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본부를 가장 먼저 띄워 일찌감치 2004년 총선 준비에 나선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2004 총선선거대책위원장을 20일 오후 2시 여의도에 있는 민주노동당사에서 만나 2004년 총선 전략과 목표 등 현재 민주노동당이 당면해 있는 여러 가지 현안들에 대해 폭넓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요즘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선대본일기에 노회찬 총선선거대책위원장은 그 인터뷰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서프라이즈의 지승호 기자와 인터뷰를 하였다. 그는 수십 개의 질문을 준비해 왔다. 질문의 범위도 넓었다. 민주노동당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았고, 그만큼 멀리 있었던 셈이다. 마지막 질문은 좋아하는 정치인을 말하라는 것이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이다. 그러나 쉽게 답변했다. 레닌, 호지명, 주은래. 보도되면 한나라당에서 문제 삼지 않겠냐고 물어 왔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내일은 레닌이 서거한 지 80주년이 되는 날이다. 오늘 밤 많은 눈이 내렸다"
그랬다. 어떻게 보면 더 가까울 수 있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난 늘 멀리서 보고 있었고, 그만큼 알고 싶은 것도 많았던 것 같고, 노회찬 사무총장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대답해주었다. 인터뷰는 1시간 반 가량 이루어졌다. 노회찬 사무총장은 진보정당추진위원회 대표, 매일노동뉴스 발행인, 16대 대선 민노당 선대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민주노동당 2004 총선선거대책위원장과 사무총장, 매일노동뉴스 고문을 맡고 있다. 올해 초 한겨레신문이 뽑은 '미래 한국을 열어갈 100인'에 선정된 노회찬 사무총장은 "꿈은 이뤄집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한다면.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복지국가, 모든 차별과 억압이 철폐되는 평등한 사회, 외세로부터 독립한 당당한 자주국가, 분단체제가 종식된 하나의 코리아,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는 문화국가. 우리가 묻힐 조국의 모습입니다"라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지승호(이하 지) - 한겨레신문에서 뽑은 미래 한국을 열어갈 100인 중 정치분야 11인에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그 기사에 보면 "민주노동당 소속 노회찬과 심재옥은 현재 중앙정치에서 배제되어 있는 소수 대안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선정되었다. 한국 정치의 탈지역화와 정책 차별성에 입각한 정당구도 확립을 위해 절실히 그 성장이 요청되는 정치세력을 이들은 대표한다"고 평했는데요. 선정되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노회찬(이하 노) = 저는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럽긴 했지만, 한겨레신문이라는 공적인 장에서 (이게 진보정당을 가리키는 건데) 진보 정당의 자리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용기를 얻었습니다. 진보 정당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것과 진보정당의 역할에 대해 일정하게 평가를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구요.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겠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지 - 좌파 정당 같은 경우 인물보다는 시스템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현실 정치에 있어서는 국민들이 인물을 보고 찍는 경향도 많은데요. 정치에서 인물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대중들에게 있어서 민주 노동당 하면 딱히 생각나는 인물이 권영길, 노회찬 정도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런 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토론 프로그램에도 거의 단골로 나가시는 것 같은데요.
노 = 좌파 정당이 아무래도 좌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이나 이념을 더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구요. 그러나 좌파 정치의 역사를 길게 보면 그런 것들이 인물로도 많이 표현되어 왔거든요. 오히려 좌파정치에서 더욱 더 그런 경향도 있습니다. 과거 사회주의권의 유명했던 사람들을 보더라도 인격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죠. 민주노동당 같은 경우에도 정책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물은 덜 중요하다는 것은 지금 단계의 설명이지, 지속적인 해명이 될 수는 없다고 보구요. 민주노동당도 그런 색깔 있는 정치인들을 많이 만들어내야 된다,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지지를 받는 그런 주관이 뚜렷한 정치인들이 앞으로 많이 배출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인물에만 기대는 것은 분명한 문제가 있지만, 정치가 인물로 표현되는 것은 정치의 어쩔 수 없는 측면이고, 그런 면에서 민주노동당도 향후에 많은 인물을 배출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 - 문화적인 측면에서 많이 얘기되는 것처럼 작년 상반기 가장 잘 만들어지고, 흥행에도 성공한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이나 하반기를 강타한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같은 분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비해 정치권에 들어온 인물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문화가 조금은 있는 것 아닙니까?
노 = 그런 건 아니구요. 그런 정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운동권 문화라고 볼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운동권이 사실은 변명할 것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운동권이 사람을 키우는 문화라기 보다는 오히려 안 드러내려고 노력하는 그런 문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민주노동당 같은 경우는 정치분야이고, 민주노동당에 인물이 적은 것은 우리나라 정치가 현역 국회의원 중심으로 사실상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의원이 아니면 사실상 정치인 대접을 하지 않는거죠. 그런데 아직까지 의원이 없는 속에서도 정치인으로 부각될 자질이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등록된 사람이 없는 것 뿐입니다. 이른바 라이센스를 가진 정치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인물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점들은 지방의원들이 생기고, 지방의원 중에 1년이 지나면서 바로 두각을 나타내는 분들이 여러 분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도 지속적으로 활동을 한다면 얼마든지 인물들을 배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 - 그런 정치문화 때문에 손해보시는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요. 정당지지도는 높지만 의원이 없기 때문에 TV 토론 같은데서도 계속 손해를 보고 있지 않습니까?
노 = 예, 그렇습니다.
지 - 이번 KBS 특별생방송 정개협에 관한 대토론에서도 자민련은 포함되었지만, 민주노동당은 빠졌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KBS가 개혁성향의 정연주 사장이 취임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 노동당은 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그 점 때문에 진중권씨가 정연주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쓰기도 했는데요.
노 = 모든 것을 정연주 사장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질 문제는 아니라고 보구요. 그 부분은 오히려 정연주 사장보다는 KBS 심야토론 제작팀의 견해가 그랬습니다. 물론 사장이니까 모든 걸 대표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저희들은 두 가지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한가지는 이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저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끈질기게 이 상황을 바꿔내기 위한 싸움을 덜 벌이고 너무 점잖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 반성을 하고 있구요. 그 얘기는 다시 말하면 앞으로는 그렇게 안하겠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민주노동당이 참가하는 것은 당위적으로는 맞지만, 사실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지지율 몇%니까 무조건 우리를 다뤄달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언론이 관심을 갖게끔 하는 그런 콘텐츠를 저희가 생산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데, 그 점에 있어서 민주노동당은 사람의 주목을 끌만큼, 감동할만큼의 콘텐츠를 만들어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반성이 많이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 - '앞으로 그렇게 안하겠다'고 하셨는데, 어떤 방법을 취하실 겁니까?
노 = 지금 토론회에서만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방송뉴스, 9시 뉴스 같은데 보도되는 것이 저희들이 객관적으로 갖고 있는 지지율에 비해서도 대단히 보도가 덜되고 있습니다. 신문은 말할 것도 없구요.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를 보면 한달에 한번 날까 말까한 정도구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관해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할 공적인 언론의 책무가 있다고 보고, 언론중재위원회에 KBS를 제소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법적인 것을 포함해서 다각적으로 대응할 생각이구요. KBS는 설 연휴 지나고 정연주 사장을 면담할 제안을 했는데, 곧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다른 신문사 같은 경우에도 신문사의 논조를 떠나서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민주노동당 보도에 대한 편향적인 그런 몇가지 보도행태를 시정시키기 위한 끈질긴 싸움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 - 아까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콘텐츠도 콘텐츠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국민들한테 (물론 이미지 정치라고 폄하되는 부분도 있지만) 감동을 주고,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삼당합당에 따라가지 않는다거나, 부산에서 출마해서 떨어진다거나 ... 그런 것들이 있었는데요. 대선이 끝난 후 유시민씨 같은 경우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대표가 정몽준 후보가 지지 철회를 선언했을 때 만약 후보 사퇴를 했다면 국민들에게 엄청난 감동을 줬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분노를 했었구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런 고려를 해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다면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엄청난 마음의 빚을 안았을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유시민씨의 그 얘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 그것은 전술적인 문제구요. 유시민씨야 그런 주장할 수 있는 거고, 우리도 입장이 거꾸로 되었으면 그렇게 얘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유시민씨의 당시의 논지는 노무현 후보가 대단히 위태롭게 된 상황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민주노동당이 후일일 기약할 수 있지 않느냐는 건데, 그것이 후일을 기약하는 길이라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희들 계산으로는 오히려 존립의 근거 자체도 박탈당할 수 있는, 선택하기 어려운 전술이었던 것이고, 그런 점에서 전술에 대한 인식의 차이죠. 견해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 - 가장 먼저 총선대책위를 띄우고, 총선 준비중이신데, 이번 민노당의 총선 목표는 무엇입니까?
노 = 총선 목표는 15%, 15석입니다. 정당 득표에서 15%, 의석은 비례, 지역 합해서 15석입니다. 사실은 지금 제도는 그렇게 되어 있지 않지만, 15석을 얻어서 원내교섭단체를 꾸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 - 어느 곳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노 = 이 질문 나올때마다 우리 당 내에서 오히려 더...
지 - 저번에 11인인가를 발표해서 12번째인 분은 억울할 것 같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웃음)
노 = 지금 현재 아무래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권영길 대표가 출마하는 창원을 지역이구요. 또 조승수 후보의 울산 북구가 중심이구요. 그 외에 사실은 당선권 내지, 당선이 유력하다고 평가받는 곳이 울산 동구의 김창현 후보, 그 다음에 부산 금정구의 김석준 후보. 이곳은 정말 눈여겨봐주시기 바랍니다. 진주의 강병기 후보가 하순봉 한나라당 의원과 대차게 붙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천안의 이용길, 평택의 김용한, 성남의 정형주, 그리고 부평갑의 한상욱 이런 후보들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지금 제가 열거한 사람들은 전부다 그 전에 출마했던 사람이구요. 이미 그 전에 25%, 30%, 35%까지 (울산 북구와 창원을 제외하더라도) 기록했던 경력이 있고, 그 간에 많은 기반을 쌓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7명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 - 사무총장님께서는 이번 총선에 출마 하실겁니까?
노 = 출마해야죠.
지 - 강서을에 출마를 준비중이라는 얘기가 있던데요.
노 = 예, 예. 저는 지금 안그래도 지구당에서는 강서로 나가라고 하고, 선대본부장 맡고 있기 때문에 선거에 책임을 져야하지 않느냐는 양론이 있어서요. 조직적으로 의논해서 결정할 겁니다. 저야 개인보다는 위에서 시키는 데로 할 자세가 얼마든지 되어 있기 때문에...(웃음)
지 - 만약에 나가신다면 당선은 자신하십니까? 물론 선거에 나가시면 분이 자신 없이 나가시면 안되겠지만요.(웃음)
노 = 하하하. 예.(웃음) 자신있습니다.
지 - 2004 총선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계신데요. 홈페이지(www.kdlp.org) 당원 게시판에 띄우고 있는 '선대본 일기(일명 난중일기)'가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어떻게 그걸 쓸 결심을 하셨습니까? 정신없이 바쁘실텐데요. 매일 매일 쓰고 계십니까?
노 = 예. 매일 매일 쓰고 있습니다.
지 - 매일 쓰기 힘드실텐데요.
노 = 제가 글을 좀 빨리 쓰는 편입니다. 밥도 빨리 먹고, 글도 빨리 쓰는 편인데요.(웃음) 쓰는데 부담은 없고, 사실은 대선때도 좀 썼습니다. 썼는데, 공개안한 것들이 당시에 있었는데, 이번에도 매일 매일 공개하려고 쓴 것은 아니예요. 며칠 쓰고 난 뒤에 제가 행사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돼서 오해한 사람들이 글을 올리고 해서 마침 일기에 그걸 써놨길래 며칠간의 일기를 공개를 했었죠. 그러다보니까 그 다음부터는 매일 안 쓸 수 없게 되어버려서 발목이 붙잡혀 있습니다.(웃음)
지 - 민주노동당을 대중정당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중정당이라는 표현이 좀 애매하긴 한데요.
노 = 형식적으로는 대중정당이구요. 대중정당으로서 내용을 다 채우고 있냐고 물어보신다면, 채워가고 있는 중이라고 답변드리고 싶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당원이 될 때보면 굉장히 문턱이 낮습니다. 들어오는 분들이 여러 가지 개인적으로 결단을 내릴 문제이긴 하나, 저희들이 엘리트 정당, 전위 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구요. 길거리에서 배추 팔고, 삶에 고통스러워하는 일반인들도, 태어나서 운동권을 한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서민들도 들어올 수 있는, 들어와서 생활할 수 있는 당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진보정당을 지향하고 있죠.
지 -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서민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지식인들이 많이 지지하는 식의 갭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 불일치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노 = 그런 불일치라고 하면...
지 - 노동자의 지지보다는 지식인이나 운동권의 지지가 높아 보이는 것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대선 과정에서도 민주노동당을 지지할만한 계급적 성향의 분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좀 있었지 않습니까?
노 = 그렇습니다. 그게 민주노동당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민주노동당의 발전에 관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예를 들어 백기완 선생이 후보로 나갔을때인 92년를 보면 대체로 지식인 혹은 대졸 화이트 칼라 중에서도 비판적인 그런 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지지를 했습니다. 민주노동당에 들어와서는 그게 좀 변하고 있어요. 1997년도에 권영길 대표가 국민승리21 후보로 나갔을 때를 보면요. 백기완 후보때는 강원도든 호남이든 가릴 것 없이 모든 선거구가 득표률이 비슷했는데, 권영길 후보가 나가면서 노동자 밀집지역에서의 득표가 눈에 띄게 높게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노동자 일반의 지지라기 보다는 민주노총 등으로 조직된 노동자들, 그러니까 결국에는 대기업 노동자라고 볼 수 있겠죠.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조직된 노동자들의 지지가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반영이 되었다는 거구요. 저희들은 한 단계 더 높게 생각하는 것이, 저희들이 지난 대통령 굉장히 중시하는 이유는 대통령 선거에서 저희들이 얻은 표는 97년에 얻은 표하고 표의 질이 사뭇 달랐습니다. 물론 일부 지식인들, 일부 비판적인 화이트 칼라들도 포함이 되어 있지만, 대선때 충청도나 강원도에서 나온 표들, 그 지역들을 살펴보면 드디어 저희들이 가장 소망하는 조직 노동자를 넘어서 일반 서민들의 지지를 광범하게 받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어떤 싹이 지난번 대선때 보였다고 보구요. 그렇게 일반 서민들이 지지하기 시작한다면 건전한 중간층들의 지지까지도 모아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민주노동당의 발전 방향이라고 보고 있구요.
지 - 이번 총선에서 열린 우리당이 승리하면 민주 노동당에 들어가거나 지지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 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대선때도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민주노동당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기다리라고 할거냐?'고 화낼 수도 있는 일 같은데요.(웃음)
노 = 하하하.
지 - 일종의 사표방지심리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어떻게 극복하실 겁니까?
노 = 사실은 지금 말씀하신게 2가지 측면이 있는데, 일반적인 사표심리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당하는 어려움이 하나 있구요. 그 다음에 열린 우리당에 대한 지지 때문에 민주노동당에 대한 심정적 지지는 있으되 표를 던질 수 없는 그 두가지는 중복되기는 하지만, 똑같지는 않거든요. 똑같지는 않은데, 일단은 앞의 것은 대선때보다는 사표심리가 적습니다. 대선때는 전국적으로 두 명 놓고, 한 명 뽑는 게임이기 때문에 나머지는 거의 가 사표가 되는거죠. 그러나 총선은 사표 심리가 완화되어 나타난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이 이제는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사표 심리는 많이 극복될 거라고 보구요. 그 다음에 열린 우리당 지지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그런 측면이 있죠. 저희들이 아쉬운 대목이기는 한데, 이런 부분은 있습니다. 전체 파이를 놓고 볼 때 열린 우리당 몫이 많아지면 민주노동당 몫이 적어지냐 하면 그건 아니라는 거죠. 최근 열린 우리당이 정동영 체제 들어서고 역전해서 계속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열린 우리당의 지지율 급상승과 더불어 동시에 나타나는게 민주노동당의 소폭 상승이거든요. 저희는 그런 점에서 제로 섬 관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안영근 의원이 저한테 얘기한 건데요. 한국 정치에 있어서 열린 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여야를 이루어서 정치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이 아니냐고 해서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지 - 상대적으로 다른 보수 정당에 비해 열린 우리당의 경우 민주노동당을 카운터파트로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구도가 진보 내지는 개혁 세력이 열망하는 구도가 될 것 같은데요.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은 일단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열린 우리당을 교두보로 삼기 위해 전략적 제휴의 가능성이나 의향은 없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열린 우리당과의 전략적 총선연대 방안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노 = 그것이 당장에는 어렵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구요. 지금 현재 열린 우리당은 옛날 영국에서 노동당 초기에, 영국에 보수당이 있었고, 개혁적인 자유당이 있었는데, 자유당에서는 노동당이 의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노동당이 출마하는 지역 중에 일부지역을 자유당이 출마를 하지 않음으로서 노동당의 의석을 만들어준 그런 역사가 사실은 있습니다. 물론 그 후에 자유당은 없어지고, 보수당, 노동당 체제가 되기는 했지만요. 지금 열린 우리당이 그런 여유를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구요. 또 하나는 최근의 주요한 정책들 이라크 파병 문제라든가, 한칠레 협정 문제, 그 다음에 주한 미군의 이전 문제라든가, 부안의 핵폐기장 등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주요한 정책에 있어서 민주노동당과 열린 우리당의 차이가 크게 났기 때문에 선거에서 정책 공조를 한다거나 선거연합을 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다음 국회에서 열린 우리당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추진한다고 하고,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에 있다면 당연히 제휴해야죠. 당연히 그렇게 해야된다고 봅니다.
지 - 다른 보수정당들에 비해 포지션을 지나치게 왼쪽으로 설정하거나, 기존 정치권전체를 공격하면서 유일대안세력이라는 주장을 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주장에 대해 '고립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요. 그런 것이 오히려 민노당의 대중정치적세력화의 걸림돌이 된다고 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맞는 주장이라도 국민들이 볼 때 납득하기 힘든 일도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노 = 그건 그렇게 충분히 보일 수 있다고 보는데, 저희들은 그 관점에 서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민주노동당이 현재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이런 걸로 볼 때 사실은 그런 전술로 나가야 되는거죠. 왜냐하면 민주노동당은 국민 100%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또 그걸 목표로 하고 있지 않구요. 일단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난 50년간 지속되어온 보수 독점의 정치에 대해서 신물이 나는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있는 거거든요. 4당 전체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 저희들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우선 지지세를 결속시키는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 -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진중권씨가 있습니다. 진중권씨 때문에 민주 노동당에 호감을 가진 분도 많지만, 공격적인 문제 제기 때문에 오히려 민주 노동당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민주노동당 같은 경우 좋은 이미지가 있고, 기존의 부패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포지티브 전략을 쓰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식의 공격이 때로 네거티브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운동 마인드 같기도 하구요. 인터넷을 보면 그런 얘기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게 민주노동당을 진짜 걱정해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민노당을 찍고 싶은데, 진중권이 싫어서 못 찍겠다'는 원색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오는데요.(웃음) 물론 탈당하시긴 했지만요.
노 = 음... 사실 저도 여러분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좋아하고 싶어도 진중권 때문에 싫다'는 말을 많이 듣긴 했습니다. 하지만 진중권씨의 방법론은 그 분 고유의 개인적인 차원으로 봐야지, 민주노동당이 그러한 방법론을 모델로 삼고 있거나, 민주노동당의 사업방식, 사업기조로 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이버에서 비판적 논객으로, 제가 해명할 처지는 아니지만, 해명을 굳이 한다면 비판적 논객으로서 개인적인 행동 스타일인 것이고, 진중권씨가 행하고, 책임져야 하는 진중권씨의 스타일인거죠. 당으로서는 네거티브가 살 길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들은 필요할 때 비판을 하는 것이고, 더욱더 포지티브한 전망을 내세우는게 네거티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민들 감동시키겠다고 할때 그 감동이라는게, 누구를 욕해서 사람들이 감동하지는 않거든요. 저희들도 민주노동당이 집권을 한다면 사회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민주노동당이 우리 사회를 위해 뭘 할 수 있는가 하는 그런 포지티브한 것을 알리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 - 민주 노동당이 1급수라고 하셨는데,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가 심한 상태인데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제 물갈이가 아니라 판갈이가 필요하다'는 말씀도 하셨구요.
노 = 판갈이는 현재 판에 있는 사람들이 다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구요. 그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현재의 경쟁 구도, 대립구도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영남과 호남이 대립한다는 그 구도가 완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구도는 계속해서 악화를 재생산할 뿐이라고 보는 겁니다. 영남과 호남의 대립은 어느 한쪽이 이긴다고 하더라도 발전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지역이 대립하는 판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거고, 그 다음에 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이러저러한 세력간의 다툼 때문에 정당 질서가 잡혀져 있는 것 있지 않습니까? 저는 예컨대 민주당과 열린 우리당 사이도 그렇게 보는 겁니다. 사실 열린 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분당하고 나올 때 주요한 몇몇 인사들은 민주당의 강령이나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했거든요. 유시민씨 조차도 여전히 그건 공감한다고 얘기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을 달리했다는 것은 그 내에 그것이 권력 다툼이든 뭐든간에 안맞는게 있어서 그렇게 된건데,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런 정당질서가 뚜렷하게 많이 가진 부자들을 위한 당, 서민들을 위한 당, 중도적인 당 (그런 식의 세 당 체제가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뚜렷하게 정책을 중심으로 해서 재집결되는 게 필요하다고 보구요. 그게 판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판이 갈리지 않은 속에서, 예를 들면 이제까지 20여년간 지역주의 정당들 체제, 특히나 호남과 영남의 대립구도가 사실상 존재해왔는데, 영남쪽이든 호남쪽이든 이런 질서가 그대로 있는, 시스템이 그대로 있는 속에서 인물들이 교체되서 얼만큼 나아질 것인가 이런 문제의식이 있는거죠. 물갈이는 한계가 분명하고, 젊은 피가 수혈되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거구요. 시스템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제가 국회같은데 가면 제일 많이 듣는 얘기는 실제 열린 우리당에 있는 분들이 많이 하는 얘기지만, '민주노동당이 10석만 있어도 좋겠다'는 겁니다. 그것은 시스템이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제가 판갈이라고 얘기한겁니다.
지 - 요즘은 미디어의 중요성이 크니까 일단 의석이 생기면 TV 같은데서도 주목할 것이고, 그러면 지금 자민련이 나와서 토론하는 것보다 훨씬 분위기가 좋아질 것 같은데요.(웃음) 현재 정치개혁법안 등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요. 대통령의 당적이 없으니까 정신적인 여당이라고 하고, 실질적인 여당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열린 우리당과 나머지 당들이 대립하고 있는 형국인데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노 = 지금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 대해서는 열린 우리당에 가장 할 말이 많구요. 왜냐하면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얘기할 가치나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거기는 자기들의 당리당략 말고는 도저히 생각하는게 없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열린 우리당은 어쨌거나 개혁을 가장 선명하게 들고 창당을 한거고, 또 그렇게 나왔다면 열린 우리당이 이번의 정치 제도개혁에 있어서는 당리당략을 넘어선 큰 결단을 내리는 태도를 취했어야 하는데, 대단히 아쉽게도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맨처음에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이하 범개협)의 안이 나왔을 때 열린 우리당은 환영한다고 성명을 냈었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에 범개협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바람에 어떻게 되어 있느냐 하면 정치개혁을 놓고서 개혁진영이 분열이 되어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범개협안을 지지하고 있는데, 그러면 열린 우리당을 지지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열린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서로 달라서 싸우고 있고, 범개협안은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이 지지하고 있고, 이렇게 되다보니까 힘이 분산되는 문제가 사실 있는거구요. 국민들이 볼때도 열린 우리당도 당리당략, 한나라당도 당리당략 이렇게 보일 수 밖에 없는거죠. 이 점에서 의석이 한두개 득실차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넘어서야 됩니다. 열린 우리당은 그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분당할때도 보면 되도록 좀 많이 데리고 나오려고 그랬잖아요. 많이 데리고 나오는데는 성공한지는 몰라도 과연 개혁의 기수라는 평가는 못받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은 아무리 얘기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열린 우리당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막판에. 흔쾌하게 개혁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까지도 보여줬으면 합니다.
지 - 천정배 의원 같은 경우 얼마전 TV 토론에 나와서도 '범개협안과 같다'고 얘기하던데요.
노 = 그게 작년 봄에 범국민정치개혁특위라고 있었습니다. 각당의 개혁파 의원들이 다 모였고, 천정배 의원도 있었는데, 제가 천정배 의원에 대해서는 믿죠. 그 분의 지론도 제가 잘 알고 있고, 정치개혁에 대한 생각도 잘 알고 있는데, 문제는 당론입니다. 그 당론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점에서 천의원의 발언은 제가 신뢰하지만, 당론으로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죠.
지 - 지금 보면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그동안 비판도 많이 했고, 포기한 부분도 있을텐데요. 말씀하신데로 개혁세력들이 단합해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 안에서도 차이가 있다 보니까 비판 성명도 하나라도 더 내게되고,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세력들끼리 비판을 하고 공격하는 그런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 비판보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한다고 섭섭해하는 경우도 있는데요.(웃음)
노 = 예. 물론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가 월드컵 경기할 때 어느 팀에 욕을 더 합니까? 우리나라 팀 욕을 더하지, 상대방 팀이 밉다고 욕을 더 하지는 않잖아요.(웃음) 예가 좀 이상할지는 모르겠는데,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하는게 조선일보식 비판도 있겠지만, 최소한 민주노동당 같은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이 역사의 발전임을 인정하는 당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만들어냈던 시대정신과 그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라는 게 있는거거든요. 어차피 그것을 기준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그보다 못하면 그거에 대해서는 더 비판을 하는거죠. 한나라당 같은 경우에는 제가 볼때는 아직도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미 시대에 의해서 버림을 받은 당이거든요. 아직도 의석이 많다 보니까 큰 소리치고 있지만, 사실은 무너져가고 있는 당이라고 봅니다. 부자 망해도 3년 간다고 한번에 안 망할지는 몰라도 거의 시대를 못따라가고 있지 않습니까? 최병렬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를 보면 어떻게 보면 무너지는 집에서 과거의 기득권을 서로 쥘려고 싸우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비판할 가치가 없고, 비판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더 근본적인 비판을 하는거죠. 그런데 우리가 한나라당 지지층들 속에서 그분들 마음을 바꿔놓기 위해서라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자세도 중요하거든요.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왜 비판하냐고 할 수 있는거죠. 그런 점에서 예를 들면 한나라당에 대한 대립각을 열린 우리당이 취하고 있다면, 열린 우리당이 한나라당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열린 우리당 스스로 쇄신과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겁니다.
지 - 방금 부자 망해도 3년간다고 하셨으니까 국회의원 선거가 4년만에 하는거니까 이번에 망할 수도 있겠네요.(웃음) 3년은 버텼지만, 이번엔 못버티지 않을까요?
노 = 하하하.
지 - 이번 총선의 전체적인 전망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극단적인 비관론으로는 민주당이 분당함으로서 한나라당이 수도권 싹쓸이를 비롯해 과반수를 넘어 3/2까지 석권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노 = 어느 쪽도 압승하지 못할거라고 지금 보구요. 물론 총선 이후에 오히려 합종연횡이 심하고, 지각 변동이 더 심해질거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이제 태생적인 뿌리가 같은 두 당이 나뉘어져 있고, 한나라당 같은 경우에는 유동적인 상황 아닙니까?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거든요. '총선 이후에 지각 변동이 큰 폭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어느 한쪽도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는 것이구요. 그런 점에서 지금 각 당이 취하고 있는 노선, 총선전략 같은 걸 보면 그나마 몇석이라도 더 얻기 위해 이러저러한 것을 하고 있는데, 전 하여튼 세력이 분화되고, 새로운 세력들이 대거 등장하고 또 이렇게 분화된 속에서 새로운 짝짓이라고 할까요, 새로운 판짜기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총선 이후에 급속도로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 - 지금 민주노동당에 현재 매월 500∼700명의 신규 당원이 새로 들어오고 있다고 인터넷에 글이 올라온 걸 봤습니다.
노 = 500명은 굉장히 적게 들어왔을때의 얘기입니다. 저희들이 1년에 만명 이상씩 늘고 있으니까요. 작년 평균으로 따지면 한달에 850명 정도 늘었고, 다행스러운 것은 이렇게 늘면 조직이 이완될 수도 있는건데, 오히려 초기에 들어온 사람보다 뒤에 들어온 분들은 자발적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동원형으로 들어왔다면 지금은 하나하나 자발적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CMS 등록율이라거나 일인당 당비납부액이 오히려 더 높아져가고 있어요. 그런 점은 저희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지 - 인터넷에서 쪽글 보니까 '2000년 1월부터 약 5000명 여명의 당원이 탈당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와 방지 대책 같은 것은 있으십니까?'라는 걸 물어달라고 했는데, 걱정할 필요는 없는 거네요. 매년 만명 이상씩 들어오면 당원들이 늘어나고 있는거고...
노 = 예. 그리고 그 탈당은 ... 탈당해서 후원회원으로 가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직장 문제 때문에, 직업상 정당인이 되기 어려워서 하는 분들도 있구요. 그리고 여기가 당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화 하루에도 몇 번씩 걸고, '뭐해라. 어디 참여해라. 어디 서명해라' 이러니까 저도 그런 사람 많이 봤는데, '당비낼테니까 은행에서 꼬박 꼬박 돈 빼가라. 선거때 찍겠다. 하지만 그거 말고는 전화하지 마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실제로 입당원서에 '전화하지 마세요'라고 적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들이 그런 분들 하나 하나 처지를 이해하고, 소프트하게 접근을 해야 되는데, 아직까지는 들어오기만 하면 열성 당원 대하듯이 하니까 기겁을 하는 그런 분들도 있죠.(웃음) 그리고 당비를 장기체납하면 정리를 합니다.
지 - 유시민 의원이 개혁당 시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물론 그쪽 입장에서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건데, '우리는 당을 굉장히 즐겁게 하는데, 진보정당을 보면 좀 심각하게 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지 않습니까?
노 = 하하하.
지 -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부분들이 있는 것 같거든요. 같이 열성적인 건 마찬가진데, 노사모 같은 경우 그래도 옆에서 볼 때 좀 자발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 같은데, 여기는 운동권 같은 좀 더 열성적인, 좀 더 학구적인 이미지가 있거든요.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게 부담스럽게 작용하는 분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노 = 맞습니다. 우리당에서 자발적으로, 즐겁게 평당원 권리를 따지는 분들이 50% 정도되구요. 나머지 50%는 엄숙주의자들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을 훨씬 더 중시하고, 그 다음에 조직을 위해서 전체를 바친다고 할 정도로 엄숙주의잔데, 제가 한번 유시민 의원한테 토론회에서 그런 말을 한적이 있어요. '부럽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 그렇게 안된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우리는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게, 작년 한 해만 해도 당원들이 수십명이 구속되고, (물론 다른 일로 구속되고, 당사업 그 자체로 구속된 사람은 몇 없지만) 작년 한해만 하더라도 돌아가신 분이 여러분이에요. 분신자살한 분도 계시고, 그래서 그렇게 유쾌하게 즐겁게 당 활동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럽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할려고 하구요.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이 이 쪽의 현실입니다. 토론회 빼고 이럴 때 웃을 수 없잖아요. 화날 수 밖에 없는 일도 많은데, 그런 점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 - 그러면 그런 것을 감안하지 않은 비판은 어떻게 보면 정당하지 않을 수 있겠네요. 이쪽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철거현장에 가서 '너 왜 그렇게 심각하게 사니?'라고 말하면 안되는 것처럼요.(웃음)
노 = 하하하.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고맙죠.
지 - 서로 좋은 쪽으로 이해하고, 협력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지금 노무현 정권 들어서서 2년 6개월만에 화염병이 등장했고, 그런 일이 발생한데 대해 정부의 실책을 따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노동운동이 과격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노태우 정권때보다 분신도 늘어났구요.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어느쪽에 더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부에도 문제가 있지만, 단병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과격투쟁 노선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었는데요. 그런 양쪽의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 그건 단병호 위원장의 노선이나 민주노총의 노선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구요. 그 점에 관해서는 10년 정도 거슬러 올라가서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농민들 같은 경우에도 쌓이고 쌓여서 폭발한거거든요. 이게 노무현 정부 들어서서 쌓이기 시작한게 아니에요. 그 전에 이미 노태우, 김영삼때 WTO 협정을 체결하고, 거기에 가입하면서 벌써 10년이 됐는데, 그 사이에 역대 정권들이 그런 문제에 대해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채 밀어붙이기를 하고, 거기에 한·칠레 FTA 협정까지 나오니까 폭발하는 겁니다. 이런 것도 제가 예를 들고 싶어요. YS와 DJ를 비교하면 누가 더 노동자 친화적이냐 하면 당연히 김대중 대통령이 더 노동자 친화적이죠. 두 사람을 비교하면.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때 노동자들이 더 많이 구속됐어요. 그러면 이 사람이 노동자를 더 많이 탄압했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는 거죠. 사실은 노동시장의 유연화, 신자유주의 정책을 만드는데, YS 때는 주로 법안을 만드는데 치중했고, 만들어진 법안이 대통령이 누구든 그 다음 단계에서는 적용이 되게 되어 있으니까 김대중 대통령때 그 법이 적용이 되다 보니까 반발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싸우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그러니까 구속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거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역대정권으로부터 누적된 것이 있습니다. 누적돼서 과거보다 더 불만이 많은 거예요. 목소리도 더 크게 나올 수 밖에 없구요. 그럴 때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을 한거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다고는 보지 않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완화시켜주는, 특히 서민들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는데 일차적인 관심을 두기를 기대 했던거거든요. 그러나 오히려 '내가 대통령이 됐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까지 화염병을 던지냐'고 화를 내면서 나온다는거죠. 그걸 보면서 '국민들이 대통령을 이해해줘야 하느냐. 대통령이 국민을 이해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지 - 저도 정치 분야의 글을 쓴 게 얼마 안된다면 안되는데요. 이 쪽에 들어와서 보니까 너무 자기 입장에서만 얘기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최소한 정치를 한다거나, 관련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크게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패싸움이 나면 어쩔 수 없이 같이 싸울 수 밖에 없겠지만, 나중에 차분하게 생각을 하고 나서 전체적인 나라를 생각해서 얘기를 해야할 것 같은데, 너무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해서 미흡하고, 잘못한 것도 많지만, 무조건 노무현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조선일보도 그렇게 얘기하고, 민주당도 요즘 그렇게 많이 얘기하지 않습니까?
노 = 그건 기억력의 문제예요.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기억력의 문제예요. 조선일보가 노무현의 정책을 비판하는 걸 보면 과거에 자기들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것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노동자들이 대통령하고 싸우니까 그것봐라 하고 있는데요. 그건 공익적인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한국 정치가 옛날 이건희 회장이 중국 가서 '경제는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했는데, 혼나기도 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그 말만은 정확한 지적이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가 정치입니다. 그리고 정치권의 부패 문제라든가 민주주의 문제는 사실 동창회 수준보다도 낫잖아요. 국민들 일반 문화수준에 비해서 낙후되어 있는게 정치 분야기 때문에 정치는 우리 국민들한테는 골치 덩어리고 괴로운 짐이고, 그런 점에서 보편적인 문화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그런 거거든요.
지 - 저도 정치에 대해 예전에 글을 쓸때는 그렇게 정치냉소주의적인 글을 썼었는데요. 제가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인 성향의 분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정치 분야에 대해서 조금은 희망적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오히려 TV 프로그램에서 일반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도 싫다'는 식으로 무조건 역겹게 보는 태도가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그 분들이 옥석을 갈라주거나, 최소한 덜 나쁜 쪽이라도 골라줘야 변화가 있을텐데, 그런 냉소적인 태도가 기존의 시스템을 더 굳게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런 정치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이 힘들 것 같고, 그게 바뀌어야 민주노동당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 그렇죠. 사실 국민들이 정치를 보는 태도나 이런데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국민들의 책임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도 하나의 피해자로서 정치가 하도 환멸을 주다 보니까 정치에 대한 전면적인 불신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느냐, 그건 아니거든요. 정치에 대한 관심은 어느 나라보다 높습니다. 정치를 게임으로 보는 것 같아요. 자신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대의정치로 보기 보다는 자신이 불신하는 게임 같은 것 있지 않습니까? 투견장 같은, 어느 투견에다가 승부를 거냐는 식으로 자꾸 본다는 거죠. 오히려 이걸 바꾸려면 정치가 생활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생활정치로 정치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 국민들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정치가 굉장히 폐쇄되어 있고, 엘리트들에 독점되어 있다시피한데, 국민들이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 소환제나 발의제 등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서 국민들이 참여하고, 감시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시민운동에 그 기능이 맡겨져 있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고 봅니다.
지 - 2002년 4월경 저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 후보는 '쥐의 얼굴을 한 고양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양이는 고양이일 뿐입니다. 결코 쥐가 될 수는 없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신데요. 아무리 친노동자적이라고 할지라도 기존 시스템의 한계는 극복할 수 없다는 거고, 노무현 정부의 한계성을 지적한 얘기 같은데요. 참여정부의 노동 정책 등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노 = 그 지적은 이런겁니다. 사실 우리나라 보수정당에 있어서의 노사정책은 경제정책, 경제 노선의 종속변수거든요. 경제정책이 우선 세워지고, 그 정책에 따라서 노사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결정되는데, 사실 제가 문제를 삼고 싶은 것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이거든요. 이 경제정책은 대통령의 성격이나 개성이나 철학의 차이는 많았지만, YS나 DJ나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경제 정책의 기조는 일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정책은 노사문제에 있어서 노동자의 편을 들기 힘든 경제정책인 것은 사실이구요. 그래서 그러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고양이와 쥐를 비교해서 얘기한 거고, 제가 노무현 정부에 특히 요구하고 싶은 것은 제가 볼 때 자꾸 대결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특히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대결해서 꺾어 놓으려는 태도로 나가는데, 그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70만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서민들은 보면요. 우리나라 서민들이 빈부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것처럼 IMF 이후에 일방적으로 고통을 감수하고 있지 않습니까? 노무현 정부는 지난 5년간 고통에 찬 생활을 보낸 서민들을 어루만지는, 그 고통을 없애기는 힘들겁니다. 5년 동안 없앤다는 것도 거짓말일 겁니다. 그러나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그 고통을 어루만져주는 정책을 펼 필요는 있다는 겁니다. 이걸 갖다가 민주노총이라는 운동세력을 하나 놓고서 민주노총과 청와대가 대결하려는 식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그렇게 해서 문제가 풀리지도 않거니와 그리고 정부가 취해야될 복지정책 이런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거죠.
지 - 어쨌든 서로간의 갈등이 증폭이 되어 있는 상황인데, 지난 정권보다 분신한 사람들도 많아졌구요. 그러다보니 어쨌든 간에 한쪽이 물러나야 문제가 풀릴 것 같습니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노선을 취하겠다고 한 이수호 위원장이 당선되셨는데요. 그걸 '상대방이 변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니까 우리가 변해서 타협을 해보자'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노 = 그것은 이수호 체제가 들어선 후로 많은 언론에서 그렇게 보고 있는데, 그렇게 보는 것은 너무 편의적인, 일방적인 해석이고, 결과적으로 오판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것 같은데...(웃음) 지금 민주노총이나 일반 직장 다니는 노동자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더 많은 빵을 달라는게 아닙니다. 지금 보면 비정규직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민주노총의 문제를 넘어서서 모든 사람들의 고용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거든요. 이른바 기업에서 돈버는 사람들이 어렵게 세워진 노동 3권을 피해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20∼30년 전으로 돌아가서 저임금 또는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 그런 속에서 기업을 할려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속에서 분신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정부로서는 이것을 제어를 해야 됩니다. 제어를 하고, 이번에 한진중공업이라든가 세호택배라거나 이런 기업들은, 실상을 국민들이 몰라서 그렇지 그걸 알면요. '저런 기업 길거리에 내다놓고 총살을 시켜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상적인 기업인도 아니예요. 깡패들 동원하고, 그래서 벌어지는 일인데, 이런 것을 정부가 중립적인 위치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고 저는 보는 겁니다. 그렇게 보는데 '오히려 그것을 기업인 편에 서서 경제 위기라는 이유로 이 문제를 가볍게 보는 거 아니냐'는 것이고,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 어느 쪽을 더 많이 만나느냐 이거죠. 어느 쪽과 더 많이 만나고, 어느 쪽과 더 많이 대화를 했냐는 겁니다. 대화한 내용도 보면 며칠 전에도 재벌 총수들 불러서 얘기를 하셨는데, 재벌들과 얘기할때하고 노동자들과 얘기할때가 달라요. 노동자한테는 '까불지마. 너 이러다 다쳐' 그런 식이라는 거죠. 그런 점들까지 좀 감안해야 하는거 아니냐 그렇게 봅니다.
지 - 지금 보면 노동조합이 두 개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나눠져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 저는 입장이 확고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해야겠는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나눠진 것은 일종의 역사적 산물입니다. 그렇게 나눠질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과정은 있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보는거죠. 지금에 와서 한국노총을 어용이라고 부르고, 민주노총을 민주라고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보구요. 일반조합원들을 보면 비슷합니다. 심지어는 민주노총 내에서 후진적인 조합은 한국노총 내의 선진적인 조합보다 못한 경우들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체제는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체제가 아니다, 단일 체제로 가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일 체제로 가는데 있어서 조합원들은 이해가 상충되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들이 민주노총을 끌고 가는 분들이나 한국노총을 끌고 가는 분들에게 역사적으로 요구되고 있다고 봅니다.
지 - 참여정부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금까지 해온 걸 보면서 만약 점수를 주신다면 몇 점 정도 주시겠습니까? 어떤 부분에서 잘한 것 같고, 어떤 부분에서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노 = 제가 토론회에서 그 얘기를 했는데, '당선된 것 말고는 잘한 것이 없다'고 했구요. 그리고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을 노무현 심판론 이렇게 얘기하길래 '아니 1년 밖에 안됐는데 뭘 심판하느냐, 그리고 1년 동안 한 일이 없는데, 뭘 심판한다는 말이냐'고 했어요.(웃음) 전 재신임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뭘 해놓고 재신임을 받아야죠. 저는 사실 노무현 대통령 개인을 떠나서 지금 정부는 출범의 배경이라는게 있지 않습니까? 당선의 배경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시대적 요구라는게 있는거거든요. 그 엄청난 요구를 다 소화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소화해내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임무라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 관련해서 지난 1년은 그 기대에 많이 못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제일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친노는 개혁이고, 반노는 반개혁이라는 그런 의식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을 빨리 버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원하는 개혁을 해놓고, '이 개혁을 지지해달라. 이것을 반대하지 말라' 이렇게 해서 판가름을 하더라도 해야지, 아무 것도 안하고서 '일단 내가 앞으로는 뭘 하려고 하는데, 이걸 지지하면... 현 정부를 지지하면...'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거죠. 한해동안 한 일이 정부 입장에서는 많을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 기억에 남는 것은 이라크 파병하고, 부안에 핵폐기장 지으려고 했고, 새만금 강행하려고 했고, 이런 거란 말이죠. 그거 다 보면 사실 민심하고 반대로 갔던 거란 말이예요. 그런 점에서 저는 대통령이 그야말로 자신을 뽑은 것이 국민이 뽑았고, 시대가 뽑았기 때문에 그런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1년 밖에 안됐고, 4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그 기간이면 충분한 기간이고 이 기간에 해야한다고 봅니다. 사실 정치개혁과 관련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국회의원 개개인들 보면 괜찮은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가 봐도 개혁적인 인물들이 있어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대체로 개혁 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러면 정치권을 개혁 대상으로 놓고, 정치 시스템 이런 것을 정부 입안으로 내고, 국민들한테 '이건 국회의원들이 반대를 할텐데, 국민들이 지지해달라'고 강압해 들어가야 되는데, 오히려 민주당 내에서 자기를 지지하는 당을 하나 만들어서 그것을 가지고 개혁을 하려고 했다는 말이예요. 그러다보니까 그 세력에 대해서 지지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기 힘든 것 아닙니까? 그 사람들이 과연 진짜 개혁이냐는 것도 의심스럽구요. 그런 점에서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에게 여전히 개혁이라는 역사적 과제가 남아있고, 4년이라는 기간이 짧지 않은 기간이고, 기회는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지난 1년처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정치권을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왜 대통령이 총선에 목숨거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대통령 첫 취임하자마자 만들어진 토론회에서 탈당하라고 했거든요. 왜냐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정치개혁인데, 현재 정치인은 대체로 개혁 대상이니까, '오히려 개혁대상 중의 일부 편을 들게 되면 대통령이 하는 일에 힘을 못받게 된다. 대통령이 과반수 지지도 얻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대통령이 한번만 하게 되어 있잖아요. 대통령을 그만 두더라도 직업이 없어서 곤란을 겪게 될 상황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이 5년 기간동안 그야말로 개혁을 위해 일도매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탈당해서 국민들하고 손잡고 정치권 전체를 개혁 대상으로 삼아서 개혁하라는 거였죠. 사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거든요. 김대중 대통령이 2002년 1월에 퇴임 한달 앞두고 동교동계 해체 지시를 했습니다. 해체 선언을 했는데, 사실 그 선언이 5년 늦었다는 거거든요. 당선되자마자 했어야 하는데, 동교동계가 당선의 일등 공신일수는 있지만, 동교동계는 개혁의 대상이라는 말이예요. 그런 동교동과 손을 잡고 정치를 한 결과 동교동계가 부정부패 다했잖아요. 그것을 다 뒤집어 썼잖아요.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손잡아야 될 것은 국민이지 특정 정파가 아니라는 점에서 탈당하고, 총선에서 승리할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대통령이 탈당하면 총선에서 승리할 필요가 없잖아요. 패배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얘기한 이유는 여전히 개혁에 대한 과제, 대통령이 개혁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계속해서 의회내의 다수 의석을 만들려고 하는데, 그 게임이 이기기도 힘들거니와 설사 이긴다고 하더라도 이기기 위해서는 별의 별 사람 다 끌어 모아야 하잖아요. 4월 15일 총선이 끝나면 대통령이 열린 우리당을 중심으로 민주당 일부를 빨아가지고 드실 거라고 얘기했는데, 그대로 먹기에는 뭐하니까 물에 헹궈서 드실 것 같아요.(웃음) 한나라당에 그나마 남아 있는 깨끗한 사람 이런 식으로 모으면, 그렇게만 모아집니까? 이미 열린 우리당 만들때도 그랬지만, 별의 별 사람들이 다 모입니다. 다수당이자 여당인 당에는 온갖 사람들이 다 가려고 줄을 설 거 아닙니까? 현역 의원들도 마찬가지고, 결국 개혁의 중심세력은 그렇게 해서 못만들어질거란 말이죠.
지 -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가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10%와 김정일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10%가 겹친다'는 식의 색깔론을 편 적이 있는데요. 그렇게 따지면 노무현 대통령보다 훨씬 더 진보적인 색채를 가진 민주노동당은 더 한 얘기를 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그런 발언들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논평할 가치가 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 제 1당의 원내총무가 하는 말이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노 = 그야말로 낡은 정치, 구태의연한 정치, 그리고 냉전적 대결을 부추기는, 우리 국민들이 독재시절에 그로 인해 30년간 얼마나 고생을 했습니까? 그것을 다시 부활시켜서 몇 표라도 건져보겠다는 생각은 잘못된거죠. 그러한 술책이 성공할리도 없구요. 제 1당의 원내 총무가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저 당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무너지겠구나'는 생각이 사실 들었어요.
지 - "문제는 선거제도이며 선거제도의 개혁만이 돈안쓰는 선거와 기득권 정치세력의 독과점정치를 혁파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선거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한다고 보십니까?
노 = 제도가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다 없앨 수 없겠지만, 근본적으로 지금처럼 사람을 뽑는 선거, 사람과 사람이 부딪혀서 한 명을 뽑는 선거는 과잉경쟁을 부추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일등 아니면 끝나는거거든요. 아무리 표를 많이 얻어도 1등 아니면 끝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올인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30억, 40억 짜리 그런 상상하기 어려운 돈 선거가 보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거죠. 이런 것을 극복하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검증된 것은 정당을 선택하게 하는 겁니다. 사람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을 선택하고, 정책을 선택하게 하는, 비례 대표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라고 보구요. 그래서 비례대표로 인해서 선출되는 사람이 절반 정도까지 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의석을 늘려 300석 가까이 된다고 보고 그 절반을 비례대표로 하면 선거구가 좀 넓어질 겁니다. 지역 대표성이라고들 얘기하는데, 강남을 지역과 강남갑 지역이 이해관계가 다르거나 국회의원을 하나씩 다른 대표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농촌 지역도 청송에 대표가 따로 있고, 영양에 대표가 따로 있어야 되는 게 아니거든요. 150명 정도의 지역 의원을 뽑고, 150명 정도를 비례대표 의원을 뽑음으로서 과거와 같은 돈받고 파는 생색내기용 전국구가 아니라 정책을 중심으로 당이 대결하게 하고, 당을 평가할 때 정책을 보고 평가를 해야죠. 실제로 우리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건 개인이 아니라 정책이거든요. 무슨 법안이 통과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생활이 달라지는데, 정책 중심으로 가게 되면 아무래도 득표에 있어서 정책홍보가 우선이 될거고, 정책홍보는 텔레비전 말고는 할게 없어요. 사실은. 미디어 중심으로 정책홍보를 하게 되고, 그러면 사람을 동원하고, 사람을 사고 팔때처럼 돈이 많이 들지 않거든요. 영국 같은 경우에는 똑같은 소선거구제이지만, 영국의 하원의원 선거를 보면 일인당 900만원 정도이고, 왜 그렇게 비용이 적게 드느냐 하면 홍보물도 보면 우리보다 후진 홍보물이예요. 몇 장 되지도 않은 홍보물을 의원들이 가가호호 뿌리는 것 외에는 선거 비용이 드는 것이 없습니다. 주로 드는건 뭐냐하면 선거공영제를 통해 각 당이 TV에서 정책을 광고하고, 정책 토론회를 하는 그걸로 사람들이 '난 이번에 노동당이야. 난 이번에 보수당이야' 이렇게 투표를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 지역에서 노동당에 인물이, 노동당 같은 인물이 하나 나왔겠죠. 그러면 그 인물에 대한 선호도가 아니라 정당과 정책에 대한 선호도로서 투표를 하게 하는 이런 선거문화가 된다면 비용도 절감될 거고, 이렇게 되면 차떼기니 뭐니도 사실 필요없게 됩니다.
지 - 예전에 비해서 사회당과의 합당 같은 얘기가 좀 줄어든 것 같은데요. 사실 대중적인 인지도 면에서 두 당이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민노당과 사회당이 정책이나 정강에서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노 = 차이가 더 벌어졌다기 보다는 남녀관계도 마찬가지인데, 타이밍이라는게 있잖아요. 타이밍과 계기라는 게 있는건데요. 사회당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진보적 정당이 여러 개 있는 것은 올바르지 않고, 어차피 다 모아도 힘이 약한데, 여러개 있는 것은 진보적 성향을 가진 우리 국민들에게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가급적 하나로 모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로 모으는 것은 기계적으로 될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정치적 계기라거나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고 봅니다. 사실은 지난 시기에 몇 개의 타이밍이 있었어요. 그 타이밍이 때로는 한쪽이 준비되지 않아서, 때로는 이러저러한 사소한 차이로 그런 타이밍을 놓쳤는데, 타이밍이 곧 오리라고 봅니다. 총선 후에 타이밍이 오리라고 봅니다.
지 - 총선 후에 합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십니까?
노 =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봐도 따로 있는 이유를 대중들에게 설명하기 힘들어요. 정치인은 대중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은 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이 제 소신인데, 특히나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주장을 해서도 안되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때 사회당하고 같이 부딪히면 유권자들이 묻습니다. 당신들도 노동자를 위한다고 하고, 저쪽도 그러는데 왜 따로 있느냐고 하면 사실은 얼굴이 붉어집니다.
지 - 사회당 쪽에서는 자신들이 훨씬 더 선명하다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어차피 그렇게 얘기할 수 밖에 없겠지만, 선거때 누가 물어보면 '우린 더 왼쪽이야'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노 = 한마디만 더 덧붙이면 그런 식 논법이면 민주노동당은 12개의 정당으로 사실은 나눠져야 해요. 그러면 자기와 똑같은 사람과만 한다는 겁니까? 정당이라는 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으면, 근본적 지향이 다르지 않는 한 그 안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고, 다원주의가 인정이 되야 되고, 그 속에서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다수의 뜻에 따라야 하는거죠. 자기 먹고 싶은 것만 먹겠다고 숟가락, 젓가락 다 갖고 다니고, 버너, 코펠 다 갖고 다니는 사람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겁니다.
지 - 지금은 그런 우려가 많이 없어진 것 같은데, 방금 말씀하신데로 예전에는 여러 정파들의 갈등이 크지 않았습니까? NL이나 PD 계열끼리 서로 심각하게 대립을 해서 갈라지는 게 아닌가 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이 없습니까?
노 = 없습니다. 뭐 그런 걱정을 하는 동지들도 당안에 있습니다. 저는 걱정을 덜하는 편이고, 그 이유는 뭔가하면 어차피 NL이니 PD니 하는 것이 80년대의 산물입니다. 우리가 부딪히는 현실을 NL이나 PD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람들이 NL과 PD로 입장이 갈리는 것이 아닙니다. NL과 PD의 유용성은 과거에 비해서 훨씬 낮아져 있고, 더군다나 민주노동당에는 NL과 PD와 무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새롭게 입당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 더욱 더 그렇구요. 결국 민주노동당은 상식적 진보가 뭐냐, 진보의 상식이 뭐냐 그걸 가지고 민주노동당이 결속되고, 또 확대되고, 발전되야 되는 것이지, NL과 PD 중에서 어느 쪽이 이기느냐 하는 게임으로 가게 되면 민주노동당은 아마 성장이 정체될 겁니다.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해 지는, 나이는 먹는데, 성장은 정지되는 왜소한 정당에 머무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민주노동당은 점점 상식이 더 통하는, 상식이 지배하는 당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가야만 성공한다고 봅니다.
지 - 그러면 이번 총선은 15석에서 20석까지 기대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되면 제 3당까지도 노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노 = 자민련은 이미 제쳤다고 보구요. 지금 10석인데, 전국구 다섯 석이고, 지역구 다섯 석입니다. 이번에 자민련은 3%를 못넘기 때문에 전국구 의석이 배당이 안됩니다. 그래서 자민련은 넘어설 것이고, 사실 민주당하고 열린 우리당이 통합하는 걸 바라고는 있는데, 저희들이 감놔라, 배놔라할 문제는 전혀 아니니까... 민주당이 지금처럼 호남 기득권에 집착해 있다면 아마 민주당도 저희들이 제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제 3당이 되는데, 한나라당만 없어지면 꿈의 리그인 열린 우리당 대 민주노동당의 그런 경쟁구도로 가게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 역사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할 거라고 봅니다.
지 - 이런 식의 희망이나 해석에 대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은 '호남의 한이나 정서에 대해 진보정당이 외면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노 = 아니요. 저는 호남의 한이나 정서는 소중히 여겨져야 한다고 보구요. 그걸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한을 푸느냐 하는 방법론의 문제죠. 예컨대 박상천 같은 사람이 계속 당선되는 것은 오히려 호남의 한을 푸는게 아니라, 호남의 한을 더럽히고 있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사실은 그렇습니다. 호남의 한이라는게 부당하게 차별받고, 독재 권력으로부터 억압당하고 그런 거 아닙니까? 거기다 사회적 편견까지 덧붙여진건데, 호남의 기득권들은 그것을 풀 대표선수로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역행하는 사람들이죠. 예를 들어 권노갑씨가 다이너스티에 50억을 싣고 다니면서 그것을 호남의 한을 푸는데 사용했냐는 거죠. 그래서 호남에 있는 사람들은 저개발로 고생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30만원 짜리 식사를 하는 건 뭘로 설명할 겁니까? 그런 점에서 민주당을 온전하게 가꾸고, 기르는 것이 호남의 한을 푸는 것인가는 재고해봐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호남의 한이라고 하면 차별없는 사회, 지역주의의 배격, 균형적인 지역 발전, 남북 화해와 통일, 이런 것이 호남의 한을 승화시켜서 푸는 게 아니냐, 저는 그런 점에서 호남의 한을 잘 풀지 않으면 불필요한 영호남 대결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영남지역주의에 갇혀 있는 영남 사람들도 일종의 피해자로 봅니다. 그 사람들도 멀쩡한 사람들이 그렇게 불필요한 대립구도에 갇혀 있는 거거든요.
지 - 사람 미워하는게 본인한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닌데요. 괜히 성격만 나빠지고...(웃음)
노 = 그렇죠.
지 - 진보정당의 필요성에 대해서 한마디로 얘기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왜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찍어야 합니까?
노 = 지난 4년간의 실정과 부패에 대해서 엄정히 책임을 묻는 선거여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그 점에 있어서 한나라당을 비롯해 이번에 창당한 열린 우리당까지 깊은 책임을 져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 정치라는 것이 책임질때는 지고, 물러설때는 물러서고 이런 책임정치라는 건 대통령 뿐만이 아니고, 의회정치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야 되기 때문에 그러한 책임을 져야 될 부분들이 다시 득세를 하는 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고 보구요.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정당입니다. 새로 창당했다기 보다는 그 종류가, 그 성격 자체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정당이고, 이제 우리나라도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무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인정해줄 때가 되었다는 것이고,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이 전체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역사적인 흐름에도 맞는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선택을 요청드리는 거죠.
지 - 자신의 정치 철학을 한마디로 말씀해주신다면 뭐라고 얘기 하시겠습니까?
노 = 제 철학은 뭐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휴머니즘이구요. 하나는 역사적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제 철학입니다. 정치를 한다면 역사적 약자의 편에 서서 정치를 해야된다고 생각하고, 제가 민주노동당에 있는 것도 그런 개인의 철학, 신조 때문이죠.
지 -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이신데요.
노 = 그 부분은 제가 사정이 변한 것을 말씀드려야겠네요. 제가 발행인을 맡은지 만 10년이 된게 작년입니다. 그래서 작년 10월에 다른 분에게 넘겼습니다. 제가 일단 창간을 한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도 들구요.(웃음) 한 10년 정도 하면 다른 사람이 해야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되고, 제가 할때는 유지는 될지 몰라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봉쇄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도달했습니다. 처음부터 10년을 유지시키겠다고 했는데, 유지는 성공했으니까 새로운 발전은 그 다음 세대가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내놨습니다. 지금은 고문입니다.
지 -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니까요.(웃음) 좋아하는 정치인은 누가 있습니까?
노 = 좋아하는 정치인을 저보고 꼽으라면 세 명을 얘기하는데요.(웃음) 불행히도 한국 정치인 중에는 없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분이 나타났으면 좋겠고, 정치인으로서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레닌, 호지명, 주은래입니다. 제가 정치인으로서 좋아하는 분들인데, '굿바이 레닌'이라는 영화도 나오는 판에 제가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레닌을 얘기해도 되겠죠.(웃음) 배울게 많은 사람입니다. 이념을 떠나서 정치를 하겠다는 분들은 이런 분들은 자세히 연구하면 얻을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 - 이 인터뷰 한나라당에서 보면 큰 일 날 것 같은데요.(웃음)
노 = 문제를 삼아줬으면 좋겠네요. 민주노동당이 좀 더 많이 알려지게...(웃음) 민주노동당이 아직 큰 당은 아니지만, 그런 공격에 맞서 싸울 만큼은 컸다고 생각합니다.
지 - 그럼 송두율 교수 구속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 일단은 잘못된거죠. 저는 송두율 교수의 행동을 모두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비판적 지식으로서의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사법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그런 건 학문적으로 평가하거나 '학자가 그런 식으로 하면 되느냐, 그러면 어때' 이런 식으로 얘기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을 법률적으로 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로교통법 위반 이런 식으로 다룰 일이 있고, 정치적 행위 내지 학자적인 양심에 따른 행동으로 역사가 평가하고, 여론이 판단할 것은 따로 있는데, 그걸 법정에 세워가지고 포승줄로 묶어서 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형법에 내란, 외환, 간첩 다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걸 국가보안법으로 다루면 안되죠. 예를 들어 정부에서 수천억을 지원하는 것은 괜찮고, 그렇지 않습니까? 정부 승인하에 정부가 하는 것 말고는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리겠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특히나 사상과 관련해서는 어떤 사상도 처벌받을 사상은 없습니다. 그 사상이 옳지 못하면 대중의 버림을 받는 것이고, 대중의 마음을 얻으면 시대 사상이 되는 것인데, 그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넣고 하는 것은 너무나 전근대적인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지려면 그런 부분을 놔둬야 됩니다. 그럼 김정일 위원장 하고 박수친 사람 다 잡아갈 겁니까?(웃음)
지 - 앞으로의 특별한 계획은 있으십니까?
노 = 계획이요? 선거 끝나고 나면 공부도 더하고, 책도 좀 쓰고 그래서 공부하는 정치인이 되어야겠다고, 배울게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 -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은 있으십니까?
노 = 아무래도 서프라이즈의 인터뷰니까 서프라이즈의 독자분들에게 감히 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참 열기가 놀랍습니다. 대단히 부럽고, 배우는 바도 대단히 많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대선 과정을 평가하면서 인터넷 선거에서 졌다고 얘기하고, 거기에 대해 우리의 능력 부족과 열의 부족에 대해서 반성을 하면서 열심히 투자하고 노력하자고 했는데, 그때 반면교사 중의 하나가 서프라이즈 같은 것이었거든요. 그때 열기는 정말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신매체로서의 인터넷 신문이기 때문에 더욱 더 앞으로의 역할이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역할이 큰 만큼 기대나 책임도 크지 않겠는가 보고, 기본적으로 모든 지지는 비판적 지지라고 봅니다. 맹목적 지지는 어떻게 보면 지지대상을 결국 해칠 수도 있는 건전한 지지가 아니라고 보고, 비판과 지지가 겸비되어야 하는데... 저는 노무현을 깔 때는 까라, 이런 얘기는 아니고요. 좀 더 심층적인 건데, 결국 서프라이즈에 모이는 네티즌들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데 동의한다면 우리가 좀 더 냉정하게 너무 게임의 논리에 빠지지 말고, 문제가 있으나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덮어줘야 한다, 밀어줘야 한다는 식으로 게임에 매몰되게 될 때 오히려 게임에 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게임의 진정한 승자는 정도를 걸을 때 승리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점에서 오히려 저는 비판적 지지의 새로운 전형이 창출되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심도 높은 정치 토론이 이루어지는데도 이미 공헌을 하고 있지만, 더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지 -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꼭 20석 이루셔서 좋은 정치 해주시기 바랍니다.
노 = 민주노동당이 20석이 되면 노무현 대통령이 힘을 받을 겁니다. 한나라당이 까부는 것도 견제할 수 있을 것이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