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3대 진미는 무엇일까요?
러시아산 철갑상어알인 캐비어(cavier)와
프랑스 지방의 거위간 요리인 푸아그라(foie gra),
그리고 유럽산 송로버섯인 트러플(trefule)이라고 합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송이가 최고의 버섯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구에서는 송로버섯을 최고의 버섯 요리로 평가하고 있답니다.
송로버섯은 다이아몬드에 비유될 정도로 엄청난 고가의 버섯인데
kg당 가격이 자그마치 20만 달러, 한화로 2억 9천만에 거래되었던 적도 있더군요.
최근에는 900g의 송로버섯이 한국계 와인마스터에 의해 1억 6200만원에 낙찰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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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로 버섯이나 캐비어는 그렇다치고 푸아그라는 정말 의외입니다.
푸아그라란 프랑스어로 '살찐 간' 이라는 뜻인데
거위를 4~5개월 동안 운동을 전혀 시키지 않은채 사료를 먹여
살을 찌우고 간이 커지도록 만들면 거위의 간이 평균 1.35kg이 된답니다.
'살찐 간'은 영어로 fatty liver인데 사람에게서 fatty liver란 지방간을 의미합니다.
지방간은 성인병의 일종인데 거위의 지방간이 세계의 3대 진미라니...
푸아그라도 일종의 동종요법이어서 지방간을 치료할 수 있다면야 다행이지만
단순히 별미로서의 푸아그라를 선호한다면 3대 진미로서는 재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
세계 3대 진미는 고사하고 저는 울 나라의 별미조차 아직 제대로 먹어보질 못했습니다.
아, 있다! 중국집의 3대 별미인 짜장, 우동, 짬뽕... ㅋㅋㅋ
맛을 뜻하는 진미에는 두 가지 단어가 있습니다.
먼저, 진미(珍味)는 아주 좋거나 특별한 음식의 맛을 뜻하는 단어인데 비하여
진미(眞味)는 참 맛을 의미하는 단어로써
음식의 맛이 특별하다고 할 때에는 보통 진미(珍味)라는 단어가 사용됩니다.
갖가지 진귀한 음식들로 차려진 밥상을 진수성찬(珍羞盛饌) 이라고 하죠.
사실 진미(珍味)라는 단어는
희소성 내지는 별미로서의 특별한 맛을 뜻하는 용어로써 강조되다 보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좋은 음식을 뜻하는 용어로서는 적절치가 않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좋은 음식을
부득이 진미(珍味)가 아닌 진미(眞味)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어떨까 싶군요.
인생에도 별난 맛이 있는가 하면 참 맛이 있습니다.
별난 취미, 별난 직업, 별난 기행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을
인생의 진미(珍味)를 찾아 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인생의 근본적이며 궁극적인 삶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을
인생의 진미(眞味)를 좇아 사는 사람들이라 하겠습니다.
진미(珍味)가 사는 멋이라면 진미(眞味)는 삶의 의미라고 할까요?
진미(珍味)가 원두커피 향 같다면 진미(眞味)는 양푼 비빔밥 맛일 겁니다.
식습관에도 확실히 진미(珍味)를 좇는 부류와 진미(眞味)를 좇는 부류가 있습니다.
뭐,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오로지 양으로만 승부한다는 님들도 있죠. ㅋ~
인생이 살만하고 해피할 때는 고민하기 보다는 즐기려는데 비하여
고통과 재난이 닥치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참된 의미를 찾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건강할 때에는 별미를 찾아 불원천리 소문난 맛집을 찾아 가는데
건강을 잃거나 심각한 병에 걸리면 비로소 몸에 좋은 음식을 열심히 찾습니다.
인생을 즐기려는 사람과 참된 의미를 찾는 사람이 어울리기 쉽잖은 것처럼
지금 건강한 사람과 건강을 회복할려는 사람의 식습관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러면 진미(珍味)와 진미(眞味)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요?
사는 멋도 누리면서 삶의 의미도 추구할 수는 없는 것인가 말입니다.
누구나 깊이 고민했을 질문이지만 생각보다 그리 쉬운 건 결코 아닙니다.
별미를 유별나게 찾는 사람이 건강식 위주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이란 누구든지 대개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살아가기 마련이라
별미를 좋아하는 사람은 건강식에 소홀하고 건강식을 하는 사람은 별미를 즐기진 않습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과 음식의 성향을
좌표의 중심축에서 놓고 본다면 좀더 진미(珍味) 편향적이 아닐까 합니다.
깊은 사색과 산고 이후에 자신의 삶을 움직여 가기 보다는
오늘 당장 삶의 멋을 제공하는 모티브를 좇아 다니듯이
예측하지 못할 미래의 병에 관한 예방책으로 진미(眞味)로서의 음식을 대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나의 입맛을 충족시킬 진미(珍味)를 좇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과잉 투자하는 셈이죠.
세계 3대 진미(珍味)가 아니더라도 각종 진미(珍味)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비록 국가간, 민족간 시각 차이는 다소 있더라도 진미(珍味)를 진미(珍味)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개고기 문화를 혐오하는 서구인들과 원숭이골 요리를 혐오하는 동양인들의
넘을 수 없는 갭이 존재하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말입니다.
이에 비하여 건강을 위한 진미(眞味)에 관한 정보는 온도 차이가 너무나 큽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 번에 이 진미(眞味)에 관한 구체적인 얘기들을 나눌까 합니다.
첫댓글 참 다양한 글을 쓸 수 있네요. 들꽃-약초-버섯-맛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