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부처님 법을 만나서 이렇게 수행정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 좋은 법을 만나서 깨우침을 얻을 기회가 없습니다.
그분들을 위해서 제가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법륜 스님】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것이 바로 백중(百衆)입니다. 조상들이 살아있을 때 선행을 많이 해서 천상에 태어나거나 인간계에 태어났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악업을 지어서 혹시라도 지옥에 떨어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죠. 부처님께서는 그 조상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조상들을 대신해 선행을 베풀고 복을 짓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은 집도 없고, 옷도 없고, 떠돌이 하는 사람들인데, 그중에도 제일 빈곤한 사람이 출가 수행자였습니다. 특히 안거가 끝날 때쯤의 출가 수행자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극빈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가난한 속에서도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 그 마음을 청정히 하고 살았기 때문에 똑같은 공양이라도 이 사람들에게 공양을 올리면 공덕이 가장 많다고 할 수 있겠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외로운 사람을 위로할 때 거꾸로 된 게 바로 서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풀어야 합니다. 베푸는 것을 ‘재(齋)’라고 합니다. 제사를 지낸다는 뜻의 ‘제(祭)’가 아니고 베푼다는 뜻의 ‘재(齋)’입니다. 백중을 다른 말로 우란분재(盂蘭盆齋)라고 하는데, 우란분재는 널리 베풀어서 거꾸로 된 것을 바로 세운다는 뜻이에요.
백중 기도는 주로 부모님과 조상을 생각하며 지내게 되는데요. 꼭 조상만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이 있기까지의 선조들, 애국열사도 다 해당되는 거예요. 그래서 나를 있게 한 과거의 모든 은혜 입은 존재들에게 ‘그들이 다 편안하여지이다.’ 이런 마음으로 백중 기도를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을 살펴보면 선조들이 참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왕조의 부패한 관리들에 의해서 온갖 착취를 당했고, 일본 제국주의가 침략해서 온갖 폭력정치를 했고, 또 해방되자 미소 양군이 들어와서 나라를 분단시켰으며, 6·25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피난을 갔습니다. 그다음에는 독재 정부가 들어서서 많은 사람을 억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독립운동과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민주화를 일으켰고, 가난을 극복하고 산업화를 이룩하여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아직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준 조상들께 우리는 고마워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고통과 원한 속에 죽어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분들을 천도하는 마음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애국자와 민주열사뿐만 아니라 북한의 인민군이나 빨치산들도 많이 죽었습니다. 우리를 괴롭히고 억압했지만 일본 젊은이들도 전쟁으로 인해 엄청나게 죽어갔습니다. 또 6·25전쟁에 참여한 미국인도 많이 죽었고, 중국인들도 폭격으로 인해 많이 죽었습니다. 많은 혼란과 전쟁 속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적이니 아군이니 따지지 않고 그들을 다 불쌍히 여겨서 천도할 때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올 것입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지난 100년간 많은 갈등 속에서 죽어간 이웃 나라 사람들까지도 불쌍히 여겨서 천도할 때 그 공덕으로 우리가 원하는 평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백중 기도에 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법륜 스님 <즉문즉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