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5개 구를 돌기 시작한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요. 세월이 쏜살 같군요.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이제 새로운 이정표를 그리려 합니다.
경기도 산책입니다. 서울 때는 구 단위였지만 경기도에선 시 단위로 돌 예정입니다. 그 시발점을 이미 2002년 4월 인구 100만 명을 넘겨 전국 최대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된 수원시로 잡았습니다. 경기도청 소재지로서 검찰청, 법원, 교육청, 국세청 등 각종 기관과 유명 대학이 있는 행정, 교육문화, 교통의 중심지이지요.
그래도 역시 수원 하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과 행궁이 압권이라 하겠지요. 서울과는 스케일이 다른 경기도 산책을 떠나 보실까요.
광교저수지
광교산을 낀 거대한 저수지는 보기만 해도 마음을 편하게 한다. 수원시와 용인시에 걸쳐 있는 광교산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잔잔한 물결을 출렁이는 광교저수지에 다시 한 번 반하게 된다. 저수지 바깥을 따라 조성된 약 한 시간의 산책길을 걸으며 이 곳의 명성을 또다시 확인하게 된다. 롯데월드 앞 호수 두 개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
영동고속도로 고가와 인접한 공원에서 산책을 시작하면 된다. 그림같이 펼쳐진 풀밭에 정자가 군데군데 놓여 있다. 예쁜 목조 다리가 저수지 끝자락을 가로지르고, 주변엔 수양버들과 분홍 철쭉이 목가적 풍경을 연출해 낸다.
최고의 산책길은 저수지 바깥을 도는 길이 아니라, 저수지와 광교산이 맞닿아 있는 안쪽 길이다. 호수를 보면서 숲 속을 거니는 맛이란. 바깥쪽 길은 보도블록이지만 안쪽 길은 흙길인 것도 장점. 햇살이 뜨겁게 내려꽂히는 데도 이곳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후끈한 여름에 땀을 확실히 날려 줄 산책길이다. 영동고속도로 동수원IC에서 수원 방면으로 나와 경기경찰청 지나서 우회전한다. 경기대학교 앞으로 직진하면 광교저수지가 나온다.
'정조가 앚아 계시던 바로 그 자리에 앉다'
수원 화성의 네 대문 중 북문인 장안문과 상아처럼 하얀 성벽을 만나는 순간, 그 위풍당당한 모습에 매료됐다. 장안문을 통과하자 '신풍문'이란 현판이 크게 걸린 행궁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묘에 왔다가 쉬기 위해 만든 장소가 행궁이다. 팔달산과 화성까지 이어지는 최고의 산책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신풍문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거목이 세월을 잊은 채 서 있다. 높이 30m, 둘레 6m, 수령 600년 이상 된 느티나무로 이곳 사람들은 신목 혹은 영목으로 부른다. 매일 대만 관광객 수십 명이 돈을 벌게 해 달라며 두 팔을 벌린 채 이 나무를 끌어안고 애절하게 기도하는 코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무 옆에는 정조와 혜경궁 홍 씨가 직접 탄 화려한 가마가 놓여 있다.
좌익문을 지나자 행궁의 중심지 봉수당의 넓은 뜰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 왕조 사상 최대의 왕실 행사로 기록된 혜경궁 홍 씨의 회갑연(1795년)이 펼쳐진 곳이다. 정조는 이 행사를 위해 서울에서만 6000명을 끌고 왔다. 봉수당에는 정조 부부가 회갑을 맞은 혜경궁 홍 씨에게 예를 올리는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돼 감회를 더한다.
봉수당 왼편에 붙어 있는 장락당과 복내당은 대단히 낯익은 장소이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각각 내의원과 수라간의 촬영지로 맹활약했다. 정조는 장락당에서 6년 동안 꼭 여섯 번 잤다.
다른 곳은 몰라도 낙남헌은 꼭 들러야 한다. 정조가 의자에 앉아 과거시험 등 각종 행사를 바라보던 건물이다. 정조가 앉았던 그 자리에, 황송하게도 엉덩이를 대 본다. 낙남헌의 의미는 정조 시대부터 남은 유일한 건물이라는 점이다. 일제는 행궁을 철저하게 파괴했고, 군정청으로 이 건물만을 남겼다. 낙남헌은 2002년 시민의 뜻으로 복원된 행궁의 산 증인이다.
'팔달산을 거쳐 서장대로'
행궁 주자창 뒤에서 팔달산 회주도로로 이어지는 길을 오른다. 팔달산 중간을 동그랗게 한 바퀴 도는 회주도로에 올라서자 행궁이 한눈에 들어온다. 팔달산 공원 초입에 마련된 약수터는 특이하다. 잘생긴 용머리에서 약수가 콸콸 솟는다.
약수터로부터 1분 거리에 있는 강감찬 장군 동상이 산책의 거점이다. 잠시 발걸음을 놀리면 화성 성벽과 마주친다.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성벽 안쪽과 바깥쪽, 산책길이 두 개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을 택해 걸을 것인가. 목적지는 서장대. 오른편 성벽 안길 중턱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종 중 하나인 효원의종이 있다. 종을 치며 개인의 소원을 빌 수 있다.
200여 년 전 원형의 성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성벽 바깥길은 팔달산의 노송과 야생화 꽃길로 인도한다. 자연과 화성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밖에 없다. 서장대에 오르자 수원, 멀리 오산 일대가 보인다. 세상을 다 품는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리라.
여기서 산책은 새로운 시작이다. 화성의 길이는 5.2km. 화서문 방향으로 잡으면 산책은 또다시 두 시간 연장된다. 만나는 성곽, 각각이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 산책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아, 무한히 펼쳐진 산책길, 그대 이름은 산책객이어라.
산책 포인트☞화성열차 타면 모두 다 '동심'
은색 용머리를 한 빨간색 열차가 팔달산 회주도로를 타고 강감찬 장군 동상 앞에 들어온다. 정조가 타던 빨간색 가마, 즉 어연(御輦)을 재현한 4량짜리, 일명 '화성열차'이다. 화성의 명물 제1순위. 둥글고 검은색의 기차 지붕도 가마의 것 그대로이고, 측면도 용, 기린, 해태, 범, 코끼리 등이 금빛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이 열차에 탄 할아버지, 할머니들조차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환호성을 올린다. 강감찬 장군 동상부터 연무대까지 운행하며 20~30분 간격이다. 달려라, 화성열차. 가격은 대인 1500원, 소인 1000원.
수원 행궁 가는 법
자가용 이용 : 영동고속도로 동수원IC에서 수원 방면으로 직진하면 그 끝이 화성 행궁이다.
대중교통 이용 : 사당역에서 좌석버스 7770번을 타고 장안문에서 내려 5분 걷는다. 양재역에선 좌석버스 3000번을 타고 행궁 앞에서 내린다.
음식점
수원 행궁 앞에도 괜찮은 음식점이 많다. '화성옥'(031-256-7002)은 추어탕(7000원)이 유명하다. 반찬이 20가지. '대원숯불갈비'(031-246-8796)는 소갈비와 돼지갈비가 질과 양 면에서 훌륭하다.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으로 유명한 '기문한식'(031-255-2686)은 갈치정식, 동태찌개가 일품이다. 70년 된 기와집에 자리한 '궁전'(031-257-0556)에선 수원의 전통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목우촌'(031-244-8841)은 도토리 냉면과 참나무 숯으로 요리한 돼지갈비가 유명하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