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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대 경영과 출신 정미향 씨 거창사과원예농협 '스마일 아가씨' 고향 떠나지 않고도 꿈 이뤘다
거창군 거창읍에 위치한 거창사과원예농업협동조합 본점에 들어서면 창구에 한 눈에 봐도 앳돼 보이는 여직원이 유난히 환한 미소로 반긴다. 경남도립거창대학(총장 김정기) 경영과를 지난해 졸업하고 곧바로 지역농업협동조합에 계약직으로 취업한지 1년도 안 돼 정규직원 공채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정미향(22) 씨다.
거창군 마리면에서 태어난 정미향 씨는 마리초·중학교를 거쳐 거창여자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거창 소재 초·중·고와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농협에 취업하면서 '거창지킴이'가 됐다. "도내 대학생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사과 농사를 짓는 부모님 대신 일곱 살 터울 남동생을 돌보고, 집안일을 도우면서도 중학교 때까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세칭 '명문'이라는 거창여고에 입학하자 창원, 진주, 김해, 심지어는 서울에서 유학 온 우수한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리적으로 위축됐지만 나름 열심히 하며 서울 소재 대학을 꿈꿨다. 그러나 3학년 무렵부터 성적이 중위권으로 떨어지자 일찌감치 계획을 바꿨다. 어중간한 성적으로 4년제 대학에 갈 바에 일찍 취업준비를 할 수 있는 전문대로 가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
마침 거창대학에 재학 중인 친오빠에게서 "거창군 관내 농협이 매년 거창대 출신들을 일정 비율 채용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해서 지난 2012년 '금융권 취업'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거창대 경영과에 입학했다.
1학년 때부터 수강 과목 전체에서 'A+' 학점을 받으며 졸업 때까지 과 수석을 유지했다. 입학 전 생각했던 대학 분위기와 달리 동기들 대부분이 빨리 취업하고 싶은 의지가 강해 자연스레 면학 분위기가 조성됐다.
방학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학교의 지원을 받아 필리핀 마닐라로 한 달간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교내 무료 특강을 들으며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스펙 쌓기에 열중했다. 2학년이 돼서는 기숙사에 들어가 필리핀 교환학생과 같은 방을 쓰며 영어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봉사활동과 거창대 홍보도우미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도 쌓았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지도교수님으로부터 거창사과원예농협에 지원해볼 것을 권유 받았다. 비록 계약직이지만 미리 업무 전반을 익히며 정규직 채용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경영과 동기 8명이 지원해 그를 포함한 2명만이 최종 면접을 통과했다. 금융관련 자격증도 없이 서류전형을 거쳐 면접까지 붙은 비결을 묻자 "은행 창구 업무의 특성상 늘 친절하고 밝게 웃을 수 있는 직원을 필요로 할 것이란 생각에 가장 큰 장점인 '밝은 미소'를 면접관들에게 유난히 더 보여준 것 같다"며 웃었다.
계약직 입사 후 농협 6급 정규직 시험 관련 서적을 구입해 틈나는 대로 공부했다. 국어·영어·수학뿐만 아니라 시사, 인적성 등 다양한 과목을 익혀야 하기에 짧은 기간 준비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입사 동기 중 유일하게 정규직 채용시험에 합격했다.
특히 도내 지역농협 6급 정규직 시험 합격자 중 최연소자로 알려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밝고 성실한 업무 태도로 선배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아온 터라 거창사과원예농협 직원들도 기뻐하고 축하해 주었다.
정규직원이 된 후 창구에서 고객들을 마주한 지도 어느새 반년이 지났다. 계약직으로 근무한 기간까지 합치면 1년 반이다. 처음 창구에 섰던 날부터 지금까지 유난히 밝은 표정과 상냥한 말투는 한결같다.
권창용 거창사과원예농협 과장은 "정미향 씨는 성격이 밝고 쾌활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라며 "어떤 고객이든 능숙하게 응대해 창구에 미향 씨가 있으면 든든하다"고 칭찬한다. 실제 그는 단골 고객들 사이에서 '스마일 아가씨'라 불린다.
'거창지킴이' 정 씨는 "고향에만 있기 답답하지 않냐"고 묻는 질문에 "결혼 후에도 내 고향 거창에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말로 대신했다.
현장중심 교육…취업률 90% 이상
경남도립거창대학 경영과
경남도립거창대학 경영과는 금융권, 회계·세무, 유통·마케팅직 등 다양한 분야에 취업이 가능한 인재를 육성하고자 현장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우수한 교육인프라로 교육과학기술부 전국 전문대학 경영계열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 무료 자격증·취업특강은 물론 어학능력 향상을 위한 무료 토익특강과 해외어학연수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거창군 관내 산업체와 산학협력을 통해 매년 90% 이상의 취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거창대는 형제가 세 명 이상인 재학생을 대상으로 매 학기 등록금을 36만 원만 납부하도록 하는 '다자녀 장학금'을 운용한다.
글·사진 이한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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