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속으로
서암 (이태환)
카오스(chaos)란 우주가 발생하기 이전의 원시적인 상태로서 혼돈이나 무질서한 상태를 이르는 철학적 용어이다. 즉 이것저것 마구 뒤섞여 있어 어찌할 바를 몰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반면에 질서와 조화를 지닌 질서정연한 우주나 세계를 코스모스(cosmos)라 부른다.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 19로 인하여 대구가 혼돈(混沌) 속으로 빠져든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패닉 상태이다. 바로 우리 눈앞에 재난 영화에서 나 본 듯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시민들의 공포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구가 무슨 질병의 대명사인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누구를 만나지도 못하는 등 일상적인 대외 활동이 일체 중지된다. 그냥 집안에 콕 처박혀 밥 먹고 자며 살아가는 답답함의 연속이다. 아이들은 집 안에서 마냥 지내기가 적적하면 서울로 올라와서 같이 지내자고 성화를 부린다.
모든 바깥 활동이 중단된다. 2월 말에 예정되었던 고교 동기생 신년회, 아파트 이웃사촌들과의 성주 고로쇠 물먹으러 가기, 메트로산악회 광양 망운산 산행들이 줄줄이 취소된다. 그리고 파크골프장도 4월 말까지 완전히 폐쇄된다. 성당도 3. 5일까지 아예 나오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3월 초 개강 예정인 교양 강좌도 모두 연기가 된다. 거리의 식당 술집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고 길거리는 텅텅 비었다. 이제는 갈 데라고는 아무 곳도 없다. 집에서 밥 먹고, 책이나 읽으며, PC 앞에서 소일할 수밖에 없다. 그 탓에 영락없이 삼식이가 되어 아내 눈치를 보는 신세가 된다. 그래도 나는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방한모에다 목도리, 마스크를 쓰고서 새벽 운동을 나간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공원은 훌빈하다. 모두들 말 걸기를 삼가고 조심조심이다. 가급적 다른 사람의 눈길도 주고받지 않으려 한다.
이번 대구 지역 코로나 19의 슈퍼 전파자는 신천지‘(新天地)‘이다. 신천지는 개신교 목사 이만희에 의해 시작된 이단종교이다. 진원지 대남병원이 있는 청도는 신천지 교주 이만희의 고향이다. 교인들이 봉사를 빌미로 교세 확장을 위하여 매주 관광버스로 많이 드나드는 곳이다. 성서의 특정 구절만 왜곡을 해서 제가 무슨 이긴 자이니 보혜자라고 한다. 더구나 이번 사태를 "마귀의 짓"이라며 책임을 떠넘긴다. 정말 그가 주장하는 마귀의 정체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소가 들어도 웃을 이야기이다. 차라리 자기를 따르면 코로나 19를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면 진정한 세상의 구원자가 아닐까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19‘가 발생하여 올해 1월부터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한다. 중국의 인접국인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태국, 몽골 등은 재빨리 국경을 폐쇄하여 자국민 보호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설 다음날 우한에서 춘절 관광객 16천 명이 무비자로 제주도로 들어온다. 그들은 배편으로 육지로 건너와 전국을 헤집고 다니며 거리를 활보한다. 지도자는 지난 13일 "코로나 19는 이제 안정 단계로 들어선 것 같다.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한가한 소리만 한다. 과연 지도자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위는 전혀 걱정을 안 한다.
한국과 일본만이 국경을 봉쇄하지 않아 두 나라의 환자 수가 중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진작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을 차단했으면 전혀 문제가 없었을 일이다. 해외 감염원을 적극 차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해 1차 방역망이 뚫린 데 이어 지역 확산을 막을 골든타임마저 놓쳤다. 대문은 활짝 열어놓고 집 안에서 모기를 잡는 시늉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꼴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전례 없이 커졌다. 전국의 방역망이 다 뚫렸는데 대책은 국지적, 경보는 사태 초기 그대로이다. 중국인에 대한 추가 입국 제한 조치도 없으니 큰일이다.
한가한 지도자는 별게 아니니 걱정 말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말이 고작이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사람을 통제하기는커녕 그저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 가관인 것은 시주석과 통화에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수백 명 국민이 코로나에 전염되어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는데도 자기편들을 불러 모아 무슨 음식을 먹었다고 자랑이나 하고 있으니 보기에 망측하다. 그 마누라는 사전에 시장 상인들과 입맞춤하고 가서 민생 시찰한답시고 퀴즈 맞히기도 하며 온갖 품을 다 잡으니 차마 목불인견이다. 재난 상황에서 지도자가 어떻게 처신하고 말하느냐에 따라 국민은 위로받을 수도 있고, 상처받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차츰 개개의 국민들은 스스로 바깥세상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모임은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를 한다. 심지어 몸이 조금 불편해도 병원에 가는 것조차 삼간다.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단체 행사를 중단한다. 대형 마트 등 다중이 모이는 장소의 출입도 자제한다. 먹는 것도 전문 업체로부터 택배로 받아먹거나 집 안에서 조리해서 먹는다. 매일 아침 공원에서 자생적으로 실시하는 건강 체조 팀, 에어로빅 팀들도 운동을 중단한다. 그러나 파룬궁(法輪功) 팀은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한다. 되놈들의 문화를 대변하는 듯하다.
지난주 초 눈바람이 세차게 부는 야외에서 파크골프를 즐긴 탓인지 아내의 감기 기운이 지속이 된다. 일주일을 참고 버티다가 목이 칼칼하고 미열이 계속되어 결국은 병원의 도움을 받기로 마음을 바꾼다. 어제 병원엘 찾아가니 아예 접수 자체를 거부한다. 빨리 1339로 연락해서 필요한 조치를 받으라 한다. 다른 병원의 문을 두드린다. 내가 대신 혼자 들어가 아내의 감기약을 지어 달라고 통사정을 해서 겨우 처방을 받는다.
그리고 어제부터 이마트에서 마스크를 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8시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행렬이 효신네거리까지 장사진을 이루어 오전 내내 계속이 된다. 오늘 아침은 7시부터 겨울비가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쓰고 번호표를 받으려는 행렬이 더욱 볼만하다. 나는 집 창문을 열고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지인들에게 보낸다. 지도자는 이런 국민들의 불편을 아는지. 어떻게 해서라도 살려고 발버둥치는 백성들의 아우성이 들리는지 묻고 싶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를 통제하고 국민이 불안에 떨지 않고 안심하게 생업에 종사할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인력과 시설을 확충해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진 감염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여려 겹의 보호막을 마련해야 한다. 대구가 '한국의 우한'이란 오명을 쓰지 않아야 이미 구겨진 나라의 체면도 그나마 세울 수가 있다.
우리 모두는 타인을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며 사태의 추이를 차분히 지켜보아야 하겠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의 서막이자 변화의 계기가 되기도 하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거울삼아 현재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여 보자. 조금 더 절제하고 조금 더 느릿한 삶을 살아가라는 바이러스가 주는 숙제인 지도 모르겠다.
머지않아 날이 따뜻해지면 모든 게 퇴치되고 정리되어 평안한 코스모스(cosmos)의 세계가 빠른 시일 내에 도래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20200223)
첫댓글 코로나 19 로 대한민국이 힘든시기지만, 대구지역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매일매일 더 실감하고 있지요. 선생님의 글 읽으며 현실속 염려가 더욱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빨리 모든게 퇴치되고 정리되는 코스모스의 세계를 매일매일 기도합니다. 주변의 봄꽃을 축제를 함께할수 있도록~~~선생님 건강잘 챙기시고 화이팅 하세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