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벤트엔 낭만이 있다. 3월 12일 성남 시립코트에 한때 아마추어 전국무대를 주름잡았던 건장한 남성들이 모였다. 1956년생 원숭이띠(62세 회장 강우철)와 1959년생(59세 회장 정만석) 돼지띠들이 단체전 5복으로 진검승부를 가리는 행사가 벌어졌다. 어느 팀이 승리를 할까? 필자는 취재를 가기 전 주변 분들께 미리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예순이 안된 59년생이 이길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과연 그랬을까?
오후 두시. 화려하게 봄을 장식하고 있는 태양보다 더 환한 모습으로 나타난 선수들은 유명 인사들이었다. 현 시니어 연맹 강우철 회장, 전송파구 지도자 협회 회장. 전 노원구 연합회 회장, 전 송파구 연합회 회장등등 직함만으로도 쟁쟁했다. 또 연말 랭킹 1위를 했던 김정균부터 베테랑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분들로 실력으로나 명성으로나 대단한 이 특별 행사는 흥미진진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가볍게 형님 아우들 간의 인사가 끝나자 실력별 오더 전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놀라운 탄성과 한숨이 롤로스케이트를 타듯 갤러리들을 흥분시켰다. 회원들이 대부분 우승자들인 만큼 매 게임 전국대회 결승경기를 방불케 하는 긴장된 릴레이가 펼쳐졌다. 게임결과는 라켓을 놓는 순간까지 예측불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제 1장조로 들어간 선수들이 맨 처음 4대 0까지 일방적으로 리드하더니 결국은 뒤집어져 타이브렠에서 지자 응원단은 기쁨과 아쉬움으로 뒤엉켰다. 일찍이 뉴욕 양키즈의 유명한 포수 요기 베라가 “야구는 끝나 봐야 끝난다”고 했으나 테니스 또한 마찬가지. 매 게임 반전의 연속이었다.
결국은 3대 2로 56년생이 승리. 그 순간 56년생들은 우루루 달려와 강우철 회장을 헹가레를 쳤다. 기쁨에 환호하는 모습들이 꿈꾸는 소년들처럼 보였다.
59년생 대표 정만석 회장은 “테니스는 구력을 무시할 수 없다. 형님들한테 진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 달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인사를 남겼다.
56년 강우철 회장은 “오늘 모인 분들은 대부분 대회장에서 10년 넘게 만나왔던 분들이다”며 “이렇게 이색적인 만남을 통해 경기를 해 보니 박진감도 있고 특별한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형님으로서 게임 메너나 예의에 신경써 모범이 되어야 하고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호인들 간에 돈독해 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두 모임은 매 주 두 번째 일요일 오후, 우연하게도 만나는 날이 같다. 발족한지 7년이 된 59년생 일맥회는 주로 성남시립코트에서 모인다. 반면 작년에 발족한 56년생들은 오륜코트에서 만났는데 앞으로는 두 모임이 함께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행사는 일회용 만남이 아닌 오래 이어지는 아름다운 인연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다웠던 이벤트 경기는 결국 모두가 승자였다.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