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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불법행위 없어”
이재용 회장· 미래전략실 관련자들도 모두 무죄
시민단체 “옛 삼성물산 주주·국민연금 손실 명백”
엘리엇-한국정부 간 분쟁 촉발, 1300억 물어줄 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 합병 1심 재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행위와 시세 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한 합병 등 불법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1심 재판은 검찰이 2020년 9월 1일 기소한 후 약 3년 5개월 만에 열렸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최종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이 사건으로 2년 3개월 가까이 재판을 받고 있다. 2023.7.7. 연합뉴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5년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쪽으로 설계돼 논란이 많았다. 특히 두 회사 주식 가치 책정에서 옛 삼성물산 주주 등 피해를 보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이의 제기가 빗발쳤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2015년 5월 결의한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1주에 삼성물산 0.35주였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약 23% 보유하고 있었고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다.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대주주인 구조였기에 제일모직 주식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하면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경영권 승계에 유리했다. 이런 구조 탓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목적이 삼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꼼수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물산 지분을 가지고 있던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해 많은 이해관계자가 합병에 반대했다. 국민연금도 반대할 명분이 충분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민연금에 외압을 가해 합병에 찬성하도록 강요했다. 이는 국정농단 특검 수사로 불법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에 연루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결과 국민연금은 최대 1658억 원의 손해를 봤다.
삼성물산 합병은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의 빌미가 됐다. 합병 당시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상설중재재판소에 ISDS를 제기했고 일부 승소 판정을 받았다.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정부 책임을 인정한 셈이다. 중재재판소는 한국 정부가 법률비용과 지연이자를 합쳐 1300억 원을 엘리엇에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검찰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이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삼성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이 회장을 기소했다. 그룹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격인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제일모직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부정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이 명시한 공소사실은 거짓 정보 유포와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 조종 등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검찰이 대주주 이익을 위한 약탈적 불법 승계 계획안이라고 주장한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서도 “기업 집단 차원에서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인 사업 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건 자연스럽고 필요한 업무이기도 하다”며 이 회장 쪽 손을 들어줬다. 미래전략실의 자금 부서에서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종합 검토한 보고서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 거짓 공시와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에 대한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분식회계 혐의도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여 피고인들에게 분식회계의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변 공익변론센터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2020년 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부당하다며 관련 주주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이 회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은 당시 정황과 상식에 반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개혁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달 22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1심 선고! 이재용 경제범죄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1심 재판부에 시민 2000명의 서명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재용 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목적이 이 회장의 삼성전자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에 있었는데도 마치 합병에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옛 삼성물산 1주당 부여되는 제일모직 주식은 0.35주에 불과했는데 삼성물산 매출액이 제일모직 대비 5.6배, 자산총계는 3.1배나 더 컸다는 점에서 제일모직 가치를 너무 부풀렸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 이 회장은 옛 삼성물산이 소유한 약 4%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해 ‘이 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력을 더 공고히 한 데 반해 삼성물산 회사와 주주는 큰 손실을 봤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은 경제적 손실 여부를 차치해도 한국의 시장경제 질서와 기업경영에 대한 신뢰를 심각히 훼손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재벌총수의 경제범죄 봐주기식 판결은 장기적으로도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재벌들은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그룹 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긴 판결"이라며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또 "1심 판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 합병이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도 배치되는 결과"라며 "방대한 증거와 선행 판결을 두고도 무죄를 판단한 법원의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경실련도 "대한민국의 경제사법 정의가 무너졌다"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법원과 검찰은 이 회장의 소유지배 확립을 위한 30년 대서사시의 충실한 조연이었던 건 아닌지 참담하다"고 주장했다.
출처 : 법 위의 삼성…이재용 경영권 꼼수승계 면죄부 준 법원 < 경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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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엘리엇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진 결과이지요.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를 이용해 조단위 배상금 청구를 한다고 했으니.
정부는 1,000억원 이상을 세금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닌지...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