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일기(2)
2005.5.8(맑다)
거리에 온통 카네이션 孝의 물결이 살랑인다. 밤새 찌푸렸던 하늘도 대지를 더욱 싱그럽게 드리우는 도다.
산 하늘 입 맞추어 정겹던 내 유년의 뜰,
먼동 햇살 희어 뒷동산 까치 起寢기침 소리 벗 삼아 갈잎 미끄러지던, 울안 복사꽃 미소 익어들어 냉큼 한입 물던,
박꽃 속살 수줍어 달빛 감추어 들던, 아랫마을 마실간 누이 치마소리에 텃밭 질러 들뛰던 이쁜 산 짐승들, 모두가 행복이었다.
제법 퉁퉁 부풀어 오른 몸둥아리 뽐내며 봄처녀 옷깃 유혹하던 뒷 여울, 어머님 고운 손은 발가숭이 세워 놓고 요기조기 빈틈없는 물 세레를 하는 도다. 까막 비누에 성질 급해져만 가던 그때 그 개울에서 말이다. 너스레 가시덤불 사이에 고개를 내민 찔레꽃이 실컷 그 광경을 훔쳐보고도 시치미를 뚝 떼는 약 오름 이었지.
오늘은 돌이켜 그 곳을 한번 가 보아겠다. 땅거미 한 참을 뒤로 하고서야 극징이 홀로 두고 어스레 향하시던 아버님(선친)의 땀 내음 풍겨오려나, 그 일념의 발자욱 소리 여전히 들려오려나?
흩날리는 송화가룰 뒤로하며 도심을 뜅겨 날 무렵, 내 어머님 좋아하시는 곱창전골도 푸짐히 쥐어 들었다. 쇠주 안주도 할 겸 말이다.
제법 차창 밖 싱그런 햇살 내음에 취 들어 마구 흥얼거리다 보니 생각이란 녀석은 점점 더 그 옛을 부르고 있었다.
56번 지방도로, 음성<-> 목도간 도로를 일컬음이다.
어머님 손 놓칠세라 풀풀 신작로 먼지 마시던, 어깨 넘어 장발머리에 뻐금 담배 차창 던지던, 큰물이 났다고 동네 친구랑 음성까지 원정 갔다가 알콜이란 녀석에게 호주머니 제다 털리고 터덜터덜 새벽이슬 한내까지 고성방가 하다가 겨우였던...! 평생 새기어 아스팔트 피치만큼이나 까맣게 타들 가슴 한켠 애통의...그 청춘의 흔적을 지금 막 달리어 본다
그래, 무엇보다도 느릿느릿 오래오래 덜컹거리며 재잘거리던 버스안 스무살 청춘이 있어 그 길, 우정 모두는 감회가 클 것이라 생각된다.
저만치 佛頂불정 이라는 이정표가 춤추듯 선율의 빛에 반사되어 내게 꽂히어 든다.
에라, 이참에 우정의 텃밭에 들러 넋두리나 한번 하자구나. 출발 합니데이!
딱딱해진 추억의 흔적을 조금 더 기어 달리니, 현동 마을 청춘이 생각난다. 쪼개진 달빛 사이로 촉촉이 이슬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세월 묻혀 나르는 강 모래밭에 새벽 취들어 대선이란 놈 큰것 두어 병 즐겨 주거니 받거니 세상 나누던...! 그 친구 그냥 鄭兄(풍림産) 이라 해두자구나. 의리에 인간성까지 조화를 이룬 깔끔의 젠틀이였지. 한번 보고 싶으이. 고개를 드니 민식이는 여름날 다리발에 털석 앉아 달님과 옛이야길 하구 있구먼. 민식아 네 조카 석영인 잘 지내고 있겠지? 그 녀석 매너는 아주 맛깔스러웠지.
그려 그려, 다녀감세.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 좌측으로 산굽이 돌아 원삼뱅이 운학, 정호 벗이 지남철 댕기듯 댕겨드누나. 운학이는 회양이 하구 친척이랬지? 정호 벗 족쇠(결혼) 차구 얼마 안 되었던 것으로 기억 하는구먼. 칡넝쿨이 정호네 앞산을 휘감던 초여름이었지, 건너 방 담근 우정 술 거뜬히 비우던...근데 그 좋아 하던 술을...그려 안마시면 건강에 좋은겨어. .바로 그곳이 꼬마걸리님 유년의 뜰이더군. 꼭대기 집 뺀돌이 명종이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군.
좋은 기분 간직하고 질퍽한 굽이 길을 되돌아 삼방초교를 미끄러지듯 내려오니, 원웅동 회관 한켠 혁배는 판넬 연구에 심지를 키우고 있더군. 그려 80년초 舊충주역 앞을 지나다 한번 보았지. 그때도 무슨 사업을 한다고 그랬지. 엊그제 충주를 지나치다 그곳을 떠올렸지. 이제 카페에서 만나게 되었군. 돌쇠 혁세도 각별했었지. 목도 철기네 아니 명숙이네 시댁(現)에서 신태연 이랑 자취 할 때 양념, 김치깨나 퍼 날랐지. 벗은 기억하려나? 태연이는 어디에 사는지...녀석 말이야. 혁세 벗! 그 우정 가꾸자구나.
그러고 보니 원웅동에서 밤새워 왁자지껄 하던... 함께 몇 놈이서(누구 누구라고는)... 友情우정이 좋았지. 그중 특별히 한 놈 밝히자면 Mr.진(놀미가 집이라나?), 정말 못말렸지. 어찌 그리 하는게 예나 지금이나 똑같냐. 나이 먹어가면서..철좀... 어쨌든, 회관에 막걸리가 동나던 그런 추억 있어 좋았다. 막 풍림 입구에 들어서려니, 종수는 검은 선그라스 오토바이에 누군가를 태우고 꽁지 빠지게 음성천 뚝방을 내달린다. 얼마 후 난 그 주인공이 한 지붕 밑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슥...!!! 쬐그만게 용기백백이더군.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다지?.종수야 제수씨(호 여사)에게 시아주버니가 안부 전하더라고 이르시렴.
조기 조만치 풍림 마을이 평화로이 길 나그네를 반기는 도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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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번호 216 고향일기(1) 감물편에 이어지는 마무리입니다.
초등 1년때까지 유년의 뜰 그곳은 삽작 나서면 또랑 낙차소리 맑그음 전하고, 청석개울이 살포시 미소짓게하는 그런 곳이었지요. 뒷동산 내 친구 까치 웃음소리가 그리워지네요...! 고향을 떠 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고향에 살고 있는 기분이지요..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