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왕가의 종말
[삼하 4장]
[내용개요]
본장은 아브넬의 배신과 죽음을 계기로 드디어 오랜 기간 다윗과 사울 일가 사이에 벌어졌던 내전이 종결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아브겔이 헤브론에서 죽음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 이스라엘 왕 이스보셋은 자포자기의 상태에 놓이고 말았다(1-3절). 한편 본장은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을 소개함으로, 후에 다윗이 므비보셋을 보살핌으로 요나단과의 우정을 지켜 가게 되는 장면의 연결 고리를 제공해 준다(4절). 사울 일가의 종말이 임박하자 이스라엘의 군장이었던 레갑과 바아나는 이스보셋을 죽이고 다윗에게 투항하였다(5-8절). 그러나 다윗은 왕을 배신하고 자신들만 생명을 건지려고 한 두 사람을 죽이고 이스보셋의 머리를 헤브론에 있는 아브넬의 무덤에 장사하였다(9-12절). 이로써 다윗은 파란만장했던 고난의 시절을 넘어서서 마침내 이스라엘의 왕이 될 새로운 출발의 기초를 확고히 하였다.
[강 해]
이스보셋 정권을 창출하고 그 동안 중추적 역할을 감당하던 군장 아브넬의 죽음은, 갈수록 약화되어 가던 사울 왕가의 기반을 더욱 흔들리게 했습니다. 이때를 이용하여 군장 레갑과 바아나는 공모하여 이스보셋을 살해하였는데 이로 인해 사울 왕조는 완전히 몰락하게 되었습니다.
1. 이스보셋을 배신하는 두 군장
1) 낙담하는 이스보셋
이스보셋은 아브넬이 요압에 의해 피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낙담하였습니다. 아브넬의 죽음은 이스보셋과 이스라엘 백성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스보셋의 왕위가 아브넬로 인해 지탱될 수가 있었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윗과 대치할 수 있었던 것도 아브넬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을 의지하는 자는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a. 불신자에게는 평안이 없음(신23:5-6)
b. 요압이 아브넬을 죽임(왕상2:5)
2) 군장 바아나와 레갑
이스보셋에게는 군장으로 바아나와 레갑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브에롯 사람 림몬의 아들들로서 형제간이었습니다. 바아나와 레갑은 이스보셋의 정권이 동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보셋을 보좌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이스보셋 곁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기회주의자들은 자신이 섬기는 자가 더 이상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지 아니할 때에는 등을 돌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악인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 군장은 왕을 호위하는 역할임(삼하19:13)
b. 브에롯 사람인 레갑과 바아나(삼하4:5)
3) 이스보셋을 죽이는 바아나와 레갑
기회주의자들인 바아나와 레갑은 자신이 섬기는 이스보셋이 무력하게 되자 그를 배신하였습니다. 즉 이스보셋을 보좌하던 두 군장 바아나와 레갑은 이스보셋이 낮잠을 잘 때 군량미를 가지러 가는 체하고 왕의 침실에 들어가 침상에서 잡자고 있던 이스보셋을 살해한 것입니다. 이스보셋의 죽음은 사울 왕가를 완전히 몰락하게 만들었습니다.
a. 침상에서 살해되는 이스보셋(삼하4:6)
b. 살인자는 심판을 받음(마5:21)
2. 악인의 행위
1) 이스보셋의 목을 벰
볕이 쬘 때 즈음 자신의 침상에서 편히 누워 자던 이스보셋을 살해한 군장 바아나와 레갑은 이스보셋의 목을 칼로 베었습니다. 이들이 칼로 목을 벤 것은 다윗에게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리하여 다윗으로부터 칭찬과 상급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행위는 자신의 이익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a. 과잉 충성이 부른 살인(삼하18:14)
b. 이를 탐하는 자는 자기 생명을 잃음(잠1:19)
2) 다윗에게 아부함
이스보셋의 목을 벤 바아나와 레갑은 머리를 취하여 밤새도록 아라바 길로 행하여 헤브론에 이르러 다윗 왕에게 이스보셋의 머리를 바쳤습니다. 이들은 이스보셋의 머리를 다윗에게 제시하면서 '왕의 생명을 해하려 하던 원수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의 머리가 여기 있나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들은 이스보셋을 암살한 자신들의 행위를 하나님의 뜻에 따라 다윗의 원수를 갚은 것으로 정당화하고자 했습니다.
a. 원수의 넘어지고 멸망됨을 기뻐하지 말 것(잠24:17)
b. 하나님을 찾아야 함(대하15:12)
3) 질책하는 다윗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아나와 레갑의 행위를 칭찬하고 상급을 주었을 것이지만 다윗은 이들의 악행을 질책하였습니다. 다윗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한때 자신들이 모시고 섬기던 왕을 죽인 레갑과 바아나의 변명과 아부를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의 이 같은 태도는 그가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사는 사람임을 보여 줍니다. 레갑과 바아나를 엄히 질책하는 다윗의 태도는 무엇보다도 대의를 위한 태도입니다.
a. 감독은 더러운 이를 탐하면 안 됨(딛1:7)
b. 생명은 존엄하기에 해치면 안 됨(창37:21)
3. 배신자를 엄벌하는 다윗
1) 다윗이 고백한 하나님
스스로 하나님의 정의의 도구가 되어 하나님의 심판의 칼을 찬 일꾼으로 자처하는 레갑과 바아나에게 다윗은 자신의 삶을 보호하시고 인도하신 분은 하나님이심을 고백했습니다. 그의 이 같은 고백은 레갑과 바아나의 행위를 무시하고 단죄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어 사울의 죽음을 전한 시종을 처벌했던 경우를 상기하면서 그들에게 임할 재앙을 내비쳤습니다. 당시 사울의 군사로 블레셋과의 전투에 참가했다가 도망쳐서 사울의 죽음을 매우 기쁜 소식인양 다윗에게 보고했던 한 시종은 자신이 패주하던 사울의 자결을 도왔노라고 밝혔습니다. 이 시종은 사울을 죽인 자신의 행위를 마치 커다란 공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큰 보상을 기대한 시종에게 죽음로써 보응했습니다. 바아나와 레갑 앞에 이러한 말을 언급한 것은 아울의 죽음을 기별한 시종이나 이스보셋의 머리를 진상한 그들의 행위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즉 그들에게도 무서운 처벌이 있을 것이라는 예고를 뜻합니다. 다윗은 이스보셋을 암살한 레갑과 바아나의 불법적인 행위를 용납하 지 않겠다는 것을 사울의 죽음을 기별한 시종의 처단을 회고함으로써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이는 그들에게 뜻밖의 사건의 되었습니다.
a. 단호한 의지를 하나님 앞에 맹세함(왕상1:29)
b. 책임을 묵과할 수 없는 의지의 표명(룻3:13)
2) 이스보셋을 의인이라고 칭함
다윗은 바아나와 레갑이 죽인 이스보셋을 그들과는 달리 의인이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다윗은 신앙적인 관점에서가 아닌 법적인 차원에서 이스보셋을 의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스보셋은 사울의 왕권을 찬탈하거나 혹은 어느 누구를 죽이려 한 죄인은 아니었습니다. 다윗의 이 같은 말은 자신의 원수까지도 최대한의 아량을 가지고 생각해 주는 것에서 나온 말입니다.
a. 의인을 죽여서는 안 됨(삼하4:11)
b. 죽음은 때가 있음(전3:3)
3) 바아나와 레갑을 처형함
이스보셋을 의인이라고 칭한 다윗은 의인을 죽인 바아나와 레갑을 악인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그들의 행위가 사람 앞에서나 하나님 앞에서 모두 불의하기 때문에 당연히 처벌받아야 함을 밝힌 것입니다. 다윗은 이스보셋 암살의 불법성을 명확히 밝힌 다음에 바아나와 레갑의 처형을 명했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저지른 죄악 된 행위에 대한 마땅한 응징이었습니다.
a. 배신자를 엄벌하는 다윗(삼하4:12)
b. 악행으로 인하여 보응하시는 하나님(시92:11)
결론
우리는 본장에서 사울 왕가의 종말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사람을 신뢰하고 혈육을 의뢰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생이란 한낱 안개와 같은 존재로서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도울 힘이 없는 인생을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만 의지하고 그분의 말씀을 굳게 잡고 영원히 요동치 않는 지혜로운 자가 되어야겠습니다.
[단어해설]
1절. 헤브론. 다윗이 왕으로 즉위한 도시. 이스보셋. 사울의 넷째 아들. 사울과 형들이 전사하자 아브넬의 도움을 받아 왕으로 즉위함. 후에 군장들에게 살해당함.
2절. 브에롯. 베냐민 지파에게 분배된 하위 족속의 성읍. 가나안 정복 때 여호수아를 속이고 살아 남음.
4절. 므비보셋. '부끄러움을 없애 버리는 자'를 뜻. 다른 성경에서는 '므립바알'로 나타나는데, 이 이름은 아알로 만족하는 자'를 의미.
5절. 볕이 쬘 때 즈음에. '정오, 대낮'을 가리키는 말. 이때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은 대부분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었음. 특히 사막 지대에서 유행함.
6절. 밀. 병사들에게 줄 군량을 가리키는 말로 두 군장이 이스보셋을 죽이기 위하여 사용함.
7절. 아라바 길. 이스보셋의 수도인 마하나임에서 다윗의 수도인 헤브론까지 가는 지름길로 약 95km이다.
8절. 머리. 사람의 머리쓴 히브리인들에게 생명의 근원으로 여겨짐. 따라서 머리를 상하는 것은 생명을 없애는 것과 같음.
10절. 기별의 갚음. 소식을 가져 온 사람에게 주는 대가. 원어 <hr:/cB]:베소>는 원래 좋은 소식을 가져온 사람에게 죽음을 가져다 주는 것을 가리킴.
11절. 피 흘린 죄. 레갑과 바아나가 왕을 배신하고 이스보셋을 살해한 죄를 가리킨다.
[신학주제]
레갑과 바아나를 죽인 다윗. 이스라엘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던 아브넬이 헤브론에서 죽자 이스라엘은 파국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처럼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 자신만 살고자 하는 야비한 무리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스라엘의 군장이었던 레갑과 바아나가 바로 그런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종말의 상황에 이르자 왕인 이스보셋을 죽이고 다윗에게 투항함으로 생명을 보존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다윗에 의해 오히려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이 사 건은 내용면에서 1장에 나타난 아말렉 소년의 경우와 동일하다. 이처럼 다윗이 두 번에 걸쳐 적장의 목숨을 취한 자들을 죽인 것은 자신이 다스려야 할 이스라엘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직접 다스리는 신정 국가이기에 이스라엘의 번영은 하나남께 전적으로 달려 있었다. 즉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르게 될 때 이스라엘에게 축복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요소는 바로 율법이며 그 율법의 정신은 하나님의 공의에 있다. 그러므로 다윗은 아말렉 소년이나 본장에 나타난 레갑과 바아나와 같은 야비한 자들의 도움에 의해 자신의 왕권을 확립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들의 행동은 이스라엘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었다. 다윗의 왕권을 확고히 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공의를 통해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세우는 것이었고 다윗은 이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천하고자 한 것이다.
[영적교훈]
다윗은 레갑과 바아나의 행동이 비록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었으나 오히려 그들에게 분노하고 죽였다. 아무리 큰 유익을 가져와도 불의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성도들이 세상을 살아갈 때 불의로부터 큰 유혹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당장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불의와 타협하고 만다. 그러나 사람이 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시고 결코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결국엔 더 큰 불이익을 당하고 말게 된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불의의 유혹을 받을 때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을 내다보며 불의를 물리치고 항상 공의로운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출처: 주님의 시선 글쓴이: 카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