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이녀석 청각자극에 대한 극단적 반응이 요즘 더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음절을 따라하는 노래가 많이 늘었고 어떤 노래는 즉시에서 바로 되기도 합니다. 어제는 제가 즐겨듣는 FM방송에서 Ed Sheeran의 'Shape of You'가 나오자 후렴구를 바로 따라합니다. https://youtu.be/JGwWNGJdvx8
귀가 많이 트여가고 있는데 특히 음악에 대한 청각기억이 특별하다 할만큼 제법 따라하곤 합니다. 어떤 날은 부가킹스(윤도현 바비킴)의 '여행길'이란 노래의 후렴구를 어찌나 똑같이 따라하는지 그 노래를 여러 차례 들려주자 아주 집중하는 모습으로 듣고 있습니다.
https://youtu.be/BaTtp1cMlZ8
이렇게 음악에 대한 귀가 남다르다싶을 만큼 좋아지는 반면 귀를 막는 횟수나 모습도 더 많이 보입니다. 눈을 가리거나 귀를 막거나, 외부정보 입력에서 회피해보려는 시도를 자주 하곤 합니다. 이 녀석 내재된 불안이 꽤 높은 것은 이런 시각적 청각적 정보 노출에 대한 경험이 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제 저녁에 요플레가 떨어져 사러가야 된다고 하니 잽싸게 옷을 입고 따라 나서는데 이제서야 슈퍼마켓의 기능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서려면 눈막고 귀막고 (특히 귀막는 방어자세가 큼) 한참을 망설이다 들어섰는데 어제는 그래도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습니다.
시각적 청각적 과자극보다 자기가 원하는 무언가가 거기에 있다는 의미해석이 가능해지자 조금씩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 같습니다. 전정감각이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이지만 이런 기본적인 감각해소 조짐을 이제서야 보여주니 갈 길이 아직 너무 멉니다.
제주도 펜션집에서도 하도 베개 이불을 끌어안고 사방에다 버려두니, 이불의 오염도도 심하고 특히 완이는 손으로 막 음식을 먹다가 그 손을 옷에다 벽에다 이불에다 그냥 닦아대니 깔끔한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상황이기도 합니다. 저처럼 무던한 사람도 때로 비위가 상할 때도 있으니 어제부터는 일시적이지만 떠먹여주는 방법으로 전환했습니다.
요즘은 베개하며 이불 끌어내기를 금지시켰더니 그래도 잘 따라주는데 자기 방식대로 이불장에 몸을 한참 맡겨보기도 합니다. 촉각적으로 압박에의 욕구가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는데요, 촉각방어 측면도 강해서 요즘 방어기전 강도가 조금은 소거되면서 더불어 적극추구 형태가 되는 듯 합니다.
밥만 차려주면 알뜰살뜰하게 다 먹어치우는 리틀준이와 달리 완이는 음식을 놓고 자리이탈도 심하고 먹는 양도 극히 적어서 뭔가 이 문제에 대한 전환을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끼니 때마다 극도의 소량은 계속 단 것이나 자극적인 군것질거리들로 대체하려해서 이것도 참으로 시급한 개선이 요구됩니다.
며칠 전에 그림이 할머님께서 아이들 먹이라고 크리스피도넛 두 박스를 사주셨습니다. 저는 사실 이런 간식을 (던킨도너츠도 손에 꼽을 정도) 사 본적이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낯선데요, 그 때 알았습니다. 완이가 이런 음식에 얼마나 길들여져 있는지를... 먹는 거에 관한한 그렇게 까다로운 녀석이 바로 달려들어 어찌나 잘 먹는지 한두번 먹었던 경험이 아니었던 듯 합니다.
지나치게 단 맛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심심한 밥이나 국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심하게 달거나 맵거나 짜거나, 원래 우리 아이들의 식성이 이런 쪽에 치우쳐져 있지만 생활 속 경험치들 속에서 그런 특성들이 유난히 더 심하게 형성되어 있는 듯 합니다.
원래 강도가 센 감각추구 형인데도 지나친 경험부족의 일상생활들이 완이의 지금 모습이지 않나싶습니다. 과거 가끔씩 완이를 맡아서 봐주었던 기억을 끄집어내보자면 그야말로 저같은 사람도 못하겠다 싶을 정도의 심각성이었는데, 최근 20일 가량 24시간 붙어있으면서 이해가 되는 부분이 많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해 속에는 희망도 많습니다.
하나하나 세상을 향한 두려움의 꺼풀을 벗겨내고 자신만의 재능이나 특기를 서서히 드러낼 때 분명 완이에게도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제의 비자림 산책, 제주 한라수목원에서 어떤 부모님을 위한 상담이 거의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되었는데도 차분히 차 안에서 기다려주기... 어제 완이의 모습은 충분히 칭찬할만 했습니다.
차 안에서 '여행길' 노래를 열 번쯤 틀어 주었습니다. 완이의 후렴구 따라하기 그거 들어보려고, 어찌나 비슷하게 하는지 매번 미소가 지어지게 합니다. '여행길' 노래만 나오면 귀를 쫑긋하고 듣거나 운전석 쪽으로 쪼로록 달려오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남긴 몇 컷입니다.
첫댓글 완이의 집중하는 모습이 초롱초롱 합니다. 그림이의 입맛이 점점 망가지고 있어 걱정이 되네요. 완이가 좋아하는 음악 감상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