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등산일정 소개
【출발편】
15년을 벼르던 백두대간종주였다. 그 동안 조금 과장해서 수십 차례 이상을 계획하였으나, 나태함으로 인해서 번번히 무산되어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4일∼25일간 지리산종주를 하면서 백두대간종주를 결심하게 되었다. 중간중간 백두대간 코스를 밟아 본적은 있지만 무시하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1월 중순에 산행계획을 세웠었는데 무산되었다. 그 후에도 3 ∼4차례 계획하였다가 무산되어 버렸다. 이러다가 또 용두사미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한 산행인데 여기서 중단할 수 는 없다는 마음으로 이번 산행을 시작했다.
3월 10일 22:00분 집을 출발, 서울역에서 11:20분 기차를 타고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3월 11일 04:40분이 되었다.
아직은 날씨가 조금 쌀쌀해서 그런지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택시타는 곳으로 가는데 등산객 한 분이 성삼재로 가는데 같이 합승하자고 하길래 얼마냐고 물었더니 25,000천원은 줘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반반씩 부담하기로 하고 성삼재로 향하면서 어디서 오셨냐고 물어 보았더니 일산에서 전주를 거쳐오는 길이라고 한다. 택시 기사한테 물어 보았더니 올라가는 길은 성삼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과 관리공단 직원들이 제설작업을 해놓아서 택시는 올라 갈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매표소는 그냥 통과해서 05:15분 성삼재에 도착하니 5∼6명이 산행준비를 하고 있었다.
【산행편】
스패츠를 차고 등산로는 미끄럽지 않을 것 같아서 아이젠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오버트라우져는 꺼냈다가 상황을 봐서 입기로 하고 배낭에 그냥 넣었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05:25분 성삼재를 출발해서 코재로 향했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둥그렇게 떠 있어 제법 운치가 있어 보였다. 코재로 향하는 길은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05:50분 코재에 도착하니 저 멀리 구례시내의 불빛이 가까이와 닿았다. 종석대는 코재에서 정서쪽에 위치해 있다. 코재에서 종석대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부시럭소리가 들려서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무서운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돌아 갈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돌맹이 하나를 집어서 소리나는 곳으로 던졌는데도 부시럭소리가 났다. 큰짐승은 아닐꺼라 생각하고 청설모나 다람쥐겠지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렌턴을 켜고 등산로로 들어섰다. 초입에서 종석대전 작은 봉우리까지는 러쎌이 되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러쎌이 되어 있지 않았다. 종석대로 올라가기 전에 오바트라우저(하의)를 입고 올라가는데 허리까지도 빠지기도 하면서 능선으로 짐작되는 부분이나 짐승(토끼 등)의 발자국을 따라 종석대(06:25)에 올랐다.(일단 짐승이 다닌 길 은 눈이 많이 쌓여 있지 않을 것이라 판단함).
종석대에 오르니 뒤쪽으로 어둠속에 노고단이 시야에 들어 왔다. 배낭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타이머를 작동시키고 사진을 촬영하였는데 잘 나올지는 모르겠다. 종석대에서 성산재로 내려오는 등산로는 처음에는 북서쪽으로 가다가 정북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작은 싸리나무, 억새풀 등이 있어도 산행하기에는 별로 힘이 들지 않았으나, 중간쯤 내려오자 쌓인 눈이 점점 많아지고 러셀도 되어 있지 않고 눈도 무릎까지 쌓여 있었으나 하산길이라 그런지 조금밖에 힘들지 않았다.
07:10분에 성삼재에 도착하니 몇몇 사람이 도착해서 기념촬영하고 등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복대로 향하는 등산로는 구례군 천은사에서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달궁)로 넘어가는 도로를 따라 300여 미터를 내려가다가 좌측에 있는 이정표를 따라 능선으로 올라서면 된다. 등산로는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작은고리봉 근처에서 약간 경사져서 올라가게 된다. 등산로는 눈이 점점 많아졌으나 러셀이 되어 있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작은고리봉(08:07)에 올라서니 노고단, 만복대 능선이 한눈에 들어 왔다.
작은고리봉에서 묘봉치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완만하였으나 눈이 무릎을 넘게 쌓여 있었다. 묘봉치(08:43)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위안리(상위)쪽으로 하산하게 된다. 만복대는 계속해서 북쪽으로 전진하면 된다. 묘봉치를 지나자마자 헬기장(만복대까지 3km 08: 47)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묘봉치를 출발한지 20분 정도 되었을까 저 멀리 만복대 밑에서 4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반가울 수 가 없었다. 앞에 가고 있는 사람들이 러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쌓인 눈이 무릎을 넘어 허리까지 닿을 정도가 되었다. 러쎌자국을 따라 부지런히 올라갔다. 앞에 있는 사람들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쉬지 않고 30여분을 올라가니 그때까지도 휴 식을 취하고 있었다(만복대까지 1.3km 09:35∼09:55). 일행과 같이 준비간 음식을 먹으 면서 이야기를 해보니 성남에서 왔다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처음 성삼재에서 등 산준비를 하면서 마주쳤던 사람들이었다.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니었다. 이분들이 러쎌 을 해 놓지 안았다면 어쩌면 중간에서 포기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배낭을 꾸려서 출발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경사가 조금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역시 많은 눈이 쌓여 있어서 교대로 러쎌을 하면서 올라가니 어느덧 만복대(1,433m 10:35) 정상이었다.
정상에서 되돌아본 스카이라인은 그야말로 웅장하고 왜 지리산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지리산은 어디를 올라가도 역시 지리산이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 했다. 정상주를 먹고 증명사진을 촬영한 후 11:05분 하산을 시작했다. 성남에서 온 사람들은 정령치에서 하산한다고 한다. 나는 여원재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작별을 하고 서둘러 먼저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이제는 아예 허리까지 빠지기 일쑤였다. 10여분을 내려가다가 너무 힘이 들고 지쳐 성남에서 온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같이 하산하기로 했다. 다시 성남일행을 만나 교대로 러쎌을 하면서 내려오니 한결 나았다. 하지만 해도 너무 하는 것 같았다. 아예 허리까지 빠져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기를 여러 번 정령치를 얼마 안 남기고 정령치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만났다. 아이들 두명을 포함해서 15∼16명이 성삼재까지 간다고 한다. 그게 12:45분 경이었는데 성삼재에서 오면서 러쎌을 해놓았지만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12:50분 정령치에 도착해서 먹다 남은 김밥을 먹고 성남일행과 해어져 큰고리봉으로 출발(13:00) 하였다. 원래는 여원재까지 가려고 계획을 잡았었는데 생각보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는 바람에 체력이 떨어져 주촌리까지만 가기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정령치 휴게소는 겨울철이라 그런지 폐쇄되어 있었고 올라오는 도로의 눈도 그대로 있었다. 큰고리봉으로 올라가는데 큰고리봉 밑에 있는 작은 봉우리에 사람들이 보였다. 혼자가 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작은 봉우리에 서둘러 도착(13:10)하니 일가족 3명이 있었다. 정령치 밑까지 차를 타고 올라와서 중간에 차를 세워 놓고 여기까지만 올라왔다가 조금 있다가 내려갈 거라고 한다. 컵 라면을 먹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나가 남는데 먹으라고 주길래 염치불구 하고 받아먹고 곁들어서 소주까지 얻어먹었다. 언제 점심을 먹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꼬마가 있길래 과자 한 봉지를 주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익산에 살고 있는데 어머니가 근처에 사셔서 주말에 어머님 집에 들렸다가 잠깐 올라 왔다고 한다. 아쉽지만 일 가족을 뒤로하고 13:30분 출발하였다. 큰고리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제법 있었지만 눈이 많이 녹아 있어 어렵지 않게 정상에 도착(13:50)했다.
올라가면서 바위에서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을 받아먹었는데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갈 증을 다소 풀 수 있었다. 큰고리봉에서 백두대간으로 내려가는 하산로는 북동쪽(바래봉)으로 난 길을 따라 가지 말고 큰고리봉에서 북서쪽으로 바로 하산하는 길이 있는데 이 길을 따라가야 백두대간으로 이어지게 된다. 흔히들 백두대간하면 큰산으로 이어져 있는 능선으로만 생각하는 데 잘못된 생각이다. 하산로는 군데군데 급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등산객들이 큰고리봉까지는 올라왔었는지 러쎌이 되어 있었으며, 눈도 많이 없어 하산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코재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백두대간종주 리본이 달려 있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다.(그러다 길 잃어버리면 큰 코 다칠껄) 중간쯤 내려왔을까 1m정도 되는 철조망이 나타났다. 철조망을 우측으로 끼고 계속 하산하다보니 어느덧 철조망은 없어지고 마을이 가까워 지고 있었다. 눈은 거의 하산이 끝나는 지점까지 있었고 조금 미끄러웠다. 주촌리 마을 초입에 도착하니 14:42분이었다.
【귀경편】
원래 계획은 14:30분까지 도착할 계획이었는데 생각보 다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체력이 생각보다 많이 소진되었다. 할 수없이 고기리에서 남원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15: 00분에 있어서 기다리기로 하고 버스 타는 곳을 찾는데 갑자기 뒤에서 자동차 경적소 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 큰고리봉 밑에서 만났던 그 가족 일행이었다. 너무 반가운데 운봉읍내까지 태워준단다. 얼마나 고맙던지 세상은 이런 맛으로 살아가는가 보다.
20여 분을 달렸을까 고개 같지도 않은데 여원재라는 이정표가 도로옆에 보였다. 아! 여기가 여원재구나 원래 계획대로라면 여기까지 왔어야했는데 아쉬움이 컸지만 다음으 로 기회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남원으로 가는 버스가 앞에 보이는데 그분의 어머니집을 지나쳐서 쫓아가게 되어 더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남원경찰서요천 경찰초소 앞에 내려(15:05) 주었는데 고맙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스패츠하고 오바트라우져를 벗어 배낭에 넣고 남원행버스를 기다 렸다가 15:10분 버스에 올랐다. 요금은 700원 이란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15:24 분이었다. 동서울행버스를 알아보니 16:20분에 있단다. 고속버스터미널로 갈까하다가 서울에 도착하면 집으로 가는 버스를 한번만 타면 되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16:20분 남원을 출발해서 3군데 중간경유지를 거쳤다가 동서울터미널에 21:10분에 도착하였다. 마석행버스(1115-2번)를 30여분을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10: 10분이었다. 이번 산행은 힘들었지만 보람있고 의미있는 산행이었다.
첫댓글 의지의 한국인 김명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