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토요문학 제49집 시4편-[안개 포구],[풍차, 그 늙음에 대하여],[나무는 잎이 져도 아름답다],[대천 바다 당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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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포구
김윤자
고향이 포근하다는 말을 그 날은 안개가 말 해주고 있었다. 대천 바다의 향수를 아느냐고 접을 수 없는 그리움을 아느냐고 가슴을 열어 보일까. 사랑을 노래하는 갈매기의 목울음 달리는 차창에 보이지 않는 춤사위로 내려앉고 고운 각시로 피어난 가로등 해변의 젖은 고독을 다독인다. 어항 어물가게 아주머니 나는 매일 많이 팔아요 라고 바다에서 배운 푸른 행복을 해조음에 싣는데 손 안에 받아든 따스한 쥐포 한 마리 또르르 연민을 말아 쥔다. 하얗게 끓어오른 안개는 포구의 밤을 사르고 화이트 비치, 시인의 언어는 붉은 딸기 앞에서 지칠 줄 모르고 화사한 봄날의 꿈밭으로 농익어 간다.
안개 포구 - 공저시집 <살구꽃피는 고향언덕>,일삼회 2011년 시낭송,토요문학 2013년 제49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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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그 늙음에 대하여 -네덜란드 문학기행
김윤자
까만 할아버지다. 바닷물을 퍼 올리던 무거운 날개를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고 꽃 정원에, 들녘 목장 곁에 눈물겨운 역사의 유물로 전시되고 있다. 기계에 밀려 많은 동료가 사라졌어도 백년 동안, 네덜란드를 세운 일등공신으로 대단한 자존이다. 이십 억원을 들여 탄생된 몸으로 일년이면, 그 생산비용을 다 갚아주던 팔십 퍼센트는 물을 퍼내 말려서 육지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더러는 전기 공급용으로 일을 했는데 홀로, 삼백 오십 여 가구의 전기를 책임지던 그 장엄한 회상의 날개가 늙음에서도, 결코 무겁지 않은 기백이다. 가슴팍 예쁜 창문 속에 할아버지를 지키는 후손이 살고 있다는 따스한 이야기로, 외로움을 덜어낸다.
풍차, 그 늙음에 대하여-충남문학 2011년 겨울호,토요문학 2013년 제49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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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잎이 져도 아름답다
김윤자
몸은 낮은 땅에 숨기고 마음은 하늘 빛 겨울 터널에서 고사목처럼 보여도 삼월이 오면 안개다리 건너 일어설 줄 알고 목마름 숨통 태우는 삼복날에도 청청히 서 있다가 별 빛 쏟아 내리는 시월이 오면 넉넉히 익어 산자락에 풍년으로 눕는다. 동짓달 북풍 칼바람이 몰아칠 때면 서러움은 속으로 삭이고 화려한 옷 벗어내려 빈 몸, 빈 마음으로 작아질 줄도 안다. 더 짙은 아름다움 하나, 나무는 간직하고 있다. 하늘 닿을 듯 높은 곳에 나무 호텔 지어 실직 당하여 오갈 데 없는 까치네 식구까지 품고 있는 줄을 잎이 지기 전에는 아무도 몰랐다. 사는 날까지 무료 임대라면서. 나무는 잎이 져도 아름답다는 사실이 겨울 길목에 훈훈히 구른다.
나무는 잎이 져도 아름답다 -동인지[형상 21] 제3집 2001년,안산초지고등학교 2007년 교지 갈매누리,문학세계 2009년 11월호,토요문학 2011년 47호,충남예술 2011년 봄호,토요문학 2013년 제49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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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 바다 당고물
김윤자
언제부터 밤새 잘박 잘박 바닷물을 몰고 온 파도가 이른 새벽 다 데리고 떠났는데요 보령 화력 6호기 불기둥도 눈감았는데요 화이트 비치 창가에 기대어 바다의 낭만을 노래하던 집시의 달도 산너머 제 고향으로 날아갔는데요
갯펄, 사각진 콘크리트 틀 안에 갇혀 떠나지 못하는 물을 보셨나요
금빛 바다에서 돌아오는 어부의 비린 손과 목숨 같은 바다의 소산물과 젖은 영혼까지 닦아주려 남아서 기다리는 대천 바다 당고의 물을 보셨나요
대천 바다 당고물-한내문학 2004년 14집,성주문화 예술지 2005년 창간호,보령예술 2005년 제4호,아름다운 충남문학 2005년도,보령문학 2011년 시화전,일삼회 2011년 시낭송,토요문학 2013년 제49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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