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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자리 조직위 '그들만의 리그'…일부 F1그랑프리 흥행 실패도 '쉬쉬' | ||
'모터스포츠의 꽃'인 F1(포뮬러 원)대회는 올림픽·월드컵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출전 차량 1대 가격이 100억원이나 되고, 180여개국에서 6억명이 TV로 시청한다. 올해 F1대회는 3월 12~14일 바레인 그랑프리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돌며 모두 19번의 경기를 치른다. 10월 22~24일 한국에서도 F1대회가 열린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 185만3000㎡ 크기 간척지에선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릴 '영암서킷' 공사가 한창이다. 13만5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매머드급이다. 지난 2007년 10월에 착공해 현재 6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7월 완공이 목표다. 체육과학연구원은 7년간 영암에서 열릴 F1대회를 통해 생산유발 1조8000억원, 부가가치 8600억원, 고용유발 1만8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전라남도가 내놓은 자료도 '인구 4만의 모나코…관광객 23만, 경제효과 1875억원', '말레이시아 그랑프리, 사흘 경기에 1조원 효과' 등 장밋빛 일색이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장밋빛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 11일 현판식을 갖고 사무실을 연 F1조직위원회 구성부터 반쪽이다. 전남도는 작년 12월 조직위를 출범시키면서 외부 인사를 공동위원장으로 추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 등 접촉했던 인사(人士)들이 모두 손사래를 치며 물러섰다. 결국 박준영 전남지사가 단독으로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조직위 면면은 누가 봐도 '그들만의 리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지역 발전을 위한 방안을 찾던 전남도는 2006년에 F1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줄곧 우려를 표시했다. 개최지의 접근성이 취약하며, 숙박 여건이 좋지 않고, 국내 모터스포츠의 저변이 넓지 않아 사업 타당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F1특별법 조기(早期) 제정과 F1대회 적극 지원 약속이 나와 비틀대던 F1 추진의 바퀴는 다시 굴러가게 됐다. 하지만 이번엔 해외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2005년 27만명(입장 수익 400억원)의 관중을 모았던 중국 상하이 F1은 지난해 유료 관중이 3만2000명에 불과했다. 2009년 터키 이스탄불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15만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을 사흘 동안 고작 3만6000명이 찾았다. 중계를 위해 텅 빈 관람석을 검은색 천으로 가려야 했다. 이런 사정은 조직위나 우리 정부, 관련 기업들도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서로 '쉬쉬' 했을 뿐이다. 이렇게 넋 놓고 있다간 한국 첫 F1 대회는 '실패의 연구'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될 공산이 크다. 마침 올해는 '한국 방문의 해'다. F1 대회는 관광 한국의 입지를 다지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16년간 91회 우승을 차지한 뒤 은퇴했던 독일의 '전설(傳說)' 미하엘 슈마허가 4년 만에 복귀하는 것도 뜻밖의 호재(好材)다. 대박이냐, 쪽박이냐는 준비에 달렸다. 전라남도에는 특급호텔이 2개밖에 없다. 서울·제주 등 다른 지역의 숙박시설을 활용하고 철저한 교통대책도 세워야 한다. 지원법까지 만든 마당에 정부가 "대회를 유치한 사람들이 알아서 하라"며 뒤로 물러나선 곤란하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 자동차 경주도 하나 제대로 못 치러냈다"는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힘을 모아야 한다. /조정훈 논설위원 donjuan@chosun.com, 사진=브리지스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