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 30년, 그 첫걸음을 돌아보다
MZ 기자의 [Again DS History - 1]
2002년 3월 2일 ‘한국 네트워크 마케팅신문’을 시작으로 2024년 ‘한국마케팅신문’을 지나 2025년을 맞이한 지금, 한국 직접판매산업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과거의 영광을 뒤에 업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더욱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직접판매산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기사를 작성한다. Again DS History는 우리 산업의 역사를 담고 있다.
다단계판매, 1995년 제도권 편입
1988년 암웨이, 썬라이더 등이 국내에서 물밑 작업을 시작하고, SMK의 전신인 재팬라이프 등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다단계판매산업이 국내에서 열렸다. 하지만 당시 다단계판매 방식은 생소한 유통방식이었던 터라, 이를 다룰만한 마땅한 법적 장치는 마련되지 못했다. 단지 1986년 제정된 도소매진흥법이 다단계판매를 미흡하게나마 제재하는 것이 전부였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이 처음 시행된 것은 1992년이었다. 그러나 당시 방문판매법은 다단계판매를 허용한다기보다는 사실상 방문판매만 허용할 뿐,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인 다단계판매는 금지하는 법에 가까웠다. 하지만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기업의 원활한 영업을 위해 미 정부의 통상 압력이 이뤄졌고, 이것이 다단계판매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단초가 됐다.
상공자원부 산업유통과(현 산업자원부)는 지난 1995년 방문판매법을 전면 개정하여 다단계판매를 합법화하였다. 개정된 법률은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이면 다단계판매로 규정하고, 2단계까지는 방문판매로 분류하였다. 또한, 사행성 우려를 줄이기 위해 제품 가격 상한선을 100만 원으로 설정하였으며(2024년 기준 160만 원), 후원수당 지급률을 총 매출의 35% 이내로 제한하였다. 이와 함께, 다단계판매업자는 자본금의 10%를 환불 보증금으로 공탁하도록 하여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자 했다.
이러한 법률 개정은 다단계판매를 합법적인 유통 방식으로 인정하면서도, 소비자 보호와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2002년, 다단계판매업체들의 홍보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
2000년대 초반, 당시 활발한 다단계판매 영업을 했던 업체들은 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었는지 알아보았다.
앨트웰은 동의보감의 허준으로 유명한 전광열을 전속 모델로 하여 회사가 국내 토종 기업이라는 한국적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앨트웰은 2002년 2월 한 달 동안 무려 하루 40여 회의 TV 광고가 방영되었으며 라디오 방송도 수십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한국암웨이는 당시 캠페인 광고를 통한 홍보를 진행했다. 캠페인 광고 ‘길’ 시리즈는 ‘쉬운 길을 따르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만듭니다’라는 문구로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의 개척자 역할을 해나간다는 이미지를 부각했다. 하지만 다단계판매업체가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에 반대되는 의견도 적지 않게 제기되었었다.
썬라이더 코리아 관계자는 “광고는 네트워크 마케팅의 본래 취지를 벗어나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불이익과도 같은 것”이라며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의 사회적 이미지도 많이 변했기 때문에 광고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주장하기도 했었다. 유니시티네트워크 코리아(현 유니시티코리아(유)) 측도 “다단계라는 사회적 편견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과대광고’라는 누명을 쓰게 될까봐 조심스럽기만 할 뿐”이라는 의견을 전했었다.
SINEX 2002, 취업설명회 열었다
2002년 서울 국제 네트워크 마케팅 엑스포(SINEX 2002)에서 한국네트워크 마케팅 역사상 최초로 대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설명회가 열렸었다.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당시 회장 김재원)는 취업설명회가 SINEX 2002를 국민적 축제로 이끌어 가기 위한 기발한 아이템을 선정해 놓고 다각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업계로서도 어지간한 자신감이 있는 업체가 아니면 불가능해 보였을 정도로 취업설명회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 2002년 4월 25~28일 까지 총 3일간 진행되었던 엑스포는 전국에 다단계사업자로 등록되어있던 600여 개의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에 통지함과 동시에 참여를 권유했을 만큼, 매우 많은 정성을 들인 행사였다. 대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취업설명회 이전에는 업계 자체가 여러 차례에 걸친 사법처리 등의 갈등 구조 속에서 떳떳하게 사업을 하지 못하고 위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위축감을 과감히 극복하지 못하면 업계의 활성화나 네트워크 마케팅이 지식인 사회에서 유망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SINEX 김재원 위원장의 발의로 이루어졌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네트워크 마케팅에 종사하는 인원이 통칭 4백만 명 아닙니까? 한 업종에 이만한 인원이 종사하기도 힘든데, 그렇다면 주저할 것 없이 수입 면에서나 비전에서 희망적인 이 직종을 선택하라고, 미취업 대학졸업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앞선 시대의 유망 업종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온라인을 이용한 제품판매 활성화, 동시에 불법통신다단계 주의보
지금은 온라인을 통한 물건 구매가 너무나도 당연하고 편리한 일임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이유도 당연히 편의성 부분에 있다. 하지만 과거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에서는 오프라인을 통한 P2P 판매가 이루어지던 시대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2002년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에도 홈페이지 및 카탈로그 등 통신판매를 통한 제품의 구매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당시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사업자들의 인터넷을 이용한 상품의 구매는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수준”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60% 이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암웨이도 당시 50% 이상의 회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구매한다고 전했다. 당시 업체들은 “이러한 시스템은 바쁜 일정을 가진 사업자의 편의를 도모해줄 뿐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신개념 인터넷 네트워크’, ‘네트워크의 인터넷 신사업’ 등의 이름으로 불법통신다단계가 생겨나면서 피해자들이 생겼다. 통신다단계 피해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인터넷 사업에 쉽게 현혹된다는 점이었다. 인터넷은 곧 수익성이 큰 신사업이라는 생각에 무턱대고 사업에 뛰어드는 경향이 다분했다.
Today’s View
1995년 다단계판매가 제도권에 들어온 이후 약 30년이 흐른 현재, 여전히 35%의 판매수당을 고집하는 법안과 실패한 세대교체, 줄어드는 인구 등의 문제로 다단계판매업계는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의 것을 바꾸지 않으려고 하면서 새로운 시도만을 생각하는 행위는 구태를 답습하고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다.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는 것도 안 되지만, 역사를 알아야 현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출처 : https://www.mknews.kr/?mid=view&no=41467&cate=D148&page_size=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