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콤플렉스』
조현설 지음, 이학사, 2024년.
신화와 전설로 읽는 한국 사회의 불안과 점복 문화
굿판에 앉아 있으면 굿의 말미에 무당이 공수를 내린다. 공수는 무당에게 실린 신의 말이 무당의 신체를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교회 예배에서 사제가 마무리 설교에서 말하는 신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제들의 말에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사제에게서 나오는 신의 말, 신탁에서 큰 위로를 받는다. 때로는 삶의 지침도 받고 깨달음도 얻는다. 어떤 학자는 이를 ‘믿음 본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탁이 긍정적이기만 한가? 어떤 종교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신과 대화하고 신을 성찰한다면 신과 신자의 관계는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신의 부름, 혹은 신의 명령이라고 믿는 바를 절대화할 때 신탁은 권력이 되고 공포가 된다. 그렇게 되면 신의 이름으로 신탁을 빌미로 삼아 다른 종이나 민족을 학살하게 되고, 자살 테러를 감행하는 힘도 얻게 된다. 신탁에 이끌려 일상을 버리고 가족도 버리게 된다. 신탁에 대한 두려움으로 비행기나 자동차 타기를 피하는 경우도 생긴다. 조상의 묘를 이장하고, 개명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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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리학 연구자가 아니고 문학 연구자이다. 한국문학 가운데서도 구전되는 신화와 전설, 민담 등 옛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긴 세월 구전되어온 옛이야기에는 한국인의 집합적 정신이 집약되어 있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들여다보다가 옛이야기 안에 인간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 팔자나 미래를 점치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함의가 무엇인지 고심했다. 그 과정에서 신탁 콤플렉스라는 개념을 얻었고, 이 개념을 통해 우리의 신화와 전설을 재해석하여 우리의 집단무의식을 가늠해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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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는 신탁 콤플렉스로 넘쳐나고 있다. 도시 복판에 점집과 무당집이 늘어서 있고 국가 고위 공무원들까지 이들의 단골이 되고 있다. 젊은이들도 찾고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줄지어 찾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이는 불안한 심리에 기인한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일어나는 신탁 콤플렉스는 과거와는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절대적인 상황에서 신을 찾았다. 자신의 운명이나 대를 이를 자손을 얻는 경우가 그렇다. 그런데 현재 벌어지는 신탁 의존은 매우 일상적인 데 있다. 사소해 보이는 일에도 신을 찾는다. 또 문제는 공수를 내리는 신의 중재자가 사이비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