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종교의 용광로
동학교도들이 종이에 써서 불살라 마신 ‘궁을’(弓乙)부적이나 우리가 일상 쓰는 ‘을시구 절시구’(乙矢口 節矢口·을을 알고 철을 알라. 시구<矢口>는 알 지<知> 자의 파자임), 태어나자 마자 바로 배우는 ‘깍꿍’(覺弓·궁을 깨달으라), ‘짝짝꿍(作作弓·궁을 만들라)’등도 모두 앞으로 오는 후천개벽(우주 철갈이) 철(節)을 알고, 이때 사는 방법으로 하늘님(궁을)을 찾으라는 비밀스런 뜻을 담은 용어들이다.
김교수의 “논어” 강의 제21강에 찬조출강한 일본 도쿄(東京)대의 그로즈미 교수는 감탄하며 물은 적이 있다. 21세기 현대에 어떻게 이러한 고대의 “노자”나 “논어”에 대한 강의가 한국에서 가능할 수 있느냐면서 ‘한국은 신비한 나라’라는 것이었다. 그는 또 “한국은 유학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유교문명 국가”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김교수는 말했다. 신기하게도 아시아에서 기독교가 제대로 발붙이고 있는 곳은 사실상 한국뿐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동·서양 인류문화의 뿌리는 크게 불교·유교·기독교의 3대 문명으로 대별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구상에서 이 3대 문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화려한 꽃을 피운 곳은 한반도뿐이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듯 불교가 탄생한 인도에 가면 불교가 없고(힌두교만 있다), 유교가 탄생한 중국에 가면 유교가 없고(문화대혁명으로 유교의 근본이 뿌리뽑혀 오늘날 우리 성균관에 와서 도리어 배워 가고 있다), 기독교가 탄생한 이스라엘에 가면 기독교가 없다(유대교만 있다). 그런데 모두 한국에 와서 모여 있다.
동·서양 3대 문명의 뿌리인 불교·유교·기독교 그리고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모두 한반도에 모여 화려한 꽃을 피운 것과 세계 3대 종교의 공통적인 핵심 메시지가 근세에 들어 한반도 땅에서 동학에 의해 다시 부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세계의 모든 사상과 제도를 한반도(남북한)라는 용광로에 집대성하고 용해한 후 하늘의 이상을 구현하는 무극대도(無極大道·The Great Tao of the Boundless)를 잉태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불교·유교·기독교는 2,000년 이전의 사상과 메시지다. 그것은 옛 시대의 낡은 상품이다. 시대는 변했으나 우리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 사상과 철학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김교수의 노자나 유교에 대한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시각에서의 강의가 국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그와 같은 새 시대 새 진리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 때문이리라.
김교수는 동학에 대한 강의를 마치면서 “이제 21세기에는 동학사상을 재해석해 우리 삶 속에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새 천년 벽두를 맞이하여 이제 우리 모두는 인류 3대 종교의 공통 메시지가 전하고, 최수운이 한반도에서 출현하리라고 전한 21세기 새 시대 새 진리인 무극대도와 이러한 대도를 열어줄 한울(천주)님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는 한국인들이 풀어야 할 화두다. 이는 김교수가 말하는 숭본식말(崇本息末·근본으로 돌아가자) 화두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최수운이 순교하면서까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참동학의 화두를 밝히는 일인 동시에 새 천년을 여는 한국인의 진정한 사명이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야 최수운이 마지막으로 전한 말대로 우리 한국인 모두가 “높이 날고 멀리 뛸(高飛遠走)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간중앙 2001년 3월호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