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혈변의 양상
혈변은 변에 피가 묻어 나오거나 섞여 나오는 현상으로 어린이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며 부모들을 대단히 불안하게 합니다. 혈변의 색깔은 출혈부위나 출혈량에 따라 달라 선혈변, 흑혈변, 잠혈변으로 구분이 됩니다. 선혈변은 선홍색이나 밤색의 피가 항문을 통해서 나오는 것을 가리키는데 순수한 혈액만 나올 수도 있고 굳은 변에 혈액이 묻어 나오거나 대변과 혈변이 섞여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출혈 부위가 항문에 가까울수록 변에 소량의 혈액이 섞여도 비교적 쉽게 확인이 되며 밝고 선명한 색을 보이지만 항문에서 멀어질수록 밤색으로 되고 소장에 가까울수록 거무스름해져서 흑혈변에 가깝게 됩니다. 그러나 대량의 상부위장관 출혈시에는 혈액의 설사 효과로 인하여 선혈변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흑혈변은 끈적끈적하면서 번들거리는 검은 타르 모양의 변으로 혈액이 위장관을 통과하면서 혈색소가 분해되어 나타나며 식도, 위, 십이지장에 출혈성 병변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잠혈변은 변에 소량의 혈액만 섞여 있어서 육안 적으로는 식별이 되지 않고 화학적 시약을 이용한 검사를 통해서만 확인이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원인 불명의 철결핍성 빈혈이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잠혈변 검사를 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와는 달리 Kool-aid, 토마토, Jell-O, beets, 앰피실린 계통의 항생제 등을 먹었을 때 선혈변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철분 제제, 비스무스, 감초, 시금치, 초콜렛, 숯가루 등은 대변을 검게 보이게 하여 흑혈변이 있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습니다.
2) 혈변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들
영유아나 학령전기의 아이가 평소에 변비가 있거나 변비가 없더라도 단단한 변을 보면서 선홍색의 피가 대변가에 묻어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항문 주위가 찢어져서 생기는 현상이며 어린이에서 직장 출혈의 가장 많은 원인이 됩니다.
신생아나 영아 초기에 비교적 무른 대변에 선홍색 피가 실이나 반점처럼 묻어 있으면서 약간의 점액이 함께 나올 경우에는 알레르기성 직결장염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설사변과 함께 점액이 섞인 혈변을 보이면 세균 감염에 의한 대장염을 확인해야 하고, 건강하게 보이는 어린이에서 소량의 선홍색 혈변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경우에는 연소성 용종을 의심해야 합니다. 또 평소에 건강한 영유아가 갑자기 반복적인 복통과 함께 건포도 젤리 변을 보이면 장중첩증을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장출혈과는 다르게 야간에 발생된 비출혈이나 비강내 출혈을 삼켜서 흑혈변이나 토혈로 나올 수 있고 사춘기 여자에서 초경이 시작될 때 선혈변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혈변을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며 원인 질환에 따라 혈변의 양상도 다릅니다. 그러나 어린이에서 혈변은 어른에서와는 달리 심각한 질환에 의해서 유발되는 경우는 드물며 그 원인도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나이에 따라 혈변의 원인이 일정한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에서 혈변의 원인을 우선 감별하는데는 나이가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나이에 따른 혈변의 대략적인 원인을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생아기 (생후 30일까지)
분만 시에 모체 혈액을 삼킨 경우
모유 수유를 하면서 갈라진 유두를 통하여 모체의 혈액을 삼킨 경우
난산, 신생아 패혈증, 신생아 뇌수막염 등의 스트레스에 의한 위염, 위궤양
알레르기성 직결장염
신생아 출혈성 질환
신생아 괴사성 장염
(2) 영아기 (1개월 - 2년)
항문 열상 : 가장 흔한 원인
장중첩증
감염성 대장염
알레르기성 직결장염
멕켈게실
위염
(3) 소아기 (2세 - 12세)
항문 열상
감염성 대장염
장중첩증
연소성 용종
알레르기 자반증
소화성 궤양, 위염, 구토에 의한 식도 열상
식도 정맥류
(4) 청소년기 (12세 - 18세)
감염성 대장염
위염, 소화성 궤양, 구토에 의한 식도 열상
염증성 장질환
항문 열상, 치질
식도 정맥류
3) 혈변의 진단과 치료
변에 혈액이 섞이는 현상은 어떤 경우에도 정상적일 수가 없으며 진단과 치료도 혈변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항문 열상과 같이 경미한 질환에 의해 가볍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즉각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벼운 혈변이라도 심각한 질환이 숨어 있거나, 또 많은 양의 출혈이 있는데도 어린이들은 적응을 잘하고 또 외형적으로 뚜렷한 변화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린이가 혈변을 보일 때는 반드시 의사 선생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섭취한 식품이나 약제에 의해서 혈변처럼 보이는 경우라면 특별한 검사가 필요치 않고 다만 혈액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히 확인만 되면 되지만 명백한 혈변의 경우에는 혈변의 원인과 위치를 알기 위해서 육안적 검사, 대변 검사, 혈액 검사, 위 및 대장 내시경 검사, 방사선학적 검사를 선별적으로 시행하게 되며 치료도 원인 질환에 따라서 개별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