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 4코스 1구간을 시작한다. 남항대교, 송도 해수욕장, 암남공원을 지나 감천항까지이다. 남항대교 인도를 걸어서 송도 해수욕장으로 간다. 부산항 남쪽 외항 묘박지에 정박한 많은 배를 볼 수 있디. 배에 기름을 넣거나 선용품을 공급받기 위해 배들이 며칠씩 잠시 머무는 장소이다.
송도 해수욕장은 이전에는 해운대, 광안리 보다 세련된 유원지였다. 젊은날 양손으로 젓는 2인용 하얀 보트을 타고 거북섬까지 가곤 했다. 많이 변했다. 해수욕장 입구 2층 횟집 건물과 옆집 가게는 예전 그대로 있는데 거의 볼썽사나운 건물로 바뀌어 지난 세월을 말해준다. 산 위에는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 차있다. 거북섬을 잇는 연륙교가 생기고 해변 중앙에서 바다 깊숙이 구름다리를 놓아 시야를 가린다. 암남공원 가는 산복도로 층계를 타고 오른다.
다음 날 아침, 어제 조금밖에 못 본 암남공원으로 남포역에서 버스를 탄다. 남부민동 골목을 지나 중간중간 정차하고 송도 윗길로 천천히 간다. 산이 많은 부산은 다른 도시에 비해 비탈진 산복도로가 많다. 어디서도 바다가 보인다. 송도 케이블카는 옛날 혈청소가 있던 장소에서 송도를 내려본다. 오랫동안 군부대로 있다가 김영삼 정부 때 일반에게 개방되면서 암남공원으로 생겨났다.
암남공원 후문으로 내려온다. 조금이라도 옛날 다녀갔던 곳을 기억하려고 한다. 공중화장실 지붕에 풍차를 달아둔 것은 발상이 별나다. 수면보다 낮은 땅에 있어야 할 풍차가 산 중턱에 있다. 후문에서 감천 사거리까지 걸어가면서 감천 부두에 있는 냉동창고 크기에 놀란다. 수산 냉동창고에 외국산 수산물이 가득 들어 앉아있다.
감천 사거리에서 쭉 들어간 횟집에 자주 갔던 기억이 나서 찾아 나섰다. 주변이 하도 많이 변해서 찾질 못한다. 대형 수산물 냉동창고가 들어서고 화물차 관련 회사가 있어 주변이 많이 변했다. 그래도 감천 화력발전소(부산천연가스발전본부)는 그대로 있다. 지나치다가 정문 경비에게 “지금도 전력 생산하나요.” 예라고 답을 한다. “굴뚝에 연기가 나질 않았서.” 천연가스로 합니다. 라고 말을 한다. 그렇구나. 나는 모르는 게 많다.
감천항이 보고 싶다. 화물차와 컨테이너 차가 다니는 부두가 눈앞에 나타난다. 사람이 한가하게 지나는 곳이 아니다. 길게 늘어선 철재 울타리는 가봐야 별일이 없을 것 같다. 감천(甘川), 옛날 화물선에 식수를 공급받던 항구도 더 이상 아니고 남항은 신항에 밀려 변두리 항구로 전락한 모습이다.
감천문화마을로 들어선다. 감천 사거리에서 가깝다. 갈맷길에서 벗어난 보너스이다. 아미산 좌우로 아미동, 남부민동, 감천2동이 있어 감천 사거리까지 접근이 어려워 지하철 1호선 토성동 내려 마을버스로 감천2동으로 다녔다. 전쟁 피난민들이 공동묘지 옆에 판자로 집을 지어 생활하면서 생겨난 근대사의 아픈 역사가 이제는 여러 가지 색깔의 옷을 입고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