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부담금 부담스러워 현금청산 후 수도권밖으로 이주 토지보상법 규정·취지 어긋나, 조건 충족시 임대주택 우선 배정해야
(세종=뉴스1) 진희정 기자 = # 서울 A재개발 구역 조합원 B(65)씨는 억대에 이르는 추가부담금을 내기 힘들어 분양 신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시세에 못 미치는 보상가격으로 현금청산해 30년 이상 살아 온 고향에서 연고가 전혀 없는 경기도 외곽으로 이사해야 했다. 오히려 월세를 내던 세입자가 임대주택 우선 자격을 얻어 입주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재개발 지역에 짓는 임대주택에 영세 조합원이 입주를 못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개발구역내의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아진다는 지적이다.
19일 주택정비업계와 조합들에 따르면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상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면 전체 주택의 17%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재개발 임대주택의 경우 세입자가 1순위이고 조합원 중 추가부담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는 현금청산자가 2순위로 돼있다. 하지만 재개발 구역에는 무허가주택 거주 조합원이나 나이가 고령인 조합원 등 추가부담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추가부담금을 납부할 수 없는 조합원들은 부득이하게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 현재 집값이 1억원 이하가 대부분이다보니 B씨처럼 집값이 싼 경기도 외곽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재개발구역내 재정착율은 20~40%대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조합 관계자는 "재개발을 반대하면 동네 주민들에게 역적 소리를 듣게 되고 찬성한다 치더라도 돈이 없어 재개발구역내 새 아파트 입주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우리같은 영세 조합원들은 세입자에게 조차 밀리며 역차별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임대주택 입주시 영세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이주대책과 관련해 도정법이 준용하고 있는 '토지보상법' 규정·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진수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토지보상법에서는 조합원에게 이주대책 즉 새로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주대책 수립이 곤란한 경우에 한해 이주 정착금을 지급토록 돼있다"며 "재개발 등으로 분양·임대주택 등이 지어지는 경우에는 멸실된 기존주택 소유자인 조합원에게 우선적으로 분양·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토지보상법 취지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추가부담금을 납부할 수 없어 현금청산을 선택한 영세 조합원이 1주택자이고 권리가액이 분양주택의 최소분양가액에 미달하는 경우 임대주택에 우선적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해 영세조합원들의 주거권 보호와 재정착률 제고가 필요한다는 얘기다.
변선보 주거환경연합 이사는 "재개발 내 모든 조합원에게 임대주택 입주권을 우선 부여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조합원이 분양신청을 포기해 무주택자가 되고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감정평가액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가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해당 조합원을 임대주택의 임차인으로 우선 선정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주택협회도 최근 기재부에 이같은 내용의 도정법 개정을 건의했으며 이달 중 발표될 재정비 활성화 방안에 주거복지 차원에서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