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이 탱자탱자거리며
(아, 정말이지 걷는게 나한텐 더 편한 일..무료함 힘들다)
어제의 그 호텔 옆길로 접어드는데 여유로운 표정의 한국인 남자분을 마주쳤다
"엇, 한국인이세요?"
"혹시 네이버 카미노...?"
카페에서 정보도 많이 얻었던 낯익은 닉네임의 "꾸야"님을 만난 것!
방가워~ 방가워~ 방가워요~
때마침 순례자들을 위한 호텔 무료 식사를 기다리고 계셨단다
아싸뵤~
꾸야님 덕분에 호텔 뒷구멍으로 안내받아 들어가 무료 식사를~
그럴싸하게 멋진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주방 한 켠에 뷔페식으로 음식을 마련해 놓고
레스토랑이 아닌 순례자들을 위한 작은 방에서 먹도록 해 준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욕심부리느라 너무 많이 떠 왔다;;;;
그래도 메뉴들이 어찌나 훌륭하던지...
오른쪽 위의 콩이랑 야채 삶아 놓은 것 맛 훌륭하다..제일 맛있었던 듯
중간 접시 오른쪽에 새까맣고 동그란 저것은 순대맛ㅎㅎ
꾸야님이랑 순대도 있나봐요~ 하면서 먹다 지쳐 반 이상 남겨 버렸다;;;;
원래 10명까지 무료 식사라
어제는 짤려서 못들어오고 그랬다는데 오늘은 나 포함 6명뿐
오른쪽 어린 총각들은 독일인인데 밥먹고 바로 피니스테레로 갈거란다
테이블 끝의 포스 넘치는 아저씨는 비슷한 분위기의 친구분이랑 둘이서 오셨는데
날씬하신데 어찌나 많이 드시던지...
게다가 가방을 열고 음식도 마구 챙기셨다
우리한테 막 설명해주시는 걸 보면
처음이 아니신 것 같고 약간 의문스러웠지만...뭐 어때~
어쨌든 이건 공짜 식사~
여기 강추다~
꾸야님, 캄사~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호텔건물 중앙에 이런 곳이...
스페인은 꼭 건물 가운데다 이렇게 뻥 뚫린 곳을 만들어 놓더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용마당 개념인가?
또 있네..사람들 들어와서 기념촬영도 하고~
꾸야님이랑 같이 돌아다니기 시작
"집에 전화를 한 번도 못했어요~ 할줄 몰라서요" 했더니
친절하게 전화방까지 데려다 주신다
여기 엄청 싸다
집으로도 하고 핸드폰으로도 총 3통이나 하고 실컷 이야기 했는데 단돈 2.7유로
(집으로 8분 26초, 핸드폰으로 4분 49초, 6분 47초)
수신자 부담 전화로 엄마한테 전화해서
딱 세 마디 "잘있니? / 네 / 그래 끊자"
이게 요금 2만7천원 정도가 나왔다던데-_-;;;;
전화방 내부
문구점 같은 곳 안에 저렇게 전화 부스를 만들어놨다
들어가서 통화하고 나와 카운터에 가면
알아서 통화시간, 통화내역이 영수증으로 찍혀 나와 계산하면 된다
꾸야님이랑 슬슬 걸어 공원구경
이쪽은 신시가지 쪽이란다
아줌마 포즈 맘에 든다ㅎ
유명하다는 그 동상~ 그 뒤로 저 멀리 왼쪽에 걸어가시는 꾸야님
죄송스럽게도 내 배낭을 대신 져 주신다
'앞치마 두른 남편'을 표방하시더니 역시 기사도 정신 훌륭하시다
걷는 내내 한국인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을 도우셨더라는...
외국애들은 이런 정서는 없잖아
이런게 바로 한국적 정서~
다시 성당 근처로 와서 바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는다
에스떼야 갈리시아 맥주, 까페 꼰 레체 그랑데(그랑데치고 너무 작잖아!)
오~ 여긴 올리브 서비스도 주네
기념품샵을 다시 도는데 여전히 건질 것은 적다
마드리도 공항에서 노숙할 것을 대비하여(떨린다..ㄷㄷㄷ)
세일중인 베네통에 들러 만원짜리 긴팔 티셔츠를 하나 샀다
어제도 갔던 mundo 바에 꾸야님이랑 같이 간다
나름 소개ㅎㅎ
역시 커다랗고 만족스런 까페 꼰 레체 그랑~
저녁식사로 꾸야님은 따빠스를 여러 개 접시에 담아 오시고
난 치즈 보까디요를 주문했다
저 보까디요를 주문하러 바 안으로 들어갔더니만
스페인 커플이 나를 가리키면서
손가락으로 음식 콕콕 찍어 가리키는 시늉을 하며 막 비웃는다-_-++++
이것들이! 버럭!
따빠스 주문하려다 열받아서 또박또박 말로 주문해 버렸다..쳇!
어엇, 또 한국분이 지나가셔서 합석~
특이하게도 까미노 데 프랑세즈를 걸으시다 포르투게스로 옮겨 타시고
40일 이상 걸어 순례자증명서를 받으셨단다
이 바가 있는 길목은 버스 터미널 가는 길이라
바르셀로나행 버스 티켓을 끊으러 가는 길이셨다고~
난 여기서 시간을 떼우다 버스 터미널로 가서 공항행 버스를 탈 예정
한국인 만나니 너무 좋다~
우리 말로 수다떠는 것이 이렇게 좋을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