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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WBC 일본팀은
메이저리그 몇 선수와 더불어
자국리그 전체 선수도 아닌
일부 구단에서만 선발된 선수로 나왔습니다.
한국은 당시만 해도 메이저 리그 및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비중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실질적 전력상 비중은 60~70% 는 됐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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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WBC 팀.
사실, 투수로도 그렇겠지만 어쩌면 타자로 메이저 리그에서 성공하기는 더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 한국은 '성공한' 메이저 리그 타자는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두번의 한국 경기에서 메이저리그에서 주전 혹은 준주전급으로 뛰옥 있는 선수들을
6789번에 한마디로 '박아' 놨습니다.
이건 두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선 첫째로,
이치로,아오키,나카지마로 이어지는 호타준족으로서 일본 야구의 상징과도 같은 스몰볼을 확실하게 구사하겠다는 것.
거기에 더불어 한방이 있고 머잖아 메이저리거가 될 것 같은 무라타.
이치로 제외한 2,3,4 번 선수들이 네임밸류와 커리어를 빼면
(하나같이 자국리그 최고의 선수로서 미국에 진출한) 현 메이저리거 들에게
현재 대표팀의 2,3,4 번을 차지할 면면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
심지어 그들은 멀지 않았던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을 상대했기 때문에 공략이 쉬울 것이라는 것.(광현아;; 화이팅!!!)
두번째로는, 쉬어갈 틈을 주지 않겠다는 것.
후쿠도메, 조지마, 이와무라 등은
하위타선에서도 '제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닙니다.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이러한 면은 본선리그로 가면 더 확실해질 것입니다.)
이처럼 이번 대회의 일본은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대회의 일본에게 전혀 뒤쳐지지 않는, 두세배의 전력을 지닌 팀입니다.
반면 한국은
그냥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박찬호가 없습니다.(지난 대회에서의 특급마무리 역할)
오랜 일본 킬러로서 저번 대회에서도 중요한 순간 그 역할을 해낸 구대성이 없습니다.
이승엽. 이건 설명도 필요없죠. 1회대회와 올림픽에서 이승엽이 없었다면?
서재응이 없습니다.(그 뒤로 메이저에서...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그 때의 서재응은 메이저에서도 2~4선발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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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상한 것은
(이번 대회는 힘들겠다 ) +(거기에 더해서 지난 대회에서 올림픽에 이어지는 어떤 상승세와 기세)
거기에 (일본의 전력) + (그 전력에도 전혀 방심하지 않고 아주 작정을 하고 한국에 설욕하겠다고 준비한 그들.)
이것으로 계산해볼 때
지난 코리안 시리즈에서 두산이 SK에 진 정도의 내용...을 생각했습니다.
'너 잘해? 나도 자신은 있어. 해보자. 어, 그래 해볼만 하잖아 이거 봐. 어;; 어;;; 아... 조금만 더 힘이 있었더라면...진짜 아쉽다'
팔씨름을 하면
자기보다 확실히 팔씨름에서 강한 상대에게 이기는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팔씨름만큼 전력에 따라
확실하게 10승 무패 혹은 완전 박살은 아니어도 극복할 수 없는 승률
로 끝나는 종류의 경기방식이 드문 편이죠.
어느 정도 경합은 되는데, 한두점 차로 계속 리드 당하면서
그걸 극복하지 못하면
그거 정말 기죽는 일입니다.
농구로 치면
7전4승제에서
같은 상대에게 매년 4승1,2패로 지는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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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예상한 바가 그런 것이었습니다.
1~3점 차 정도 극복 못하고 계속 지는 WBC
물론.
기대를 저버리면 안되죠.
'질 가능성이 높다'와 '이긴다'는
무조건 반대의 경우는 아닙니다.
2006년 플레이오프의 매버릭스와 골든스테이트 같은 경우입니다.
슬램덩크 작가 이노우에의 [리얼]에 나오죠.
(토씨 하나까지 정확하진 않겠지만, 내용상 이런 맥락입니다.)
'팀원들이 한마음으로 승리를 갈망할 때, 전력이 열세여도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겨난다.
한명이라도 승리를 의심하는 순간 결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노란색으로 물든 워리어스의 'WE BELIEVE'가 그런 의미였겠죠.
기적은 일어났습니다.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준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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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걸???
콜드패?
허허...타선도 무기력.
그러나!
아!
잘됐다.
힘의 열세를 느끼면서
미국프로레슬링에서 옛날에 헐크호건과 워리어가 하던 손 맞잡고 힘겨루기에서
역부족을 느끼며 계속 아쉽게 꿇는 것보다
차라리 이게 낫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큰무대 경험과 전력이 눈에 보이게 차이가 나는 상황인데
비슷한 수준의 게임의 계속 이어나갈 때
그 게임으로 인한 심신의 피로가 어느쪽에 더 쌓일 지는 안 봐도 뻔하죠.
다행히, 투수들의 등판이 줄었고 노출도 줄었고, 투구수도 아꼈습니다.
정신적 데미지? 후에 미칠 영향?
만약 이게 중고등학생들이 나와서 하는 대회였으면
한국팀은 다음날 중국한테도 졌을지 모릅니다.
성인이고, 프로라는 것이 그렇죠.
한시즌의 승리자들이 보통 2승1패 정도의 7할에 가까운 성적 내기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챔피언도
오늘 이기고
내일 지고
모레 이기는 식입니다.
패배를 극복하는 법은 잘 알고 있고, 한경기로 크게 동요하지는 않을진데
콜드...
이게
오.
히.
려.
호재로.
바로
집중력.
마음가짐.
(한국선수들은 특히 축구, 뭐 맨날 정신력 타령만 하냐 하는데,
'정신력 타령만' 하는 게 아니고 눈에 보이는 전력이 비등하거나 근소한 차이라면
거기에서는 정신력이 경기를 만들어냅니다.)
오늘 경기 보신분들 아시겠지만
주루 미스가 많아서 점수를 많이 못냈지 3,4점은 낼 수 있었던 게임입니다.
어이없는 미스도 많았지만
그 미스중에 '어리벙벙까서' 그랬던 것은 극소수, 너무 '대담하게' 뛰어서 잡힌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경기 보면서 한국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아... 저게 뭐야... 아... 이 중요한 순간에... 저런 어이없는 미스...'
자
여기서 중요한 점.
내가 일본인이고 일본 응원했다면 그 주루에서의 아웃들 어떻게 봤을까요?
'휴.....그나마 다행이다... 죽다 살았네...여기서 강꼬꾸에 한점 더 내주면 못 따라 잡는다고....'
우리는 득점권 찬스가 많이 잡혔죠?
일본.
오늘 2루에 몇번 갔나요?
정리해봅시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득점은 커녕 2루 가는 일도 드문데. 범타로만 죽는게 아니고, 삼진이 뻥뻥 나오는데
상대방은 꼭 중요한 데서 연타 터지는데 중계 플레이로 0.1초씩 빨라서 아웃.
이런 때는 ' 아 역시 우리 일본은 수비가 정말 좋아' 하고 만족하지 않습니다;;;;;;;;;;;;;;;;;
'아 오늘 저 수비들이 조금씩만 리듬이 안 맞았다면...'
이건
표면상으로 본헤드 플레이들 때문에 겨우 이긴 경기?
가 아니라
완전 더할 나위 없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힘도 못쓰게 하면서
몇번이고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심리적 초 압승입니다.
KBL 좋아하시는 분들 공감할 만한 점수 비유 해 볼까요.
원주 동부가
김주성 강대협 이광재 다니엘스 다 터지면서 장난하듯이 110대 70으로 1차전을 이겼습니다.
와. 수비는 늘 하듯이 잘 됐고 득점력까지. 올해 우승은 더 볼 것도 없겠다.
근데.
그 다음 경기에서
65대 60으로 진 격.
거기에 상대방이 이지샷 미스들만 안 했으면 75대 60 정도로 졌을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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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에 차이는 보여도 1~3 점 정도를 할 경기가 콜드가 되자
그 다음 경기가 이렇게 됐습니다.
여기서 더 지면 우린 끝난다 라는 심정으로
더 없는 집중력으로 임했던 첫 경기 때
직구 변화구 할 거 없이 마구 쳐댔던,
신들린 득점포를 쏘아댔던 일본은
경기가 안 풀리자
이 전 경기에선 다 골라냈던 유인구에 번번이 붕붕~
리벤지 성공해서 신났던 4번 타자는 완전 눈에도 보이는 바깥쪽 공들에 붕붕~(타격폼 또 망가졌죠?)
심지어...아 솔직히 1사1루에서 sacrifice 번트 댈 때는.
아시아 야구 맹주 일본... 좀 안쓰러웠습니다.
1사1루에서 보내기는 스몰볼도 아니잖아요...
'우리 어떻게 제발 1점이라도 낼 방법이 없을까'
한국은 어떠했나요?
대놓고 MVP는 봉타나,김결승타
저는 숨은 MVP로
이종욱을 꼽겠습니다.
정말 알토란 같은 출루.
거기에다, 잡힌 공?
완전히 노려서 밀어치는 공인데 야수들한테 갔을 뿐입니다.
집중력
집중력.
나이키에서 나온 WBC 티셔츠
프린트 된 헬멧 쓴 모양새 하며 체구가
완전 이종욱, 이용규 모양새 였는데
뒤에 문구하며 완전 개간지다 싶어서 살까 말까 돈 땜에 말았는데
살 것 같은.
콜드패는 패배의식과 무기력을 불러온 것이 아니라
차분함과 집중력을 가져왔습니다.
오늘 보여줬죠.
이제 스몰볼 우리가 찜!
일본 입장에서 오늘
한번 정도 고비를 넘기면
'위기 뒤에 기회' 이게 맞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휴 다행이다' 의 경기였습니다.
6회 이후에 투수 교체 타이밍은 역시
김인식 감독 양상문 코치 신들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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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전에
한국과 일본 잘하면 5번까지 붙는다.
저는 이거 눈에 보이는 전력으로는
일본에서 두번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은 콜드 승 이후에
더욱 더 그렇게 생각했을수도 있죠.
저는 일본이 오늘 경기로 지난1차대회, 올림픽
가장 굴욕인 의미의 경기다.
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살짝 예상 및 상상해봅니다.
미국 가면서 일본은 이제 기세에 큰일이 났습니다.
한국은 전화위복이 무슨 뜻인지 네이버에 찾아 볼 필요도 없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
만약 다시 일본과 붙게 되면
김인식 감독은
김광현을 쓸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되찾은 슬라이더 낙차 각으로
사무라이 목검들 붕붕 헛 선풍기질 하는 모습이 갑자기 그려집니다.
찬호형, 승엽이형
이제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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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아... 정말 오늘 이겨서 기분이 너무 좋아, 계속 기스게를 떠나질 못하네요. 제가 볼때도 오늘은 말그대로 완봉승입니다.
저도 질바에야 차라리 크게 지는게 나을거라고 말하긴 했지만, 말이 쉬워서 그랬지 진짜 우리 선수들이 대단하네요 확실히 콜드패 게임엔 준비도 마음가짐도 일본에 비해 부족했던거 같습니다 또 워낙에 김광현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었고요 정말 너무 뿌듯합니다 ^^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지더라도 욕할생각 없었는데 이겨주네요 크게 이기는것도 좋지만 1:0 승부라 더욱 짜릿합니다
글 정말 잘 쓰시네요. 추천이 있다면 한 열개 찍어드리고 싶습니다.
글 정말 재미있고 공감가네요^^;
오...정말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