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가 춤춘다. 바람이 리듬을 더하고 태양이 조명을 비춘다. 너른 억새평원에 재잘거리는 참새 떼처럼 가을 나들이를 나선 가족의 모습이 정겹다. 선이 고운 항아리를 닮은 민둥산 능선에는 권력을 잃어버린 고려 지배층의 한이 아리랑이 되어 전해진다. 첩첩산중이란 말도 이제는 옛말이다. 서울에서 3시간을 달리면 보고 싶은 정선 땅이다.
벌거숭이산 민둥산, 억새가 바다를 이루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은 새마을운동 때 사방사업을 거치면서 벌거숭이 형태가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드물게 벌거숭이산으로 남아 있는 곳이 몇 곳 있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있는 민둥산(1,118.8m)이 그런 곳이다.
민둥산의 옛 이름은 '한치 뒷산'이었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정선아리랑 가사에 나오는 '한치 뒷산'이라는 노랫말이다. 남면에 한치마을이 있고, 민둥산은 그 마을 뒤편에 있다.
민둥산이 벌거숭이산이 된 이유는 울창했던 산림을 벌목한 뒤 그 자리에 조림을 하지 않아 억새가 자라기 시작했고, 군락을 이루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설이다. 또 다른 설은 산나물 채취를 위해 매년 주능선 일대에 불을 놓아 민둥산이 됐는데, 억새는 불에 태우면 다음해에 더 많이 자란다는 것. 실제로 이곳에서는 곤드레 등 산나물이 많이 난다.
민둥산 들머리는 증산초교를 지나 민둥산 통제소를 거쳐 갈림길을 지나면 나온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한 뒤 정상까지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면 된다. 왕복으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휴식시간의 정도에 따라 더 걸릴 수도 있다. 민둥산은 비교적 완만한 구간이어서 남녀노소 쉽게 오를 수 있다. 탁 트인 풍광을 내려다보며 저물어가는 가을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기에 좋다. 위치 강원 정선군 남면 민둥산로 12 문의 1544-9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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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힐스리조트의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 본 수려한 정선의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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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따라 달리고, 외줄에 매달려 하늘을 날고
정선은 우리나라 레일바이크의 원조다.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진다고 하여 이름 붙은 아우라지를 거쳐 구절리까지 튼튼한 두 다리에 의지해 힘껏 페달을 밟으면 묵은 체증이 뻥 뚫린다. 조명으로 치장한 터널을 통과하면 아이들은 절로 괴성을 지른다. 동강을 따라 아찔한 철로를 지날 때면 묘한 쾌감에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이 맛에 성수기는 물론 비수기 주말에도 이용객이 많다. 따라서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레일바이크는 최고 속도 30km까지 낼 수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탑승객들은 구경하느라 10, 20km 이내 속도로 운행한다. 2인승과 4인승이 있으며 내리막 코스가 많아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굴러간다. 시발역에는 여치의 꿈 카페가, 도착역에는
어름치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아우라지에 도착하면 정선 풍경열차를 이용해서 구절리역으로 돌아오면 된다. 위치 강원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290-4 문의 코레일관광개발 033-563-6050~3, www.railbike.co.kr
정선의 새로운 명소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
하늘을 향한 인간의 동경은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 하늘을 걷는다는 뜻의 스카이워크는 583m의 절벽 끝에 길이 11m의 U자형 구조물을 벼랑 밖으로 돌출시켜놓은 정선의 새로운 명소다. 바닥은 투명 안전유리로 마감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발아래에 천 길 낭떠러지가 있고, 눈앞에는 태초의 모습을 닮은 동강과 한반도 모양의 밤섬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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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긴 거리지만 내리막길이 많아서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레일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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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와이어 또한 지나칠 수 없다. 아시아 최장 길이와 세계 최고 높이(325.5m)를 자랑한다. 4명씩 조를 맞춰 활공하기에 앞서 깊은 호흡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본다. 옆 라인의 여자 체험자는 무서운 마음에 눈을 감아버렸다. "출발"이란 짧고 명료한 말 한마디에 난간 안전문이 열리고 몸이 둥둥 떠오른다. 4줄의 와이어와 안전벨트가 내 몸을 붙잡고 있다는 것은 잠시 잊은 채, 마치 패러글라이딩을 하듯 순식간에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순간적으로 유체 이탈이라도 경험한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진다. "엄마" 하고 외치는 비명 속에는 '재미있다'라는 말이 숨어 있다. 해발 607m 위치에서 최고 속도 120km/h(70~120km/h로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로 하늘을 날고 있는 자신을 상상해보라. 위치 강원 정선군 정선읍 북실리 620-7 문의 아리힐스리조트 033-563-4100, www.ariihills.co.kr
정선아리랑은 다르다
강원도 정선 땅은 첩첩산중 오지다. 오죽하면 유배지로도 부적합했을까. 귀향을 보내는 사람이야 어떻게든지 포승줄에 묶여 가겠지만 그 죄인을 압송하는 관리들도 죄인처럼 목숨을 담보로 길을 재촉해야만 했다. 그만큼 산짐승이 많고 험한 길이란 말이다.
정선아리랑은 노랫말이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과 사뭇 다르다. 정선아리랑이 이 고장에서 불리기 시작한 것은 고려왕조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던 시절이다. 그때 고려왕조를 섬기던 정치 세력이 정선으로 들어왔다. 지난날의 권력을 회상하며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한 심정을 한시로 읊은 것이다. 노랫말에 보면 '타관객리 외로이 난사람 괄시를 마라… 옛일을 추억하고 시름없이 있노라니 눈앞에 웬갖 것이 모두 시름뿐이라'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런 시대적 아픔을 담은 정선아리랑은 정선아리랑전수관에서 들을 수 있다. 주변에서는 아우라지 뗏목 체험도 가능하다. 강 건너편에는 아우라지 처녀상과 정자각(여송정)이 있다. 위치 강원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 186-1 문의 정선아리랑전수관 033-560-2897
인심 넉넉한 정선 5일장, 먹을거리도 풍성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구성진 정선아리랑이 장터에 울려 퍼진다. 그 소리를 따라 발길을 옮기니 야외 무대가 마련돼 있다. 어르신이 신명을 주체 못해 아리랑에 맞춰 춤사위를 펼친다. 이어 배꼽을 훤히 드러낸 아주머니들이 출렁이는 뱃살을 털면서 벨리댄스 춤판을 벌인다. 그 외에 마술 공연, 밴드 공연, 떡메 치기 등 가족들이 함께 체험하고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구경거리가 많다. 정선 5일장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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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선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곤드레나물밥. 2 정선 5일장의 인기 상품은 단연 곤드레나물이다. 3 강원 도민들이 즐겨 먹는 배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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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부리를 빼고 장터 구경을 논할 수 없는 법. 5일장에서 인기 있는 음식 중에 콧등치기국수가 있다. 면이 쫄깃쫄깃하고 탄력이 좋아 후루룩 빨아들이면 면발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곤드레나물밥은 정선 지역민들이 쌀이 부족하던 시절에 먹던 음식이다. 곤드레의 정식 이름은
고려엉겅퀴.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술 취한 사람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 곤드레라고 불렀단다. 외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양념장을 만들어 함께 비벼 먹으면서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곤드레나물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양념장을 한 번에 끼얹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넣어가며 비벼 먹는 것. 그래야 최적의 간과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광장(033-378-5100)은 비빔밥을 먹고 나면 곤드레밥 누룽지를 내놓는다. 누룽지 맛을 본 사람은 다음에 잊지 않고 다시 찾을 만큼 구수하고 맛있다.
정선을 대표하는 약재를 꼽으라면 현지 사람들은 황기에 표를 던진다. 그만큼 정선에서 재배되는 황기는 다른 지역 것보다 그 효능이 뛰어나다. 황기는 활력을 회복시키는 데 매우 좋은 약재로 알려졌다. 또 만성궤양을 치료하고 간을 보호한다고 알려져 술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황기를 넣고 백숙을 만들 때는 따로 기름을 제거하지 않는다. 황기가 기름을 분해해 국물 맛을 담백하고 시원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귀한 손님이 오면 황기백숙을 대접한다고 하니 정선을 찾는다면 황기백숙도 맛봐야 하겠다. 황기백숙은 삼거리쉼터식당(033-562-5190)이 유명하다. 백숙을 완성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화로 예약하는 편이 좋다.
정선 5일장은 매월 2, 7, 12, 17, 22, 27일에 열린다. 매주 토요일에는 주말장이 운영된다. 장날에 맞춰 정선아리랑시장(정선 5일장) 열차가 정기 운행되고 있다.
위치강원 정선군 정선읍 봉양7길 39
문의033-563-6200, jsarirangmarket.com
여행 정보
가족 여행 1박 2일 코스
민둥산→정선 5일장→숙소→아리힐스리조트→레일바이크
숙소정선통나무집펜션(010-4213-6975)은 통나무와 황토 자재로만 지은 친환경 펜션으로 원룸 형태로 주방, 욕실 등 생활에 필요한 집기들이 잘 갖춰져 있다. 비수기 주말 2인실이 6만원 선이다. 자연 속 통나무집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가리왕산휴양림(033-562-5833)도 좋다.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4인실 기준 주말 이용 요금이 5만8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