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가 조합원들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 전공노는 지난 9월 2일에서 4일까지 충남 아산 도고글로리 콘도에서 제1기 공무원 노동자 학교(학교장 공무원노조위원장 김영길)를 열었다. 전공노는 이 학교의 교육자료(이하 자료)에서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조직위원장 박세길이 발제한‘세상을 바꾸는 철학,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주체사상을 조합원들에게 교육하였다.
먼저,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주체사상과 대남적화통일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자신들의 주체사상은 막스레닌주의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바탕으로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독창적이고 우월적인 사람중심의 사상체계라고 선전하여 오고 있다. 주체사상에 의하면, 변증법적 유물론은 물질과 의식과의 관계라는 철학의 근본문제에 대해 해답을 주어 물질로서의 세계(유물론)의 운동법칙(변증법)을 해명하였다고 본다. 다시 말해 변증법적 유물론이 첫째,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의 법칙, 둘째,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양질전화의 법칙, 셋째, 부정의 부정을 법칙을 통해 물질 세계의 보편적 운동 법칙을 해명하였다는 것이다.
주체사상은 하지만 막스레닌주의의 변증법적 유물론은 물질 세계가 그것과 구별되는 ‘사람’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를 해명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였다고 본다. 이에 비해 주체사상은 물질세계를 다시 사람과 세계로 분리해 내고, 이를 철학의 근본문제로 삼아, 사람이 의식성, 창조성, 자주성을 갖는 사회적 존재로서 세계를 개조해 나간다는 이른바 사람중심의 세계관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주체사상은 변증법적 유물론을 뛰어넘는 독창적이고 우월한 철학적 혁명이론이라고 북한은 선전하여 오고 있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이러한 철학적 원리를 사회역사에 적용시켜, 사회역사의 주체는 인민대중이며 인류역사는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위한 투쟁의 역사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회역사운동인 인민대중의 창조적 운동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사상의식이라고 본다. 아울러, 북한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내세우면서 수령이 곧 인민대중의 최고뇌수이며, 때문에 수령이 자주성을 위한 투쟁의 결정적 주체가 된다는 수령론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주체사상에 있어서 이러한 사람중심의 철학원리, 사회역사 원리, 수령론의 이론체계는 막스레닌주의에 있어서 변증법적 유물론, 사적 유물론,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이루어진 이론체계에 대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러한 주체사상에 바탕한 대남적화통일전략으로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론(NRPDR)을 주장하여 오고 있다. 그 내용은 '남조선혁명은 남조선의 혁명세력이 주체가 되어 수행해야 한다'는 일종의 '지역혁명론'이며, 남한의 적화는 바로 사회주의 혁명으로 나아가지 않고 일단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거친다는 ‘단계적 혁명론’이다. 여기서 말하는 민족해방이란 남한은 미국의 식민지이기 때문에 적화의 최우선 과제를 미국을 몰아내는 반미투쟁에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수적 열세인 혁명주력군을 보충하기 위해 광범위한 통일전선전술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북한이 규정하고 있는 통일전선의 조직상 원칙을 살펴보면, 「계급노선을 견지하며 군중노선을 견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남한 혁명의 주력군인 노동자와 농민, 청년학생, 진보적 지식인 동맹을 핵심으로 삼는 계급노선을 견지하면서, 소자산계급과 애국적 민족자본가 및 각층 민중과 연합하는 군중노선을 결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에서 북한에서 말하고 있는 주체사상과 대남적화통일론인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론을 살펴보았는데, 전공노의 교육자료중 “세상을 바꾸는 철학,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라는 내용은 수령론에 대한 자세히 언급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북한의 주체사상 및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먼저, 자료는 p54에서 ‘첫 번째 주제 - 사물의 발전 법칙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으로 p66까지 막스레닌주의의 변증법적 유물론의 세 가지 법칙을 차례대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물의 발전 법칙은 모두 세 가지로 이루어졌다.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의 법칙, 양과 질의 상호전화 법칙, 부정의 부정의 법칙이다. 이중에서 기본을 이루는 것은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의 법칙으로서 사물 발전의 동력이 무엇인지를 밝힌다. 양과 질의 상호전화 법칙은 그러한 사물의 발전이 어떤 구조로 진행되는지를 알려준다. 부정의 부정이 법칙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사물이 주기성과 전진성을 갖게 됨을 밝혀준다, 즉 사물 발전의 경로를 규정한다." 앞서 말한 막스레닌주의의 유물론적 변증법 그대로다.
다음으로 자료는 p66에서 ‘두 번째 주제 : 사람중심의 세계관, 민중 중심의 역사관’이란 제목으로 주체사상에 대해 본격적으로 설명을 시작한다. 자료는 p67에서 변증법적 유물론이 진리임을 전제하면서도 유물론적 변증법이 “자연 세계의 법칙을 사회영역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은 근본적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고 그 한계를 지적한다. 아울러 “물질운동의 양상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사람인 것이다. 그로부터 사람의 역할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세계를 설명할 수 없으며 반대로 사람의 역할을 중심으로 세계를 대할 때 세계를 정확히 볼 수 있다는 고민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하여 이른바 사람중심의 세계관이 나타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는 p68에서 본격적으로 “이로부터 사람이 연관을 맺고 있는 영역 안에서는 사람의 역할을 중심으로 세계를 보는”사람 중심의 세계관이 성립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 “사람과 세계의 관계를 철학의 근본문제로 제기함으로써 물질과 의식과의 관계 문제를 철학의 근본문제로 삼았던 종전의 철학과는 구성과 내용에서 전혀 새로운 단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북한이 주체철학을 사람중심의 철학이라고 하면서 변증법적 유물론을 뛰어넘어 사람과 세계와의 관계라는 철학의 근본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는 독창적이고 우월한 철학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다.
자료는 p68과 p69에서 “사람중심의 세계관이 기존 철학의 내용을 보완한 것이 아니라 구성과 내용에서 질적 발전을 이룩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근대 과학을 대표하는 뉴턴의 역학과 현대과학의 새 장을 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가 갖는 차이에 비견될 수 있다.”고 하면서 주체사상을 한껏 찬양하고 있다.
자료는 p69에서 p71에서 ‘사람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람이 물질세계의 최고도로 진화된 존재로서 뇌수의 의식성, 창조성, 사회적 관계를 통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자주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의식성과 창조성을 갖는 사회적 존재로서 세계를 개조해 나간다는 주체사상의 인간관 그대로다.
다음으로 자료는 p71에서 사람 중심의 사업관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세계를 바꾸기 위한 모든 사업은 사람과의 사업(사람사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고 주장한다. 자료는 소련 사회주의 붕괴경험은 물질적 생산조건을 중심으로 접근했던 철학체계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소련은 물질적 생산관계를 변혁하고 생산력을 높이는 데는 주된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 주인인 사람의 역할을 높이는데는 충분한 주의를 돌이지 못해서 결국 붕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련을 비롯한 구사회주의권의 붕괴가 사상적 측면의 불철저성에 기인한다고 보는 북한의 입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자료는 p71에서 ‘민중중심의 사회역사관’을 설명하면서 “사람중심의 세계관은 ‘사회역사는 민중의 자주성 실현을 위한 의식적인 창조적 운동이다’로 요약되는 민중 중심의 역사관으로 구체화된다. 그리고 사람중심의 사업관은 민중을 변혁의 주인으로 세우기 위한 변혁적 군중노선으로 구체화된다.”고 밝히고 있다. ‘민중’을 ‘인민대중’으로, ‘변혁’을 ‘혁명’으로 바꾸면 인민대중이 사회역사의 중심으로 혁명의 주도세력이라는 주체사상의 사회역사 원리 그대로이다.
자료는 p76에서 ‘변혁적 군중노선-전체 민중을 어떻게 준비시킬 것인가’란 제목에서 ‘변혁적 군중노선’을 “민중을 변혁운동의 주인으로 세우고 민중의 힘을 바탕으로 변혁운동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정의한다. 아울러, p79에서는 ‘계급노선과 군중노선’의 결합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서 민중중심의 역사관에 기초한 변혁적 군중노선이 계급노선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 것으로 “변혁적 군중노선 또한 계급노선과 군중노선을 옳게 결합시킬 때만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라고 주장하고, “계급노선을 견지하는 것은 변혁운동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결코 변혁운동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 변혁운동이 승리하자면 반드시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군중노선과 결합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부연설명하고 있다. 자료는 나아가 “통일전선운동은 바로 이러한 계급노선과 군중노선의 결합이 총화된 결과”라고 하고 “계급노선과 군중노선의 결합은 노동자 농민 등 기본계급 역량을 강화한 기초위에서 구현될 있다. 노동자 농민 등 기본계급이 충분히 힘을 발휘해야 각계각층을 변혁운동의 흐름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쉽게 말해 노동자 농민이라는 피지배계급을 주로 하는 계급투쟁을 주로 하되,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통일전선전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로써「계급노선을 견지하며 군중노선을 견지」할 것을 강조는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을 그대로 복사한 내용이다.
자료는 p77에서 현 시기를 ‘조국통일 대사변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에서는 ‘조국통일 대사변기“라는 용어를 ”민중의 본질과 현상 사이의 간격이 급격히 좁혀지는 시기“라고 어려운 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국통일 대사변기’라는 말은 지난 2001년 9월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이 ‘2001년 민족민주전선 일꾼전진대회’에서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 광범위한 민족민주전선 정당건설로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하여 연방통일조국 건설하자”는 제목으로 채택한 이른바 9월 테제의 핵심내용이다. 9월 테제는 “6.15 공동선언은 머지않은 장래에 분단의 장벽을 걷어내고 겨레를 광명된 통일세상으로 인도할 통일의 대장정이자 이정표이다. 6.15 공동선언 이후 정세는 ‘조국통일의 대사변기’로 규정할 수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이 실현되고 향후 10년을 전후하여 자주적 민주정부가 수립됨으로써 연방통일조국을 완성할 승리의 길이 열리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공노의 자료중 “세상을 바꾸는 철학,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라는 내용은 변증법적 유물론의 한계를 사람중심의 철학이 독창적, 우월적으로 해결하였으며, 사람을 의식성과 창의성을 갖는 사회적 존재로서 자주성을 실현하여 세계를 지배·개조하는 존재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사람들, 곧 민중이 사회역사의 주체라는 보고 이들에 의한 변혁적 군중노선, 다시 말해 계급노선에 입각한 통일전선전술을 주장함으로써 북한의 주체사상과 대남 혁명노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아울러, 자료의 전반부에 있는 “신자유주의와 남한사회, 공무원 노동자”, 그리고 후반부에 있는 “이렇게 하면 10년안에 승리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내용은 20세기의 세계 역사를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의 확대와 그 불안정성의 증가의 역사로, 대한민국의 역사는 미국의 식민지 역사로, 현 시기를 10년안에 민주적 자주정부(인민민주주의정부)를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남인식 및 적화통일 전략과 그대로 일치하고 있다.
공무원의 수장 대통령과 여당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이 순간,
대한민국과 헌법을 수호하고 법을 집행하라고 국민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이 불법적으로 노조를 결성한 것도 모자라 대남 적화혁명의 주력군으로 교육을 받고 있고, 이를 자랑스럽게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걸어놓고, 이에 따라 지금 이 순간도 가열찬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 이 나라에는 국가보안법도, 공무원법도, 국가정보원도, 검찰도, 경찰도, 행정자치부도 다 작동을 멈추었다.
※ 위 자료는 전국공무원 노동조합 홈페이지(www.gongmuwon.or.kr) 자료실-문서자료실-67번〔자료〕제1기 공무원노동자학교 자료집에 있는 내용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