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이야기 (나는 내향형 사람입니다)
20기 정승구
나는 내향형 사람입니다. 이러한 나는 낯선 사람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언제나 눈물로 관계를 시작했습니다. 귀엽다고 안아주는 그들에게 손사래를 치면서 천천히 관계를 맺자고 울음을 터뜨려 경고를 했습니다. 내 주위로 보이지 않는 동그란 선을 그어서 그 공간이 줄어들어 친밀함이 생길 때까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쉽게 다가오는 손길마다 아직은 아니라고 긴장한 표정으로 차갑게 거절하곤 했습니다.
누군가가 내게 다가올 때, 백마 타고 사탕과 과자를 흔들며 유혹했고, 때로는 세종대왕과 퇴계 이황, 율곡 이이가 수놓인 지폐를 보여주며 손 내밀었지만, 내게 필요한 것은 함께 있는 시간을 공유하며 친밀함을 쌓는 것이었기에 늘 매몰차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나는 내향형 사람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데 있어 내게는 조금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인사를 주고받기까지, 말을 걸기까지 내게는 마음의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익숙함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문이 열리기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면 됩니다. 만남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대화의 시간이 쌓여갈수록 마음의 문빗장은 더욱 빠르게 해제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빨리빨리”를 외치지만 저에게 있어서 관계는 “느리게, 천천히”입니다. MSG 뿌려진 패스트푸드 보다는 오래 묵은 장맛이 더 깊은 것처럼 사람의 관계는 깊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양 빛에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는 홍시처럼 시간의 흐름에 자연적으로 맛이 깊어진 관계는 성장 촉진제로 빠르게 익어간 것보다 비교할 수 없는 달달함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내가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남들보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외향적인 사람을 더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합니다. 면접이나 공공장소에서의 발표, 자신의 의견 피력 등 현대사회에선 외향적인 사람 위주로 사회 시스템이 점점 개편되고 있기 때문에 내향적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래서 나는 학교와 사회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나는 늘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가정에서도 쉽게 이해되지 못했습니다. 자꾸만 안으로 숨어드는 사람처럼 나 자신을 내보이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로고스서원에서 하는 글쓰기에 참여하며 이제 글로 나 자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곳은 환호와 박수가 있고 격려와 따뜻한 칭찬이 있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러분과 따뜻한 인사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이렇게 글을 쓰고 함께 나누다보면 보이지 않던 금이 사라지고 마음의 문빗장이 더 빠르게 열려질 것입니다. 혹시나 제가 대화중에 말을 못하고 꿈틀거리고 있다면, 불편해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생각하고 말하려다가 타이밍을 놓치기 때문이라 생각해 주세요. 이러한 나는 용기내어 나 자신의 울타리 밖으로 고개를 내민 내향형 사람입니다.
첫댓글 이 글 담아가고 싶을 만큼, 하나하나가 다 저의 이야기 같아요. 반갑습니다!
내향적과 외향적의 차이는 거울과 창에 비교할 수 있겠죠. 이렇게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은 창 밖의 누군가를 진지하게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곧 밖을 바라보는 좋은 글을 쓰게 되겠네요.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