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경(S35:238)
Āsīvisa-sutta
2. 거기서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불러 말씀하셨다. (*1)
(*1) 주석서에 의하면 본경은 괴로움의 특상을 명상주제로 삼아서 수행하는 비구들에게 설하신 것이라고 한다.(SA.ⅲ.5)
3. “비구들이여, 예를 들면 빛을 발하고 맹독을 가진 네 종류의 독사(*2)가 있다.
(*2) 네 종류의 독사는 각각 지수화풍의 네 가지 근본물질에 비유가 되고 있다.
그때 살기를 바라고 죽기를 바라지 않으며 행복을 바라고 괴로움을 혐오하는 사람이 온다고 하자.
그런데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자. ‘여보시오. 빛을 발하고 맹독을 가진 네 종류의 독사가 있습니다.
그대는 때때로 이 뱀들을 들어 올려야 하고 때때로 목욕을 시켜야 하고 때때로 먹을 것을 주어야 하고
때때로 보금자리로 내려놓아야 합니다.
여보시오. 그런데 빛을 발하고 맹독을 가진 이 네 마리 독사 가운데 어떤 한 마리가 화가 나면
그대는 죽거나 죽음에 버금가는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여보시오. 그러니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라고.”
4. “비구들이여, 그러면 그 사람은 빛을 발하고 맹독을 가진 네 종류의 독사가 두려워서 이리저리 도망칠 것이다.
이런 그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여보시오. 다섯 명의 살인을 일삼는 원수들이 ‘우리가 이놈을 보기만 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목숨을 빼앗아버리리라.’라고 하면서 그대의 등 뒤를 쫓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라고.”
5. “비구들이여, 그러면 그 사람은 빛을 발하고 맹독을 가진 네 종류의 독사가 두렵고
다섯 명의 살인을 일삼는 원수들이 두려워서 이리저리 도망칠 것이다. 이런 그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여보시오. 그대와 친숙한 여섯 번째의 살인자(*3)가 칼을 빼들고 ‘내가 이놈을 보기만 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머리를 잘라버릴 것이다.’라고 하면서 그대의 등 뒤를 쫓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라고.”
(*3) “‘친숙한 여섯 번째의 살인자’라고 하였다. 왕은 대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에 그가 독사들로부터 쫓기자 이리저리 속이면서 도망을 갔다.
그리고 다섯 명의 살인자들이 뒤쫓자 더 빨리 도망을 갔다. 그래서 그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속임수를 쓰면 잡을 수 있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그와 함께 먹고 마시고 함께 지낸 친숙한 자를 자객으로 보내라.’라고.
그러자 대신들은 그런 사람을 찾아서 자객으로 보냈다.”(SA.ⅲ.10)
6. “비구들이여, 그러면 그 사람은 빛을 발하고 맹독을 가진 네 종류의 독사가 두렵고,
다섯 명의 살인을 일삼는 원수들이 두렵고, 자신과 친숙한 여섯 번째의 살인자가 칼을 빼들고 오는 것이 두려워서
이리저리 도망칠 것이다. 그러다가 그는 빈 마을을 볼 것이다.
어떤 집에 들어가도 텅 비어 있고 황량하고 공허하였고 어떤 그릇을 집어 보아도 텅 비어 있고 황량하고 공허하였다.
이런 그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여보시오. 지금 곧 마을을 터는 도둑떼들이 이 빈 마을로 쳐들어 올 것입니다.
그러니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라고.”
7. “비구들이여, 그러면 그 사람은 빛을 발하고 맹독을 가진 네 종류의 독사가 두렵고,
다섯 명의 살인을 일삼는 원수들이 두렵고, 자신과 친숙한 여섯 번째의 살인자가 칼을 빼들고 오는 것이 두렵고,
마을을 터는 도둑떼들이 두려워서 이리저리 도망칠 것이다.
그러다가 그는 이 언덕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두려움이 있지만 저 언덕은 안전하고 아무 두려움이 없는
그런 큰 호수를 볼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안전하게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네줄 배나 다리가 없었다.”
8. “비구들이여, 그러면 그 사람에게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여기 큰 호수가 있는데 이 언덕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두려움이 있지만 저 언덕은 안전하고 아무 두려움이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안전하게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네줄 배나 다리가 없다.
그러니 나는 풀과 잔가지와 큰 가지와 풀잎을 함께 모아서 뗏목을 엮은 뒤 그 뗏목에 의지하여
손과 발로 저으면서 노력하여 안전하게 저 언덕으로 건너가야겠다.’라고.”
9. “비구들이여, 그러자 그 사람은 풀과 잔가지와 큰 가지와 풀잎을 함께 모아서 뗏목을 엮은 뒤 그
뗏목에 의지하여 손과 발로 노력하여 안전하게 저 언덕으로 건너갔다.
[참된] 바라문은 이것을 건너 저 언덕에 도달하여 땅 위에 서 있다.”
10. “비구들이여, 이 비유는 뜻을 바르게 전달하기 위해서 내가 만든 것이다. 그 뜻은 이와 같다.
11. “비구들이여, 빛을 발하고 맹독을 가진 네 종류의 독사는 네 가지 근본물질을 두고 한 말이니
그것은 땅의 요소,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이다.(*4)
(*4) 주석서는 땅의 요소를 나무로 된 입을 가진 독사에, 물의 요소를 썩은 입을 가진 독사에,
불의 요소를 불붙는 입을 가진 독사에, 바람의 요소를 칼의 입을 가진 독사에 비유된다고 설명하고 있다.(SA.ⅲ.11~13)
12. “비구들이여, 다섯 명의 살인을 일삼는 원수들은 취착의 [대상이 되는] 다섯 가지 무더기[五取蘊]를 두고 한 말이니
그것은 취착의 [대상이 되는] 물질의 무더기, 취착의 [대상이 되는] 느낌의 무더기,
취착의 [대상이 되는] 인식의 무더기, 취착의 [대상이 되는] 심리현상들의 무더기,
취착의 [대상이 되는] 알음알이의 무더기이다.” (*5)
(*5) 주석서는 살인을 일삼는 원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 무더기라 불리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살인자’라 불린다.
첫째는 무더기들은 서로서로를 죽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무더기들이 있을 때 살인이란 것이 알려지기 때문이다.
즉 (1) 땅의 요소가 무너지면 나머지 요소들도 데리고 함께 무너지고, 물의 요소등도 마찬가지다.
물질의 무더기(rūpa-kkhandha)가 무너지면 정신의 무더기들(arūpa-kkhandha)도 함께 무너지고,
정신의 무더기들에서 느낌 등도 마찬가지이다.
(2) 무더기들이 있기 때문에 살해하고 묶고 자르는 등도 생겨난다.
이처럼 이들이 있을 때 살인하는 성질로부터 살인자 됨이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SA.ⅱ.324)
13. “비구들이여, 자신과 친숙한 칼을 빼든 여섯 번째 살인자란 즐김과 탐욕(*6)을 두고 한 말이다.”
(*6) “’즐김과 탐욕(nandī-rāga)‘은 통찰지의 머리를 잘라버리고 모태에 들어가게 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칼을 빼든 살인자와 같다. 어떻게?
① 눈의 감각대문으로 원하는 대상이 들어오게 되면 그 대상을 의지해서 탐욕(lobha)이 생긴다.
그러면 통찰지의 머리가 떨어진 것이다. 귀의 감각대문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②즐김과 탐욕은 난생(卵生) 등으로 구분되는 네 가지 모태로 인도한다.
모태에 드는 것을 근본으로 해서 25가지 큰 두려움과 32가지 징벌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에서 즐김과 탐욕은 칼을 빼든 살인자와 같다.”(SA.ⅲ.16~17)
14. “비구들이여, 빈 마을이란 여섯 가지 안의 감각장소를 두고 한 말이다.
비구들이여 만일 지혜롭고 슬기롭고 현명한 자가 눈으로 숙고해보면 그것은 텅 비어 있고 황량하고
공허하게 드러날 것이다. 비구들이여, 만일 지혜롭고 슬기롭고 현명한 자가 귀로 … 코로 … 혀로 …
몸으로 … 마노로 숙고해보면 그것은 텅 비어 있고 황량하고 공허하게 드러날 것이다.”
15. “비구들이여, 마을을 터는 도둑떼들이란 여섯 가지 밖의 감각장소를 두고 한 말이다.
비구들이여, 눈은 마음에 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형색들의 공격을 받는다.
귀는 … 코는 … 혀는 … 몸은 … 마노는 마음에 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법들의 공격을 받는다.”
16. “비구들이여, 큰 호수란 네 가지 폭류를 두고 한 말이니
그것은 감각적 욕망의 폭류, 존재의 폭류, 견해의 폭류, 무명의 폭류이다.”
17. “비구들이여,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두려움이 있는 이 언덕이란
자기 존재가 있음[有身]을 두고 한 말이다.”
18. “비구들이여, 안전하고 아무 두려움이 없는 저 언덕이란
열반을 두고 한 말이다.”
19. “비구들이여, 뗏목이란 여덟 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성스러운 팔정도[八支聖道=팔정도]들 두고 한 말이니
그것은 바른 견해, 바른 사유,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계, 바른 정진, 바른 마음 챙김, 바른 삼매이다.”
20. “비구들이여, 손과 발로 노력한다는 것은 불굴의 정진을 두고 한 말이다.”
21. “비구들이여, [물을] 건너 저 언덕에 도달하여 맨땅에 서 있는 바라문이라는 것은
아라한을 두고 한 말이다.”
각묵스님옮김 『상윳따니까야』 제4권 372-3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