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을 따라가라,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출처 :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류시화
누군가가 나에게 지금까지의 삶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가 물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후회되는 일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후회되는 일은 장만옥을 만나러 가지 않은 일이다.”
25년 전에 영화 [첨밀밀]을 봤을 때, 그때 바로 만나러 갔어야 했다. 모든 일을 제쳐 놓고 그렇게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몇 가지 이유로 가지 않았다. 당시 나는 이름난 작가도 아니었고, 영화에 나오는 홍콩의 페닌슐라 호텔에 투숙할 만한 돈이 없었으며, 생계를 위해 눈앞에 닥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실제의 장만옥은 영화 속 인물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거나, 영화 속 남자 주인공처럼 낡은 자전거를 타고 그녀 앞에 나타났다가는 경찰에 잡혀갈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한 일반화의 논리였다.
그로부터 3년 후 [화양연화]를 가슴 시리게 보고 또 봤을 때, 그때는 정말로 모딜리아니의 그림 속 여인 같은 장만옥을 만나러 갔어야 했다. 그래서 '화양연화-생의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을 함께 보냈어야 했다. 하지만 삶이 어디 그렇게 녹록한가. 작가로서 이름을 얻기 시작했지만, 세계적 명성이 더 높아진 그녀에 비하면 나에게는 내 새울 것이 장발머리와 한국어로 쓴 시 몇 편과 인도 여행담이 전부였다.
그때는 왜 그토록 용기가 없었을까? 치파오 복장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어쩌다 등려군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들려도 마음은 그대로 돌아가는데. 만나면 말하려고 영화 속 대사를 수없이 외워 지금도 현지인처럼 말할 수 있는데. "워시앙 메이티앤 쩡카이얜찡 떠우 칸 따오 니(매일 눈을 뜰때마다 너를 보고 싶어)"
해 버린 일에 대한 후회는 날마다 작아지지만, 하지 않은 일에 후회는 날마다 커진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생의 저녁까지 우리를 따리다니는 것은 하지 않은 일이다. 하찮은 일들과 소란한 만남들 때문에 언제까지나 뒤로 미룬 일, 주위의 만류와 일반화의 논리 때문에 포기한 일, 안전한 영역밖ㅇ로 나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진짜 감정과 진실을 감춘 일이 그것이다. 그렇게 해서 흥미진진하고 의미로 채워진 영화 같은 삶을 유예시키고 관객석에서만 살아간 것이다. 나의 삶은 내가 최초로 시도하는 삶인데도.
사실 그 독자의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나에게 '가장 후회되는 일'을 물어 남자의 가슴을 회한으로 물들게 할 것이 아니라 '가장 후회되는 글'이 무엇인가 물었어야 했다. 나에 가장 후회되는 글은 생각만 하고 쓰지 않은 글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실패한 모든 글은 '미룬 글들'이며, 가장 실패하고 기억될 가지조차 없는 글은 '쓰지 않은 글'이다. 가장 후회되는 여행은 '떠나지 않은 여행'이다.
한 달 동안 인도 여행을 할 생각인데 비용이 얼마나 필요한지 묻는 친구가 있다. 느는 그에게 전혀 돈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10년 넘게 같은 질문을 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이든 새로운 추구이든 혹은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든 생각만 하는 데는 아무 비용이 들지 않는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젊었을 때, 한 여자가 그와 사라에 빠졌다. 그녀는 칸트가 청혼해 주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칸트는 만날 때마다 철학적인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느낀 여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저와 결혼해 주세요."
그러자 칸트는 말했다.
"내게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나는 생각하는 일을 거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는 도서관에 가서 사랑과 결혼에 관한 책에 집중했다. 그리고 결혼에 찬성하는 354가지 이유와 결혼에 반대하는 350가지 이유를 노트에 기록했다. 그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으며, 결혼에 찬성하는 이유 쪽에 4가지가 더 많았으므로 마침내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칸트는 여자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고, 그녀의 아버지가 나와서 말했다. "내 딸은 이미 결혼했네. 아이가 둘이나 있지. 그동안 자네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나?“
그가 결혼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3년이 흐른 것이다.
그 후로 어떤 여자도 칸트에게 청혼하지 않았고, 그는 평생 미혼으로 남았다.
우리가 생각에 붙들려 있을 때 삶은 흘러간다. 삶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으며, 그런 식으로 삶을 놓친다. 우리가 가서 문을 두르리면 그녀는 이미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다. 오늘을 놓지면 이미 놓친 것이다. 모든 사랑이, 여행이, 불꽃이 그렇게 생각과 합리적인 판단과 비교 속에서 사라진다.
셰이크 사난은 페르시아의 경건하고 존경받는 학자였다. 어느 날 그는 독특한 꽃과 과일로 가득한 정원을 발견했다. 특히 잘 익은 석류가 매달린 아름다운 나무에 매혹되었다. 사난은 언제나 이 나무의 열매를 맛보고 싶었지만, 나중에 시간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하며 망설였다. 사난이 계속 미루는 사이 며칠이 몇 주가 되고 몇 주가 몇 달이 되었다. 그는 나무가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일들에 몰두했다. 그러나 시간과 상황이 예기치 않게 바뀔 수 있다는 사살을 깨닫지 못했다. 어느 날 마침내 그 나무를 찾아가기로 결심한 사는은 실망스러운 광경을 마주했다. 한때 잘 익은 석류가 풍성했던 나무가 시들어 죽어 있었다. 가지가 메마르고 아름다움은 사라져버렸다. 사난은 큰 후회와 슬픔에 젖었다. 뒤로 미루는 바람에 석류를 맛볼 기회를 놓친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기다리는 동안 인생은 지나간다. 미루는 행동의 결과를 깨달은 사난은 시간의 덧없는 속성과 기회가 왔을 때 붙잡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숙고했다.
이 학자처럼 우리는 하지 않은 일로 인해 더 많이 절망한다. 가장 아픈 말은 이것이다.
"그것을 시도했어야만 했는데 … "
자신의 노래가 자신 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채로 죽어서는 안 된다. 루미는 썼다.
"그대가 진정 사랑하는 것의 이상한 끌어당김에 말없이 따라가라. 그러면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혹은 다음의 구절을 나는 좋아한다.
"내 안에는 열정이 있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열정이."
사랑하는 만위(만옥), 내가 당신을 만나러 갔다 해도 만나지 못했을 수 있다. 반드시 꿈을 이루어야만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수많은 팬 중 한 명으로 먼발치서 당신을 바라보고 돌아서야 했거나, 영화 속 장면처럼 홍콩 뒷골목에서 혼자 싸구려 국수를 먹고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기억으로 내 삶은 더 절절해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