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 시 ----- 공산성 바람소리
작은 풀꽃으로 피어나도
나는 좋겠다.
공산성(公山城) 돌담 아래
푸른 향기로 세상을 적시다가
가뭇없이 사라진다 해도 좋겠다.
백제 천년의 노래가
놀빛을 불러 공북루 기왓장을 닦아내는
그리움의 역사처럼
이따금 자귀나무 잎을 어루만지다가
도토리나무를 기어오르는 칡꽃을 만나
아직 맺지 못한 사랑을
동문루 기둥에 칭칭 동여매고 싶다.
세월 건너 금강 여울소리가
깊이 잠든 나를 깨우면 다시 일어나리
서둘러 진남루 목판 틈새로 올라
사랑은 우리에게 무엇이며
눈물은 우리에게 무엇이냐,
왕비를 대신하여 무령왕에게 물어보리.
황토로 다진 돌길을 지나
기우는 햇살에도 눈이 부신 금서루에서
서로 속삭이며 바라던 풍경들
잊을 수 없어 가슴에 남겨진 기억으로
그대 머릿결을 쓰다듬는데
이제 한 올 한 올 세월이 깃든
추억의 입자들을 모아
새로운 노래를 지어 부르리니
작은 풀꽃으로 흔들려도 나는 좋겠다.
# 공산성 : 충청남도 공주시 산성동에 있는 백제 고성(古城). 2015년 7월에 송산리 고분군과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
# 공북루 동문루 진남루 금서루 : 공산성 안에 있는 네 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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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헌석 시시콜콜
리헌석 시 ----- 공산성 바람소리
디디울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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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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