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끌고 충장사 앞에 주차한다.
문정상회가 열려있어 물을 네병 산다.
주인 할머니께 충장공 김덕령 평전이 남았나 물으니 다 떨어지고 지금도 가끔 묻는 사람이 있다 한다.
은행잎이 길가에 수북한 역사길 돌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길은 질퍽이고 사람다닌 흔적이 없다.
단풍나무 가지가 내려왔지만 아직 덜 붉은 채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충장사에도 들르지 않고 바로 산길로 들어섰다.
낮은 등성이 오르막을 가는 길이 거의 원시림이다.
이 길을 만든지는 언제일까?
아주 전에 다니다 묻히고, 누군가 다시 돈을 들여 이름을 붙여 살려내고.
그리고 또 어느 순간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너무 오랜 길처럼 묵어있어 친구들한테 괜히 미안하다.
잔돌이 낙엽 속에 묻혀 잇어 발 딛기가 조심스럽다.
친구들을 돌아보며 사진도 찍으며 조금 진행하니 구후재가 나타난다.
옆문이 나 있지만 잠겨 있다. 담 위로 플라스틱 기와가 얹힌 지붕을 담 밖에서 본다.
앞쪽의 귀후재 현판이 달리 문은 다가가기도 힘들다.
길이 조금 드러나자 친구들을 내려보내고 뒤따라 간다.
지진관측장치가 있는 단풍나무길에 들어서니 희용이가 좋다고 한다.
나 혼자라면 풀과 덤불을 헤치고 계곡으로 내려갔을테지만 그들을 따라 단풍길을 내려간다.
풍암정으로 건너는 입구에 화장실이 있다.
어제 나와 술을 더 마신 경태가 늦다.
풍암정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의 돌이 젖어 있다.
친구들한테 미끄럼 조심하라면서 난 계곡의 바위로 건너뛴다.
정자에 있는 친구들을 찍고 '풍암'글씨를 찍다가 바위에 미끄러져 신발을 적신다.
그리 차지 않다.
현판을 나만 찍는다.
전나무 뒤로 길을 안내하여 다시 원시림 같은 옛길을 걷는다.
광일목장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농로로 나온다.
다시 단풍길로 드어서니 물든 단풍나무 몇 그루 보인다.
분청전시관은 공사중이다.
금곡마을을 지나 충효동으로 가는 길을 잡는데 기억이 아스라하다.
시멘트 산길로 오르다 옹색하게 밭 옆을 도니 눈에 익은 소나무가 나타난다.
축사와 충효분교를 지나 왕버드나무에 앉은 고양이들을 만난다.
12시가 진즉 넘어 배가 고파온다.
친구들도 힘들어 보인다.
점심을 떡갈비를 먹자고 지실마을 앞 전라도까지 걸어간다.
점심 후 소쇄원에 걸어가려고 거기까지 갔는데 화요일이 정기휴일이라고 닫혀 있다.
돌아와 동원정에 들어가는데 청국장과 양탕이 있다.
희용이와 난 양탕을 주문하고, 인환이와 경태는 다슬기청국장을 주문한다.
할머니가 와 며느리 자랑에 소리하는 아들 자랑을 한다.
청국장에 다슬기가 들어있지 않다고 하자 다시 끓여 온다.
희용이는 청국장 냄새가 진동한다는데 할머니는 냄새도 없고 우리집 찾아 멀리서 오는 이도 있다고 자랑하신다.
희용이는 냄새가시지 않은 양탕을 겨우 먹는다.
인환이가 그래도 청국장이 먹을만하다고 하는데 날 위로하는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