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기념관을 나오니 이미 3시가 넘었다. 아이들을 독촉하여 가우도로 향한다. 지난 번 강진에 왔을 때 가우도로 들어가는 출렁다리는 공사중이었다. 가우도는 섬의 풍광도 좋지만은 출렁다리에서 강진만 바다를 시원하게 볼 수도 있고, 섬의 정상에 있는 청자타워에 오르면 우리가 걸어온 만덕산이며, 강진만 입구를 수문장처럼 지켜주는 완도와 고금도 등을 볼 수도 있어 더욱 좋다.

다산기념관을 출발하여 가우도 출렁다리에 도착한 시각은 4시. 1시간 30분 동안 출렁다리를 건너 영랑쉼터에서 시를 한 수 외우고 '함께해길'을 돌아 정상의 청자타워에 올라 강진을 조망한 뒤 해남으로 출발하여여 한다. 시간이 넉넉하지 못하여 날씨가 무척 더웠지만 쉬지 못하고 바로 다리에 올라선다.

도암면 망호에서 본 출렁다리. 가우도로 들어가는 다리는 2개가 있다. 망호에서 들어가는 다리와 가우도 맞은편 저두에서 들어가는 다리. 망호출렁다리는 총 연장 715.9m로 2011년 1월 24일 착공하여 이듬해 9월 30일에 완공되었다. 이 다리가 완공됨에 따라 강진만의 조그마한 섬 가우도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주목을 받게 된다.

오후 4시가 되어도 8월의 불볕더위는 기세가 꺾일 줄을 몰랐다. 다행히 망호다리 위로 강진만의 바닷바람이 끊이지 않고 불어와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눈을 왼쪽으로 돌리면 멀리 강진읍이 보인다. 사진 좌측으로 우리가 지나온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품은 만덕산이 보인다. 마침 모터보트 한 척이 물결을 가르면서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다. 강진만에는 8개의 섬이 있지만 이 가우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인도이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시원하게 탁 트인 바다가 보일 것 같지만 산으로 가로막혀 강진 앞 바다는 흡사 커다란 호수처럼 보인다. 저 앞으로 보이는 산은 완도와 고금도이다.

가우도 정상에 청자 모양의 타워가 보인다. 가우도의 청자타워는 전망대 역할도 하지만 저곳에서 저두 해변으로 연결되는 짚트랙이 가설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라인에 오르기까지 몇 시간씩 대기하여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가우도에서 본 망호출렁다리. 바다 빛깔과 하늘의 구름을 보면 흡사 초가을 날씨같은 느낌이 든다.

출렁다리 아래로 유료 낚시터을 운영하고 있다.

망호출렁다리는 전체적으로 등이 긴 초식 공룡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주위의 산세와도 아주 잘 어울린다.

가우도 안내판. 가우도 해안길과 청자타워, 짚트랙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가우도 선착장 모습. 팬션과 식당 그리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조금마한 상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아이스크림이 인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일정이 바빠서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가우도 둘레길. 가우도는 해안선 길이가 총 연장 2.4km밖에 되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구간 구간 데크로 되어 있어서 길을 걷기도 그리 힘들지 않다.

둘레길을 걷는 아이들 뒤로 망호출렁다리가 보인다. 바람이 부는 데다가 그늘까지 져 있어서 걷는데 크게 힘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가우도는 소의 멍에에 해당하는 섬이라는 뜻이다. 현재 14가구에 31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작은 마을에도 한 때는 분교가 설립되어 운영되었으나 지금은 폐교가 되었다고 한다. 아이가 없는 세상?

영랑나루 쉼터. 의자에 앉아 있는 아저씨가 바로 영랑 김윤식 선생이다. 강진 출신으로 우리나라 근대시 운동 초창기에 '시문학파'를 주도한 시인이다.

영랑 동상 옆에 앉아 있는 형제. 시문학파는 1930년에 발간된 '시문학'이라는 문예지를 중심으로 활동한 시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인 시인으로 정지용, 김영랑, 박용철, 신석정, 정인보 등이 있다. 시문학파는 시어 선택에 엄격하였고 이를 갈고 닦아 세련되게 표현함으로써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칭호를 들었다.

위 시는 한글맞춤법통일안이 공표되기 전에 발표된 것이어서 지금의 표기법과는 차이가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한글은 표기 원칙이 많이 흐트러졌다. 19세기 말부터 한글의 쓰임이 커지면서 통일된 표기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1933년 조선어학회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제정하여 <조선어 철자법 통일안>이란 책자로 발간하였다. 이 표기법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고,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공식적으로 채택되어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쓰는 표준정서법이 되었다.
현대어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오~매 단풍 들겠네
장독대에 골 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듯이 쳐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다리니
바람이 잦아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겠네

아이들은 시를 한 편씩 골라 열심이 암송한다. 철자법이 달라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이다. 영랑은 기미독립운동 때 강진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옥살이도 하였고, 일제강점기 말기에는 끝내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이 곳 강진에서 칩거하였다. 이 때 그는 소리북에 매료되어 북을 안고 망국의 한을 달랬다. 판소리 가객들도 많이 드나들었고 영랑의 북 치는 솜씨도 상당했다고 한다.

해방 후 영랑은 강진에서 서울로 올라가서 공보처 출판국장을 하였는데 6개만에 사직을 한다. 서울에 남아 있다가 한국전쟁 때 유탄을 맞아 1950년 9월 29일 사망하였다. 1903년에 태어나 50이 채 안되는 나이에 운명하였지만 '모란이 피기까지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다.

아이들은 시 암송보다 바다 구경에 더 마음이 쏠려 있는 듯.

난간에 걸터앉아 차례를 기다린다. 아니면 재도전의 기회를 기다리거나.

예준이 무슨 시를 암송하였지?(지금도 기억하고 있으려나)

영랑나루쉼터를 지나면 또 다른 다리를 만난다. 이 다리는 망호출렁다리 반대편에 있는 저두출렁다리이다. 길이는 438m로 망호출렁다리보다는 짧은 편이다.
가우도 둘레길 안내판. 우리는 섬을 일주하지 않고 정상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가서 강진만을 둘러보고 곧바로 하산하여 망호다리로 되돌아간다.

드디어 정상. 청자 타워가 우람한 모습을 드러낸다. 전망대에 오르는데 입장료가 1,000원이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타워 안은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어서 한결 시원하다.

청자타워는 전망대이기도 하지만 짚트랙(공중하강체험시설)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부터 저두 해안에 이르는 1,000m에 달하는 짚라인은 우리나라 최장 시설이다. 라인 세 개로 세사람이 동시에 하강할 수 있다.

전망탑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이외로 여성들이 많다.

전망탑에서 본 망호출렁다리. 삼복더위인데도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 들어차 있다.

산수국 꽃망울. 섬 둘레길 곳곳에 산수국이 피어 있었다.

해안에 뜬금없이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아하! 다산 정약용 쉼터. 가우도 해안에 다산 정약용 쉼터를 만들고 조각 작품을 설치하여 놓았다. 약간은 생뚱맞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제까지 다산 기념관에서 정약용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이곳에서 조각 작품을 대하니 반가운 마음도 든다.

가우도 해안의 갯벌. 그래도 강진만의 갯벌은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든다. 다산초당 앞의 갯벌은 개간이 되어 농지가 된지 오래인데.

우수영유스호스텔. 강진만에서 부지런히 달려 해남 숙소에 도착하였다. 짐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고 진도대교를 넘어간다.

진도대교. 울돌목을 가로질러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과거에는 물살이 세서 배들이 다닐 수가 없었지만 양쪽 해안의 폭이 좁아서 다리를 놓기에는 적지였다. 배 대신 이제는 자동차들이 진도로 몰려든다.

진도군은 울돌목(명량해협) 일대를 명량대첩전승지로 조성하고 진도대교와 연계하여 주요한 관광자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명량대첩전승지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명량대첩전승광장 위에 조성된 거대한 진도타워이다.

진도타워에 올라 내려다 본 진도.

진도의 랜드마크가 된 진도타워. 이곳 7층 전망대에 오르면 명량대첩의 울돌목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저녁이 되면 야경도 아름답다.

명량대첩의 해전을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여기서 레이져를 쏘면 타워 벽면에 그림이 비친다.

레이져쇼가 한창이다. 여기는 바람이 시원하여 더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

진도타워에서 내려다 본 진도대교. 두 개의 다리가 나란히 놓여 있다. 앞쪽의 다리가 진도대교, 뒤쪽에 있는 다리가 제2진도대교이다. 진도대교는 1984년에 완공이 되었다. 이후 통행량이 크게 늘어나 2001년 착공하여 2005년에 개통된 것이 제2진도대교이다.

전망대를 내려와 울돌목 해안도로에서 올려다 본 진도타워. 명량대첩승전광장이라는 글씨 뒤로 진도타워가 보인다.

울돌목 해변으로는 길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숙소로 돌아와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내일의 일정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약간 일정이 빡빡했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