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홀 펍피시 Devils Hole pupfish
김광명
집이 이사를 갑니다 사실은 누군가 운반하는 중이죠 그는 작은 물고기 한 마리였습니다 대문에는 멸종이라고 명패를 달았지요 사막 한가운데 창문이 그 집의 전부였어요 모든 것과 재판에 걸려 있었지만 그는 살았습니다 아 말 못 한 게 있어요 그 집 창문은 유리가 없었어요 없다는 것은 자유를 뜻하지만 후손이나 연예인이나 미사일이나 작은 소송에도 대항할 벽이 없었던 것이죠 사랑은 행복한 시간이 아니라 수백만 가지의 순간이라죠 어느 날 그는 사진을 보다가 죽었습니다 정확히는 프리챌이 목에 걸려 죽었어요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결국 죽었어요 프리챌이 목에 걸려서요 그믐은 끝이 아니라 숨 고르기 같은 거잖아요 시간이 먼저 가라앉고 남아있는 나무에 멸자가 새겨지기 시작했죠 그의 지느러미가 물살에 떨릴 때마다 집이 생겨 났어요 그렇잖아요 많은 순간이 그에게 있었거든요 순간은 끝없이 반복됩니다 그는 아직 사진을 보고 프리챌을 삼키고 창문에 글을 새깁니다 수백만 가지의 순간이 웅덩이에 얹혀 떠돌고 있습니다
― 계간 『시와징후』 (2026 / 여름호)
김광명
경남 거창 출생. 2022년 《시와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