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답사(진부역) : 오대산을 걷다
1. 진부역에서 오대산 월정사로 가는 코스는 잘 정리되어 있다. KTX를 타고 10시 40분 ‘진부역’에 도착하면 11시에 ‘진부터미널’로 출발하는 정선의 ‘와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진부터미널에서는 12시에 월정사행 버스를 탔다.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사이로 버스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일정에 맞춰 이용하면 된다. 이번 답사의 목표는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연결되는 ‘선재길’을 걷는 것이다.
2. ‘선재길’은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기억을 담은 길이라고 말하고 있듯, 잘 알려진 길이다. 약 10km 정도의 거리로 시간으로는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길을 걸으며 명상과 사색의 순간에 몰두한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길은 여유롭고 험하지 않다. 계곡과 숲 사이를 지나면서 순수한 자연의 느낌과 소리 그리고 냄새를 만날 수 있다. 4월 초, 봄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겨울의 흔적도 남아있다. 녹아내리는 눈과 얼음이 조금 위험했지만 난이도는 중간 정도인 산책코스였다. 어제부터 비가 내려 만들어진 안개가 산과 길을 더욱 신비한 분위기로 만들고 있었다.
3. 상원사에 도착하자 또 다른 길이 이어져 있었다. 약 2km의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이다. ‘적멸보궁’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은 특별했다. 연이어 이어져 있는 계단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수많은 계단은 그리 힘들지는 않아도 상당히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코스였다. 계단 하나하나를 따라 올라갈 때 옆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적멸보궁 스님들의 염불 소리가 낭랑하게 퍼져 나오고 있었다. 음악과도 다르면서도 일정한 리듬을 타고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걷기와도 묘한 조화를 만들어내었다. 15시부터 23시까지 ‘적멸보궁 법당’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나오는 목소리인 듯했다. 색색깔의 연등이 여기저기 달려 있었다. 4월 초파일을 벌써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한국에서 절은 산과 만날 때 진정한 의미를 제공해준다. 불교 가르침에서 강조하는 비움과 깨달음은 왠지 도시의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산과 자연이 만들어 내는 고요와 자연스러움이 인간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있었다.
4. 월정사와 상원사 사이의 선재길과 적멸보궁을 걸으면서 오대산의 속내을 하나씩 접하는 기회를 가졌다. 날씨 때문에 다른 코스들은 폐쇄되어 있었다. 오대산의 비로봉 가는 코스는 굳건하게 자물쇠가 잠겨있었다. 너무나 익숙하고 잘 알려진 월정사와 상원사였지만 오늘에서야 제대로 답사한다. 직접 걷고 그 속을 만나자 오대산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아마 몇 번 더 이 곳을 찾다보면 오대산이 좋아질 것같다. 서울에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코스다. 나이들어서도 방문할 수 있는 코스(선재길)로 등록해둔다.
첫댓글 - 선재동자의 구도행이 삶의 길이라고............ 걷는 길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