 이 아이. -_- 성은 또 어떻게 알아내지..
얠 어디서 봤더라...새말공고 근처에는...가본적도 없는데.
즉 학기 중에는 내가 이 녀석을 봤을리가 없는데..
"어....야, 많이 기다렸냐?"
빨리도 말한다. -_-
"야-너 유치원 어디 나왔어?"
"나 그땐 여기 안 살았는데? 부산 살았어-."
"음.....초등학교는?"
"이 아줌마가 무슨 프로필 조사하냐..계속 부산 살다가 4학년때 일로 이사와서
중일 초등학교.."
"초등학교도 나랑 다른데....중학교는?"
"대명 중학교~."
"아씨, 뭐야...... 너 봉선중 근처로 자주 왔었어?"
"봉선? 대명에서 졸라 먼데잖아. 거길 내가 왜 가냐?
.......야, 혹시, 너두 나 어디서 많이 본거 같아서 이러는 거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쥐어짜냈다.
아씨, 보면 볼 수록 내가 전에 이 아이를 봤었다는 느낌이 점점 강렬하게
들어왔다. 그것도 상당히 강한 인상을 받았던 것 같은데..
유치원도 달라, 초중학교도 다 달라, 그러면 나랑 얘가 어렸을 때 만났을
확률은 거의 0%. 내가 고등학생이 된 다음에 얠 봤다는 거면...
"너 이번 방학 때 어디서 놀았어?"
"=_= 별 희한한 것 까지 다 묻네. 바다 가서 놀았다, 바다!!"
머리를 긁적이며 경일이란 녀석이 말했고 그 순간 내 머릿 속을 스쳐가는
기억 하나. 어쩌면 모든 것의 발단이 되 버린 것일지도 모르는 사건 하나가
팍 떠오르면서 난 입이 벌어지는 것을 느껴야 했고,
녀석도 잠시 지가 한 말을 곱씹어보더니 점점 표정이 오묘해졌다.
그리고 우리 둘은 동시에 소리를 질러버리고 말았다지.
"너!! 그 두들겨 맞던 애!!"
"너!! 그 졸라 깡쎈 기집애!!"
그리고 덤으로.
"아씨, 내가 언제 두들겨 맞았어!!"
우와......
세상 꽤 좁은데..
그때, 충청도 횟집에서 저녁 한끼 먹고 나와 우리가 어쩌다가
휘말리게 된 양아치 집단들의 싸움. -_- 줴에길, 고등학생들이었던 거야?
"그럼, 뭐 니가 걔네 두들겨 팼니? =_="
"아씨, 그럼 졸라 나이도 더 쳐먹은 양아치 새끼 여섯이랑 싸우는데,
내가 다 때려부수리? 내가 슈퍼맨이냐!"
그때 와장창 깨지던게 슬쩍 기억이 나는지 얼굴에 발그스름하게 홍조를 띄우며
멋쩍은 듯 소리를 지르는 경일이 녀석. (여전히 성을 알아내지 못했음.)
그 양아치들은 성인들이었나 보네. 하긴, 아무리 막나가는 고등학생 깡패들이라고
해도 머리를 그 꼬라지로 하고 다니는 건 좀 그렇지. -_- 노랑색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뭐, 핑크색도 하나 있었던 거 같은데..
그때 기억이 나서 내가 혼자 히죽대자 더더욱 뻘쭘한 표정을 지어대며
꿍실꿍실 대는 경일 녀석.
경일 녀석이 그 양아치들한테 맞서서 혼자 싸우다 두들겨 맞은..녀석이라니.
나름대로 그땐 꽤 잘생겼군 하면서 감상하다가, 그 싹바가지 없는 노랑머리한테
덤비는 바람에 나도 땅바닥으로 퍽 밀쳐졌었지. -_- 아, 지금 생각하니깐
또 열받는데..?
"-0- 너 그때 여자 문제로 싸운거였지? 영...영 뭐지, 영 뭐시기 하면서
니가 소리 질렀었는데?"
"-_-;; 기억력도 졸라게 좋네. 영주 말이냐?
여자는 무슨, 내 여동생이다."
"오호~ 오라버니였군..왜? 걔네가 니 여동생 괴롭혔어?"
"아씨, 그때, 무슨 단합회 같은 거 한다고 새말공고 같이 노는 애들끼리
선배 후배 다 섞여서 바다에 일주일 정도 놀러갔는데.. -_- 그 며칠사이
내 동생이라는 녀석이 그 노랑머리 새끼를 꼬셔버린 거야. 그래서
둘이 찐~하게 사귀다가 아마 영주가 좀 틱틱댔더니 노랑머리가 싸대기를
때려가지고 아주 내가...그때 꼴받았었지.. 그 미친 새끼가 여자 얼굴을
얼마나 세게 쳤는지 기집애 얼굴이 아주 퉁퉁 부어올라가지고....어우, 진짜
내가 그때 생각만 하면!!"
보기보다 흥분을 잘 하는 스타일인지 가슴을 퍽퍽 쳐대며 그때의 양아치들을
떠올리는 냥 씩씩대는 이 아이. 난 이 신기한 우연에 왠지 마음이 설레는 걸
느끼며 이 녀석을 이끌고 스파게티집으로 끌고 들어왔다.
여긴 값도 상당히 싸고 무엇보다 양이 매우 많더라아..
"나 니 얘기 들었어."
말없이 둘이서 먹기만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입을 여는 이 경일이 녀석.
뭐...뭘 들었다는 거여.
"너 남자 관계가 그렇~게 복잡하다매?"
대충 흘려들으며 면발을 입으로 넣고 있던 나는 녀석의 말을 듣고
순간 기도가 확 막히는듯한 기분이 들었고,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의 녀석이 건넨 콜라를 마셔대며 켁켁대야 했다.
"뭐....뭐?? 그런건 또 어디서..."
"아니, 내가 원래 소문 같은 건 잘 몰르는데, 어제 니랑 헤어지고 나니깐
막 어디서 본 거 같기두 하고, 솔직히 이름두 쫌 들어봤던 것 같고.......=_= 너
뭐 생각보다 유명인사더라 야, 매현고 대표간판이라매. 어쨌든, 그래서
친구들한테 막 물어보니깐, 엉.....뭐 그런 얘기가 나오더라구."
"그.....그래...? 근데두...너 나 이렇게 상대하고 있는 거니?"
"솔직히 어제는 너한테 관심이 쫌...이 아니라 많이 관심이 있었는데..."
뜬금없이 또 얼굴까지 붉혀댄다.
"근데, 뭐, 너 니 백승원한테 차이고 난 다음에 졸라 폐인 됐다매. 딴 남자
그리고 있는 애 좋아해봤자 나만 병신 될 거 뻔한데 뭐. 백승원이 그 때
나 도와주던 녀석들 중 머리통 제일 까맣고 키 큰애 맞지?"
".......어......."
멍해졌다.
나에 대한 소문이 그렇게...청선 상고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새말공고까지 기어들어갈 정도로 빠르게 퍼졌나...
하, 이 짓거리두 못해먹겠네. 솔직히 면상이 반반해도, 걸레라는 기집애를
누가 끼고 다니고 싶어하겠어. 내가 벗고 달려들어서 그때만 잠깐 홀린다면
모를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내 스스로는 멈출 수 없었던 이 못된 짓거리, 이런 식으로라도 못하게 된 거,
나름대로 감사해야 하나...
"야,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친구나 먹자, 그럼.
정식으로 소개! -0- 난 새말공고 3학년 곽경일..."
제길, 오빠였던 거야? =_=
어쨌든, 친구 먹자며 해맑게 웃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
이 순간만은 잠시 진심으로 웃으며 녀석이 내민 손을 잡고 흔들 수 있었다.
"난....매현고 2학년, 윤세희."
그리고, 녀석이 들리지 않을 정도의 크기의 목소리로 난 덧붙여 중얼거렸다.
"고마워...고마워요, 나쁜년이라고 욕하지 않아서.."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비너스의 복수+ 54
펭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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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25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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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경일이의 전화예절은^^; 제가 학교에서 친구랑 장난전화를 한적이 있는데요, 그때도 형민이 있어요~? 했더니 그분이 XX폰인데요~라고 하시더군요 ㅋㅋ 남학생분이;;참 상냥(??)하다는 인상을 받아서리;;
ㅋㅋ 재밌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