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4월과 5월
 
 
 
카페 게시글
그시절 낭만을 찾아 스크랩 수구레와 어머니...
행복비타민 추천 0 조회 119 08.12.28 21:10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수구레>

 

어쩌면 젊은 세대들에겐 수구레라는 단어가 생소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수구레이지만 수구리라는 말도 있습니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 껍데기 끝과 소고기 사이의 부위입니다.

고기도 아니고 비계도 아닌 설명하기 힘든 부위입니다.

소 한 마리에서 약 2kg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몇 십 년전에는 무침이나 볶음 음식으로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던 수구레...

지금은 수구레라는 음식을 파는 곳도 찾기 힘들고.

간혹 동네의 시장어귀에서 대포 한 잔과 함께 만날 수 있는

귀한 음식(?)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수구레는 깨끗히 씻은 다음

센 불에 한번 끓였다가 각종 양념을 넣어서 다시 중간불로 한 시간 정도 볶아 줍니다.

마지막 양념을 넣어서 다시 20~30분 정도 약한 불에서 볶음을 하게 되면...

질긴 부위의 수구레가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질감으로 변하면서

맛 또한 일품으로 다가오게 되는 매우 매력적인 음식입니다.

1시간 30분동안 볶음을 한 수구레가 입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마치 부드러운 인절미를 씹는 듯한 느낌이 다가옵니다.

그 부드러운 맛속에 매콤하면서도 칼칼한...그리고

소고기 특유의 담백한 맛이 어울리게 됩니다.

간혹 수구레 부위에 소고기가 조금 묻어 있는 것도 있는데...

소고기가 씹히게 되면 오히려 맛이 감소되는 현상도 있습니다.

야들야들 ...그 부드러운 맛을 소고기의 질긴 육질이 방해를 하는 것이지요...

가끔 포장마차에서 수구레를 대하게 될 때가 있는데...

볶음의 시간이 너무 짧아서 무지 질긴 수구레를 먹을라치면

은근히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수구레 본연의 맛을 표출시키지 못한 것이겠죠..

지금도 서민의 애환과 함께 하게 되는 수구레...

탁주나 소주에도 잘 어울리는 안주로 우리들의 한 자락에

머물고 있지만 차츰차츰 사라져가는 음식인 듯 싶습니다.

 

칼스버그가 유년의 시절에는 허약 체질이였습니다.

수시로 아파서 보건소에 주사 맞으러 다니는 일이 허다했지요..

늦은 나이에 저를 낳아주신 어머님께서는 보건소에 데리고 다닐 적마다

어떡하면 허약체질에서 벗어 날 수 있는지 의사선생님께 수시로 질문을 했습니다.

그때 보건소소장님이시던 한 분이 대뜸 하시는 말씀이 ...

사람은 고기를 많이 먹어야 건강합니다..특히 소고기를 많이 먹이면 절루 튼튼해집니다..

이런 말을 들은 어머니는 절루 한 숨이 새어나올 수 밖에 없겠지요..

 

한 달에 한번씩 보건소에 다녀올적마다

접하게 되는 음식이 수구레였습니다.

어머니는 수구레를 간장 양념에 재워놓은 후

텃 밭에서 재배한 각종 채소들을 모두 넣고 약 두어시간동안 작은 불에서 볶음을 해서

밥상위에 올려 놓으시곤 했습니다.

생긴것도 이상하게 생긴것을 먹으라고 하니...

어린시절의 철 없음이 자동으로 발동했지요.

수구레를 먹지 않으려고 일부러 배부르다고 저녁을 굶었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허약체질을 유지했던 유년의 시절에

정말 다양한 음식들을 섭렸했던 칼스버그..

모두 어머님의 덕분이였습니다.

수구레를 접하다 보니 또다시 어머니의 생각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아들에게 소고기도 못사주고

변변찮은 수구레라는 것으로 몸보신을 시켜주시면서도

막내의 건강을 걱정했던 어머니의 가슴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모든 것들이 풍족하지 못했던 지난 시절들...

어머니는 소고기 대신 수구레를 아들에게 주셨지만

저는 아직도 어머님의 그 수구레가 소고기보다 훨씬 더

맛있었고 더 훌륭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싼 소고기 대신 수구레를 선택해야만 했던 그 어머니의 아파하던 가슴을

이제야 조금이나마 헤아릴 듯 합니다.

....

그렇게 세월은 흘러,

지금은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들로 되어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병원에 계십니다.

뇌경색으로 종합병원에 입원을 하셔서 약물 치료를 마무리하고

지금은 재활병원에서 힘겨운 재활운동으로 하루하루를

생활하고 계십니다.

지금은 조금씩 걷는 연습중이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허약한 저에게 수구레라는 것도 만들어 주셨지만.

나는 어머님께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건강을 바라는 마음뿐......

 

 

 
다음검색
댓글
  • 08.12.28 21:47

    첫댓글 수구레? 첨듣네요~~~ 좋은글 감사해요~~~

  • 08.12.29 00:35

    수구레?? 저두 첨 들어여. 음식도 음식이지만 모자의 훈훈하고 애틋한 맘을 엿보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행비님!! 감사감사. 어머님께 전화라두 드려야겠네여~~ ^^

  • 08.12.29 00:46

    포장마차에서 파는 닭발볶음도 닮았고...마치 첨 보는 느낌은 닭고기처럼 생겼는데...정육점에서 수구레주삼~하면 모를 것 같다는...마장동 정도 가야 있을거 같은 분위기의 고기부위네요!

  • 08.12.29 09:50

    수구레? 첨 듣는데요..이만원님 같으신 분도 모르신다는데 우리나라 음식 마자요? ㅎㅎ

  • 작성자 08.12.29 10:29

    90년대에 잠실 살때 신천역 부근 시장에서(새마을시장 인가??) 가끔 소주에 먹었지요 ㅎㅎ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