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주입니다. 이번 추석은 빨리 다가오고 있어 한 해의 마무리가 머지 안남았음을 벌써 느끼는 순간입니다.
오늘도 이동장터 출발해봅니다.
9시 15분,
오늘도 카스 미니와 더불어 캔커피, 간식류를 많이 사시는 어머님.
회관에 하나 놓는다고 추천해달라는 말씀에 망고젤리 하나 더 고르십니다. 하나 까먹어보시더니 추가로 하나 더 사십니다.
이것저것 많이 사시는 모습에 아랫집 이모님 오셔서 구경하십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늘 남이 사는것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신가봅니다.
윗집 어머님 결제 끝나고 아랫집 어머님 캔커피 한 박스를 살지 말지 고민하십니다.
"울 신랑이 블랙 밖에 안먹는데, 나는 이거 좋아하거든. " 하시며 고민하시던 끝에,
"한박스 줘요~ 저기 안에 몰래 숨겨놔야지~" 하시면서 들고 가십니다.
물건 드리고 내려가는길 초입구 어머님 손짓 하십니다.
"막걸리 두병이요~" 하시는 어머님.
"딸 잘 크고 있지~?" 하시며 안부 물어봐주십니다.
"이제 곧 10월이 돌이여요~" 하니,
"어이구~ 금방이네~ " 하시며 "이거 딸 옷 한 벌 사입혀~" 하시며 용돈 주십니다.
극구 사양을 하였지만, 어머님께서는 "이건 딸래미 주는거야~~ 내가 워낙 애기 좋아하잔어~?" 하시며 주십니다.
곧 10월 돌, 점빵차에 돌 떡이라도 갖고 돌아야하나 고민이 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관심가져주시고 정주시는 지역의 어르신들 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9시 40분,
마을 들어가는 길, 입구 고추밭서 한창 작업하시는 어르신 계십니다.
"요구르트 있제? 한 5줄만 줘봐~"
"날 더우니께 요거라도 먹어야지~" 하십니다.
고추농사는 기계화 되는 일이 너무 어렵고, 무엇보다 수확의 시기가 매우 뜨거운 여름이다보니, 어느 농사보다도 힘듭니다. 어르신께,
"정오엔 나오지 마셔요~~" 하며 요구르트 5줄 드리고 나섭니다.
9시 50분,
지난번에 사신 물건 선사 잘 하셨는지 여쭤보니, 잘 갖다 줬다고 하시는 어르신.
오늘은 커피가 다 떨어지셨는지, 믹스 커피 하나 사십니다. 그리곤 호박차도 하나 사십니다. 식사 대용으로 간단하게 드실 것이 필요하셨나 싶습니다. 차에는 호박차가 없지만, 매장에는 주간보호 어르신들에게 나가는 호박차가 있어 갖다 드린다고 말씀드리며 길을 나섰습니다.
10시,
지난번 불가리스 2줄 잘 받으셨는지 확인 하였습니다. 냉장고에 넣어놓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쭤보니 고맙다고 하십니다. 그러곤 오늘도 두줄을 또 사시는 어르신. 고맙습니다~:D
10시 15분
우리 어르신, 계란을 10알씩 밖에 안사셨는데 왠일로 30일 한 판을 사십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식들 온다는 소식에 더 사시는 어르신. 어르신들이 갑작스럽게 양을 늘리면 집안의 소식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주 많이 사셨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10시 25분,
지난번 어르신께서 대신 주문해달라고 하셨던 물건을 드리고 1주일이 지났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이거 너무 비싼대... 담배도 하나 다 안들어가~~" 하시며 계속 말씀하십니다. 어르신과 직접 옆에서보면서 물건을 골랐으면 좋았을것을... 그렇지 않고 따로 구매해서 드리다보니 욕구가 맞지 않습니다. 어르신께 설명드리고 이야기해도, 아쉬운마음은 어쩔수 없으신가봅니다. 어르신께선,
"자네가 내 뱅킹 계좌 들어가서 이체 하게~" 하십니다.
뱅킹이 있어도, 뱅킹을 할 줄 모른다며 직접 이체하라고 하신 어르신, 들어가고나니
"울 마누라가 나한테 용돈 100만원 넣어줬어~ 남자가 돈이 없으면 안된다고~" 하시며 계좌를 보여주십니다.
내심 사모님을 자랑하고 싶으셨던 것인지, 어르신은 웃으면서 이체된 금액 확인하십니다.
11시 10분,
오늘도 두유 한 박스 사시는 어르신, 오늘은 계란까지 하나 더 하십니다. 그러곤 다시마 작은거 없는지 여쭤보셔서 스틱형 다시마 안내해드리니 보시고는 하나 사가십니다. 지난번엔 못들어드렸는데, 오늘은 두유랑 계란 들고 집으로 들어다드렸습니다. 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손목이 아파서 시큰시큰 하시다는 어르신. 건강이 더 오래 유지되시길 바래봅니다.
11시 30분,
콩나물 두러 가는 길, 이사님이 나오셨습니다. 이사님께서 일하고 계셨는지 간식과 음료 등등 여러가지를 한 번에 고르십니다. 그 뒤로 나오시는 이사장님 사모님.
"콩나물을 그늘에 둬도 시퍼래지네..." 하십니다.
그늘이어도 온도가 올라가거나 햇빛이 들면 색이 바뀌는데, 현관 앞 그늘에 계속 두었음에도 어쩔수 없었나봅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어쩔수 없지 않겠냐며, 이해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주기적으로 콩나물 2개를 사셨는데, 영농일로 늘 바쁘다보니, 물건을 제 때 받는게 쉽지가 않으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보내달라고 하신 이사님, 좀 더 적합하게 받으실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봐야겠다 싶습니다.
13시 30분,
오늘은 회관에 비교적 사람들이 좀 계셨습니다. 회관서 드실 간식 사시는 분들, 그리고 반찬 만드려고 한 고추장, 요리당 등 다양한 식재료들을 구입하셨습니다. 이장님 사모님도 오셔서 간식을 구매하시길래 지난번 공병처리 다 했다고 말씀드리니,
"화장실 안쪽에도 공병있었는데..." 하시며 남은 공병 처리를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다른 어르신은 락스를 사셔야겠다며 옆에 계신 어르신께 돈을 빌려달라고 하십니다.
"락스가 한 통에 6천원?" 하시더니, 5통 달라고 하십니다.
잔돈 안만들고 깔끔하게 3만원으로 만들어 거래하십니다. 어르신 자전거 뒷자리에 락스 5통 넣어드리고 잔돈 드리며 다음 마을로 떠납니다.
14시,
오늘도 물 2L 6묶음, 4셋트 시키신 삼촌. 이곳은 상수도 보호구역인데, 집으로 쓰는 상수도가 간혹 물이 좋지 않다고 하십니다. 모래가 섞일 때도 있고, 색이 누렇게 보이신다고 하셔서 생수를 사서 씻는다고 하십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셨는진 모르겠으나, 늘 그렇게 살아오셨다보니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지내시는가 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늘 이렇게 생수를 사서 씻어야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면 한 번쯤 점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14시 20분,
어르신댁에 두부 2개 갖다 드리러 갈려던 찰나, 버스에서 누군가 내리십니다. 어르신께서 읍에 나갔다 들어오신 길이셨습니다.
"화장지 한 통 줘~" 하시는 어르신.
읍에는 병원에 갔다오신다며, 아침에 나갔다가 지금 오셨다고 합니다. 읍으로 일을 보러 나가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반나절 걸린다는 이야기를 어르신 보며 실감합니다.
14시 35분,
어르신 댁에가니 밑반찬 가방이 2개 있습니다. 뒷집 어르신께서 놓고 가셨나봅니다. 밑반찬을 전달할 때 직접 갖다달라고하셨는데, 통 수거할 때 이곳에 맡겨두는건 괜찮은가 싶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지난번 ㅗㅈ금 더 큰 요플레를 드시고 나서는 다시 원래 사이즈대로 드시기로 하셨습니다.
15시,
오늘은 못봤던 분들이 시정에 계셨습니다. 누구신가 봤더니, 이동네에 살고 있진 않지만 추석맞이 벌초 하러 오셨다고 합니다. 동네 어르신들 간식 사드리려고 젤리, 음료수 등 다양하게 사십니다. 이동장터를 보시고는 젊은 분들은
"어르신들 생각하며 운영하는게 기특하네~" 라고 표현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러신지 몇가지를 더 사시곤 다사셨다고 합니다.
옆에 계신 어르신은
"이거 참 미안한데 지난번 가스버너 산게.. 어찌된게 평소보다 훨씬 빨리 떨어졌어..어찌된건지.. 비닐랩 씌워져있었는데, 새는것도 아니고.. 어찌..." 하시는 어르신.
바로 환불해드릴려고 했더니,
"아녀, 이건 그냥 내가 하나 새로 살테니, 판매점에 물어봐주시게. 그래서 거기서 환불하면 내꺼 하나 환불해줘~" 하십니다.
한 2주전, 한 어르신도 가스가 빨리 닳은것 같다고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이번이 두번째였습니다. 혹 다른 원인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다음번엔 쓰신 부탄가스 병 확보해서 해당 업체에 문의해봐야겠다 싶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설 무렵, 한 어르신은 집으로 가자고 하십니다. 이번 명절 맞아 음료랑 간식거리를 구매하신다고 합니다. 지난번 명절 전에도 한 번 대량으로 사셨는데, 이번에도 사십니다. 문중에서 오다보니 술을 비롯하여 간식들을 준비해놓습니다. 술을 마실사람, 안마시는 사람, 탄산을 좋아하는 사람, 안좋아하는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하시는 어르신. 사람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일은 정말 쉬운일이 아님을 생각합니다.
15시 30분,
가을이 정말 왔나봅니다. 들녁이 노래집니다. 곧 머지 않아 수확할 날이오겠지요. 추석이 성큼 왔구나 싶기도 합니다.
15시 40분,
오늘도 회관에 모여서 다들 고스톱 치고 계십니다. 한 어르신은 마중 나오셔서 동태와 계란 2판을 사가십니다. 다른 어르신은 회관에서 먹을거 좀 내려놓고 가시라며 콩나물, 코다리 등을 주문하십니다. 총무님은 위에 계신다고 하셔서 위로 가보라고 하십니다. 전화드려보니, 총무님은 마지막 할머니 집에서 보자며, 마지막 할머니 집으로 오라고 하십니다.
15시 45분,
어르신, 간장을 사신다고 양조간장을 하나 달라고 하십니다. 가격은 14,000원
"어쩌지.. 비싸네.. 흠.. 양조 간장 밖에 안먹는데...." 하시면서 일단 사십니다. 물가 상승은 어르신들에겐 늘 늘 엄청난 부담으로 와닿습니다.
16시,
노인회장님, 마지막 어르신 댁에 가는길에 붙잡습니다.
"화장지 한 통, 세제 하나, 퐁퐁, 간장, 그리고.. 캔 맥주 한 박스 내려놔줘~" 하십니다.
늘 물건을 다용도실에서 받으셨는데, 마당서 내리라고 하십니다. 집으로 갖다드리려다보니 어르신 한 분 집안에 계십니다.
어르신 내려놓으라는 곳으로 다 내려놓고 인사드리고 가니, 미안하네 하시며,
"조심히 다녀~~" 하십니다.
어르신의 염려를 앉고 마지막집 가니 꽃게를 다듬고 계셨습니다.
상태가 좋아보이는 꽃게 , 얼마인지 여쭤보니 1박스 7만원이라고 하십니다. 15마리 정도 들었다는 꽃게.
보자마자 저도 우리집으로 다 보내면 좋겠다 싶어서 바로 연락처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우리 총무님 친구의 며느리가 한다는 꽃게.
어르신들이 좋다는 제품은 믿고 살 수 있는 제품입니다. 특히나 해산물, 육류 등은 말이지요.
어르신 덕분에 좋은 꽃게 샀다고 감사인사 드리며 나왔습니다.
내일은 담당자가 출장을 가서 장터를 이사장님이 하실 예정입니다.
내일도 어르신들과 이사장님의 만남이 잘 이뤄지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어르신들 덕분에 잘 마쳤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