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박남준 - 동백.mp3
동백
동백의 숲까지 나는 간다
저 붉은 것,
피를 토하며 매달리는 간절한 고통 같은 것
어떤 격렬한 열망이 이 겨울 꽃을 피우게 하는지
내 욕망의 그늘에도 동백이 숨어 피고 지고 있겠지
지는 것들이 길 위에 누워 꽃길을 만드는구나
동백의 숲에서는 꽃의 무상함도 다만 일별해야 했으나
견딜 수 없는 몸의 무게로 무너져내린 동백을 보는 일
이란
곤두박질한 주검의 속살을 기웃거리는 일 같아서
두 눈은 동백 너머 푸른 바다 더듬이를 곤두세운다
옛날은 이렇게도 끈질기구나
동백을 보러 갔던 건
거기 내 안의 동백을 부리고자 했던 것
동백의 숲을 되짚어 나오네
부리지 못한 동백꽃송이 내 진창의 바닥에 떨어지네
무수한 칼날을 들어 동백의 가지를 치고 또 친들
나를 아예 죽고 죽이지 않은들
저 동백 다시 피어나지 않겠는가
동백의 숲을 되짚어 나오네
부리지 못한 동백꽃송이 내 진창의 바닥에 피어나네
박남준 시집 <적막> 중에서...
첫댓글 심원재 창호지문에 그 어떤 시가 쓰여진다면
그 문짝 살아 남기 힘들겠죠?^^
지금까지 난
빨간 동백만 있는 줄 알았지
빨간 동백만 이쁜 줄 알았지
하얀 땅에
검게 핀 동백
오늘에서야 보았네
그것이 아름다운 줄도
오늘에서야 알았네
허나
아직 빨간 동백 버릴 줄도 모르는데
저 흑동백이야...
거울아 거울아
내가 이뻐?
흑동백이 이뻐?^^
내가 더 이쁜가...?^^
미황사 금강스님표 눈꽃 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