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는 진화하는가? 전통적인 소, 돼지불고기에서 주꾸미, 오삼(오징어+삼겹살)불고기로 이어지더니 드디어 메기불고기까지 등장하고 있다.
메기불고기라고? 메기 하면 매운탕 아닌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식문화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욕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소의 전략이 맞물려 메기불고기를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다.
지난달 음식에 관심이 많은 지인으로부터 손전화가 걸려왔다. 메기불고기를 아주 맛깔 나게 하는 집이 있는데 자기가 한턱만 내겠단다. 오오∼ 조오치! 거절할 이유가 없다. 공짜여서가 아니라 메기불고기라는 메뉴가 맛객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진짜루∼
인천 서구 가좌2동에 있는 ○○○추어탕. 빨리 보면 일반 추어탕 집과 별반 차이가 없다. 천천히 살펴봐도 메기불고기라는 글귀가 보이지 않는다. 잘못 찾아온 것일까?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에는 테이블이 서너 개 놓여 있고 안쪽은 앉아서 먹을 수 있는 방으로 되어 있다. 일요일이고 점심시간을 넘겼는데도 방에는 손님들이 많다.
▲ 미꾸라지 튀김에 고추가 합세했다. 아이템이 좋다. 미꾸라지튀김 한 접시에 8천원. 하지만 메기불고기를 주문하면 서비스로 나온다.
밖에서는 찾을 수 없던 메기불고기가 메뉴판에는 있다. 메기 5마리가 나오는데 2만5000원이다. 여기서 잠시 아귀찜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고기는 별로 없고 콩나물만 잔뜩 나오면서 3∼4만원씩 받으니 그건 심하지 않은가? 아주 특별한 손맛과 비법에 의해 콩나물 맛이 환상적으로 좋다면 이해는 하겠다. 허나 그러지 못한 집이 이쪽저쪽 사방에 있다. 그나마 냉동 아귀를 안 쓰면 다행으로 알고 감사하며 먹어야 하는 판국이다. 지금은 메기 시간, 아귀찜연설이 길어지면 재미없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간다.
▲ 메기불고기 위에 새우 떡 감자 버섯이 올려져있다.
메기불고기라고 해서 육고기처럼 직화구이는 아니다. 철판구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지 싶다. 사각 철판 위에는 살을 발라 포를 뜬 메기가 놓이고 감칠맛을 돋궈줄 양념이 메기를 완전히 덮었다. 새우와 버섯 감자도 함께 익히는데 부드러운 메기에서 부족하기 쉬운 식감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 어느 정도 익으면 가위로 잘라준다.
금세 양념이 자글자글 끓기 시작한다. 메기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면 된다. 메기가 익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젓가락으로 살점을 나눠보면 된다. 잘 나눠지면 먹어도 된다는 표시다. 깻잎이나 무를 포 떠서 식초에 절인 것에 싸 먹어도 되지만 일단 메기만 먹어보라고 권하겠다.
▲ 메기불고기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보드랍고 담백한 메기가 달 듯 말 듯, 매울 듯 말 듯한 양념과 함께 살드르 녹는다. 하지만 맛객의 미각을 기쁘게 해 준건 몸통 살이 아닌 메기 턱살이다. 다른 부위에 비해 쫄깃함이 더 있어 식감이 좋기 때문이다.
▲ 메기를 먹고 난 양념에 파와 미나리를 달라고 해서 볶아 먹는다. 기막힌 맛이다.
민물고기면서 비린내 같은 게 전혀 없는 것도 메기의 장점이다. 또 풍부한 육질이 있기에 불고기감으로 가능하지 않나 싶다. 가시 같은 건 완전히 제거해 살만 있는데다 그리 자극적이지 않으니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요리다. 매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남는 양념에 미나리나 파를 버무려 살짝 익혀서 먹거나 밥을 볶는다면 더욱 알찬 메기불고기가 되겠다.
메기매운탕이 빠지면 섭하지∼
▲ 메기매운탕, 참게가 들어가서 더욱 국물 맛을 살려준다.
▲ 참게 알과 장.
이번엔 메기매운탕을 주문해 본다. 중(中) 2만원, 대(大)는 3만원에 판다. 메기가 충분하게 들어간 데다 큼직한 참게도 두 마리나 들어갔다. 몸에 좋다는 대추나 콩 인삼까지 들어갔으니 한방메기메운탕이라 불러줄까?
맛은 생각만큼 맵지 않다. 매운맛을 선호하는 사람은 미리 얼큰하게 끓이라고 주문을 하자. 참게를 자르자 빨간 알이 보인다. 오돌돌한 식감이 좋다. 국물은 시원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