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스승은 모두 여자였다!
요즘은 ChatGPT와 Bing이 스승인 셈이다
조 현세
나의 글쓰기 여정은 책 읽기에 능통하신 외할머니와 함께 시작되었다. 길쌈 방에 등잔불 아래 모인 동네 분들은 외할머니가 낭송하시는 춘향뎐, 심청전에 박수치며 울기도 하였다. 전쟁통에 서울서 아버지를 잃고, 엄마는 도회지로 생업에 나가셨다. 취학 직전까지 외갓집에 맡겨진 유년 시절에 책읽는 소리는 문학의 첫걸음이었다.
외갓집을 떠나 도회지 초등학교에서 연필을 잡자마자 왼손잡이가 발각되었다. 나의 왼손이 건드린다고 연필로 찌르는 아이와 대자로 때리는 담임 선생은 무서웠다. 숙제는 2배 하기부터 방학이면 청상 어머니는 왼손에 버선을 씌워놓고 행상을 나가셨다. 왼손 쓰면 시집가버린다는 엄포에 글쓰기만큼은 오른손잡이가 되었다. 책 베끼기의 혹독한 훈련성과인지 어머니는 개가하지 않으셨다. 수많은 책 필사로 오른손가락은 지금도 굽어있지만, 외딴집 외아들에게 책은 친구이자 스승인 셈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머들령’ 문학 동아리에 친구 따라갔다. 문학소녀 티를 내는 여학생들에게 눈독을 들였다. 모두 시집詩集을 끼고 머릿결이나 넘기며 짐짓 엄숙한 척하는 꼴이 간지러웠다. 문학청년 시늉보다 더 역동적인 산악회로 옮겼다. 거기서도 모닥불 피운 밤샘 야영에서 여학생 회원과 젊음을 노래하고 등정식에서 소감문을 쓴 후에 낭송 또한 문학였다. 선머슴 같은 대학생 누나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었다.
청년기에 서울 생활 때 어머니와 외할머니까지 옛 글씨로 주고받은 편지가 한 상자는 되었다. 그 덕에 학생 잡지에 실린 먼 지역 주소로 예쁜 이름을 골라 펜팔을 하니 글쓰기 실습은 모두 여자였다. 본격적인 글짓기로 넘어가는 과정에 연애편지만큼 좋은 훈련이 없다. 군대 생활도 연서 대필로 편하게 보냈었다.
마흔 중반에 들어설 때다. '무엇을 해도 등이 시리다’는 말을 앞세워 글짓기 공부 모임에 기웃거렸다. 거기서 마주친 소위 '문학을 한다’는 여자들은 거침이 없고 아름다웠다. 모두 애인처럼 보이니 바로 연애 감성으로 글짓기를 배워나갔다. 내친김에 등단하고 동인회에 들었다. ‘합평회’ 때 모인 남자 동인과 술판이 인생 선생였고, 손까지 잡아 가르쳐주는 쪽은 여자였다.
한편 글들이 단조로운 구성에만 머물러 있는가 하면, 다른 장르로 튀는 동인도 있었다. 반면교사로 닮고 싶었으나 역시 글감의 다양성만으로 쫓아가긴 쉽지 아니했다. 여전히 도달할 수 없는 문장력에 절망할 때마다 동인들 격려로 중도 포기를 못했다.
근년에 어느 동인께 졸저 ‘콩트’ 책과 ‘할배’산문집을 보냈다. 그 시절 나를 두고 ‘문학도 하며 울트라마라톤 하는 푸른 이마의 사나이를 아는데 이번에 나온 책이 이거다’ 문학교실 수강생에게 선전하였노라는 문자를 보내와 감격하였다. 돌이켜보면 누구에게나 ‘문청文靑시절’있다면 바로 ‘글쓰기 배움’ 그때였나보다. 글 스승은 그 시절 나이든 청년을 잊지 아니하고 자극도 주더니 추억도 함께 불러왔다.
지금도 십 년 넘게 향수를 떨군 잉크로 주고받는 손편지 상대도 여자다. 홀어머니에 대한 “어머니의 뽕부라”라는 수필을 일간지에 발표했을 때 한 독자가 50여 년 앞집에 살았던 인연을 찾아내 다시 만났다. 그녀는 위로 띠동갑이지만 나의 모든 글쓰기에 첫 독자인 셈이다. 물론 이 글도 그녀에게 제일 먼저 보낼 것이다. 이제 스승들은 차츰 떠나가고 있다. 손편지를 나눠온 그녀도 증손주를 봤다며 건강상 어려워하고 있다. 손주 돌봄의 여자 동인들 또한 나이듦을 더 숨기고 싶지 않단다. 이젠 나부터 흐트러지는 걸음걸이와 뒷태도 그렇고, 무엇보다 글에 기氣가 떨어지니 스승에게 기댈 자신감마저 없어졌다. 슬픈 일이나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럼에도 커나가는 손주를 위한 동화 쪽을 넘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때마침 구원의 스승이 요술램프처럼 나타났다. 바로 시놉시스부터 글쓰기 기본을 AI에게 검증을 받아보는 중이다. 어떤 교수는 'Chat GPT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표절’이라고 했으나 일단은 체면 차릴 필요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어 좋다. 그동안 심적으로 기대온 분들 대신에 이젠 ChatGPT, Bing이 스승격이다.
이 수필도 IQ는 높은데 아직은 EQ부분이 약한 AI스승에게 물어가며 유의미한 교열을 거친 것이다. Bing과 스무고개 식 질의응답 끝에 글 구조와 첫 문장도 바꿨다. 또 일부 문장에서 문맥이 불분명하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지적받아 고쳤다.
당연히 그녀에게 향수 떨군 잉크로 12장 원고지에 쓴 이 본문과 AI와 교류한 내용을 손편지로 보냈다. ‘참 좋군요. 그런데요~’ 라는 답신이 아직 없다./ 200자 12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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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필을 AI와 함께 쓴 과정 요약>
1. ‘스승’ 주제를 Chat GPT, Bing에게 전문가 수준으로 수필작성을 요청했다. 기승전결 식 뻔한 답에 실망하면서도 수필 쓰기 기본 정리를 다시 새겨줬다. 뭣보다 처음부터 매달리기보다 필자가 먼저 써가며 주제의 질문을 좁혀야 성과를 갖겠다 싶었다.
2. 나의 평생 진로를 결정해준 세분의 학교 스승, 어머니까지 떠올리며 몇장을 넣어보았으나 정형화된 응대가 대부분이다. 독자 입장에서 보면 ‘학교 스승?’ 뻔한 내용일 것 같다. ‘나의 글쓰기 스승은 모두 여자’라는 호기심 유발형 제목을 다시 설정하고 개략 내용을 넣으니 AI도 좋은 생각이란다.
3. 몇 단락을 쓰면서 중년부터유년까지 글쓰기 여성 스승에 대한 회상형 사례로 검증해보니 번뜩이는 답변은 없고 군대 규범서 식이다. 다시 15매 초고를 넣으니 긍정적 답이 빠르게 와서 좋았다.
4. 좀 더 다듬어 Bing에 입력하여 30개 문항까지 질의 응답해오면서 글 구조의 변환, 예로 유년시절을 첫단락에 올려 시간 순서로 정리를 요구해왔다. 끝부분에 AI와 의논했음을 밝힐까 질문하여 긍정적 답을 받았고, 첫 문장 변경도 도움 받았다.(“돌이켜보면 나의 첫 글쓰기 스승은 책 읽기에 능통하신 외할머니다.”라는 문장을 Bing이 추천해준 문장으로 바꿈) 또 ‘한국수필’에서 2022년 우수 수필상 받은 이야기나, 한수산 작가의 연애 못한 작가로 수난 등의 군더더기를 빼는 게 좋겠다 하여 망설이다가 받아들였다.
5. 한 시절 합평을 거치면서 내 글도 조금씩 성장해왔다. 지금도 때때로 교열, 교정 식으로 동료 스승의 지도를 받는다. 앞으로 어떻게 AI의존형 글쓰기를 할지 모르나 ‘현문賢問을 잘해서 질 좋은 답을 빨리’ 얻는데 활용해보며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밝힐 것이다.
6. 전업 작가라 해도 막히면 스승과 의논하고 사전 들추고 구글 검색도 할 것이다. 창작과정에서 그 누구(사람, AI)와 의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현재로는 IQ만 높은 AI와 함께 글쓰기가 어디까지 표절이라 할까? 공동저작? 차용예술? 저작권 등의 논란은 계속되길 희망한다.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AI스승과 치열하게 다퉈가며 청출어람靑出於藍 식의 글쓰기 제자이고 싶다.
이 동인지가 출간될 즈음에는 국내 AI 업체에서도 한글 중심의 글쓰기 시스템을 개발하여 발표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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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세; 저서. 수필집 “마라톤과 어머니” 콩트집 “현세콩트conte. 세상을 살피다” 산문집 “할배, 백일해 예방주사를 맞다” 도시계획 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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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30일 토요 정모후 김봉조 라미경교수의
프롬프트 북 콘서트 아주 유익한 모임였습니다.
시간이 아쉬운 점도 있으나 모두들 경청과 실험에 동참하는 모습이 좋은 북콘서트~!!
ㅡ 다시 한번 업그래이드해서 또 열었으면 해요/
<손 안에 폰에 넣는 AI프롬프트 사전>이 정말 저에겐 또 하나의 사건-혁명입니다/
잘 활용하고 배워나가는 일은 독자의 몫이지만, 계속 지도편달바랍니다./
사전하면 투꺼운 책을 늘 책상머리에 두고
자랑해온 지금까지 글쓰기였습니다. 옥편은 물론,
부사 사전, 사투리 사전, 동사 사전, 속뜻 풀이 사전 .
심지어 900쪽 짜리 ㅡE_BOOK을 프린트로 보려고
20만원을 낼까 말까하는 아나로그적 노인입니다.
그러면서 저 나름은 생애 최초로 지난해 AI도움 수필쓰기를 시도 해봤고
지금도 집필-동화, 연애이야기 시나리오 구상, 의료문제, 등에는
Bing도움을 엄청 많이 받으면서 성장ㅎ 해나가고 있음입니다./
아무튼
이날 발언 기회에 지난해 수필을 AI도움으로 발표했다고
자랑?했기에 여기에 기록으로 남깁니다./
2023년1월에 chat gpt 를 알아가면서 현장다녀온 레포트나 회의록 요약등에 성과를
배웠다, 3월경 bing을 접하고 각종자료와 싸우고 있었다.
이때 2023년의 대표에세이 문학회 동인지-주제는 :< 나의 스승에 대하여 >였다.
이을 놓칠수 없어 초안을 BING과 써가며 아예 AI와 함께 썼다며 후기로 밝히고
8월15일마감일에 제출하고 ,10월에 <존재와 시간>이란 동인지 책으로 나왔다
첫댓글 생생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마도 chatGPT와 Bing도 여성일 듯 합니다. 삶을 뒤돌아 본다는 일은 아프고 시리지만, 가슴 뻐근해서 좋습니다. 이번에는 남성 스승으로 해보시죠? 생성형 AI에게 하는 질문(프롬프트)은 개인의 선험적 경험과 언어가 묻어 있기에 인공지능이 가이드는 해주나 결국 output은 개인의 특성이 담겨있게 마련입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