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4.15 (토)
아내의 김밥.
현충원에는 팔랑팔랑 벚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현충원을 한 바퀴 돌면서 축 늘어진 능수 벚꽃도 구경하고 ' 나를 파월장병이 묻혀있는 묘역에 묻어달라 '는 파월국군사령관 채명신장군의 유언에 따라 사병묘소에 묻힌 이야기도 하고 박정희대통령에게 소위 입바른 소리 하다가 대장이 못 되고 중장으로 그친 사연등에 대하여 회자되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리가 아파 벤치에 앉아서 도시락을 까먹고 있는 상춘객들을 보고 나는 아내에게 ' 당신이 해 주는 김밥이 먹고싶네 ' 하니 ' 시장에 가서 김밥 재료만 사 와요 ' 한다
나는 TV에서 하는 음악프로중에서 신동엽이 MC를 하는 토요일 오후의 '불후의 명곡'과 일요일오후에 김성주가 MC를 보는 '복면 가왕' 두가지를 시간이 되면 엔간하면 볼려고 한다. 오늘도 현충원을 갔다와서 '불후의 명곡'을 본다. 오늘은 불후의 명곡 300회 특집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경연을 한다. 면면을 보면 중국나가수에서 1등을 했다는 황치열, 국악천재로 알려진 남상일, 이 프로에서 가장 우승을 많이 한 알리, R&B의 대가이며 독특한 허스키의 문명진, 미남가수 테이, 벤 신용재 임세준등 세명의 직원을 동원한 윤민수의 윤벤저스, 모처럼 국악인 아내를 데리고 나와서 은근히 자랑을 하는 밉지않은 홍경민, 부부뮤지컬 가수이며 궁합이 아주 잘 맞는 김소현과 손준호의 8팀이 노래를 하고 있는데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한 윤벤저스가 우승을 한다.
나보고 김밥재료를 사 오라고 해 놓고 본인이 스스로 시장에 가서 김밥재료를 사서 부엌에서 반찬을 볶아서 김밥준비를 한다. 나는 마루에 앉아 '불후의 명곡'을 듣고 있으니 속으로는 미안하다. 나는 아내가 해 주는 김밥을 매우 좋아한다. 그냥 사서 먹는 김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내의 김밥은 맛이 좋다. 그러나 준비과정이 귀찮으니까 아내는 좀처럼 할려고 하지않는다. 오늘은 요즘 내가 몸이 비실비실 신통찮고 하니 생각을 좀 바꾼것 같다. 아내 말대로 아내의 김밥은 사실 별거가 아니다. 재료를 보면 김에다 오뎅, 노란 무우, 계란, 시금치, 게맛살이 전부다. 이것은 아내가 시어머니한테서 배운것이라고 한다. 원래 충청도 자기집에서는 오뎅대신 소고기를 갈아넣고 게맛살대신에 당근을 넣는다고 하는데 우리집으로 시집오고 난 뒤로 그렇게 바뀌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복잡한것을 싫어한다. 식사도 간단하고 담백한것을 좋아한다. 아내가 만드는 김밥을 무척 좋아하다보니 보통 두 줄만해도 배가 부르지만 한 자리에서 세줄 심지어는 네줄까지 먹어치운다. 오늘도 앉은 자리에서 세줄을 그대로 먹었다. 배추국이 김밥과 단짝인데 배추국과 함께 김밥을 먹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아내도 '불후의 명곡'을 매우 좋아하는데 김밥 만든다고 제대로 듣지 못한다. 사실 김밥은 특별히 요리를 하는것은 별로 없다. 단지 오뎅을 좀 맛있게 볶는것하고 계란을 납작하게 잘 굽는것이다. 그리고 김밥을 잘게 자를 때 잘못하면 옆구리가 터져버린다. 그것도 기술이다. 앞으로는 내가 직접 해 볼까 한다. 아주 맛있게 해서 내가 거꾸로 아내에게 먹어보라고 할 테다. 그리고 '불후의 명곡'이나 '복면가왕'을 들으면서 김밥을 하나씩 집어먹으며 막걸리 한 잔을 하는것이다.
평소에 아내는 내가 직접 요리를 몇가지만 해 주는게 소원이라고 한다. 나는 속으로 다음에 동사무소에서 하는 요리교실을 다녀볼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있을 때 아내에게 솜씨를 보여줄까 한다. 우리집 셰프가 되는것이다. 내가 만든 요리를 가족들에게 내어놓고 맛을 보라고 한다.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시대가 시대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정에서의 요리를 아내가 하는것보다 남자가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또 실제로 여자보다 남자가 요리를 더 잘 하는지 모르겠다. 중국집등 큰 요리집에서는 유명한 셰프가 대부분 남자가 아닌가 ? 그러고 보니 친구 한 사람은 집에 친구들 초대를 자주 하는데 초대받아 가 보면 부부가 차별없이 즐겁게 함께 요리를 하여 내어오곤 하는것을 보았다. 요리를 취미겸 재미로 여기는 그 친구는 외국에서 생활을 많이 한 친구인데 아예 그렇게 습관이 되어있는것 같았다. 나도 더 늙기전에 우리집 셰프가 되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가족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