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날을 잘 기억하는것에는 특별한 인영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를 친 아들보다 더욱 사랑해 주시던 매형이 운명을 하시던 날이었습니다.
매형이 병원에 들어온지 15일이 지나자
의사는 누나에게
"이제 가망이 없으니 장례지낼 준비하세요"
라고 합니다.
그날 나는 경전병원 병실에서 창문에 얼굴을 대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입니다.
이때 남대문 시장에서 한줄기의 가느다란 하얀 연기인지 수증기 인지
하늘로 똑바로 올라가는데
마치 가느다란 하얀 천이 하늘에 매여 있는듯이 꼿꼿하게 서 있는것입니다.
바람이 한점도 없나봅니다.
그런 광경은 그 후에도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마치 하얀 천이 하늘끝까지오른것 처럼 보여집니다.
그러자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이 부는지 꾸블꾸블 거리며 휘어지고
나중에는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그 가운데에는 뻘건 불꽃이 낼름 거립니다.
`아 남대문 시장에 불이났구나 !`
그런데 바로 길옆에는 남대문 경찰서가 있고 경찰서 옆에는 소방소가 있는데 왜 이리 조용한가?
불의규모가 점점 커지자 그제서야 싸이렌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후에 안 것이지만 , 사람이 숨이 끊어져야만 완전히 죽었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우리 영혼은 우리가 숨이 끊어지기 전에 이미 육신을 떠났다고 생각하며
그날의 남대문 시장의 화재를 연상하게 합니다.
다음날 아침에 내가 남대문시장에 가보니 가운데가 아주 운동장 처럼 완전히 잿더미입니다.
이시영 부통령이 흰두루마기를 입고 와서 시찰을 하는데 지팡이로 땅을 탁탁 치시며
"어허 !"
하며 개탄을 하십니다.
그날 매형의 숨은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세근아?"
"예 누나"
"너 용인 큰집에 좀 다녀오너라"
"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