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양천구 목동에서 세 남자가 만났다.
세 사람이 외부에서 함께 식사를 한 건 처음이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무료 급식소인 '하심정'을 위해 늘 기도한다는 점, 그리고 그곳에서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심정'은 마포구 망원동에 있었다.
어느 독실한 불교도께서 자신의 단독주택을 급식소로 제공했고, 사재를 털어 운영비를 대는 '나눔 공동체'였다.
우리는 연세 많은 그 독지가를 '법사님'으로 불렀다.
우리 세 사람도 '하심정'이 이어준 소중한 인연이었다.
맨 우측이 '희종 형님'이다.
이 분은 장교 출신이었다.
군 예편 후엔 오랫동안 교편생활을 했었다.
교사를 천직으로 알고 열과 성을 쏟았던, 정직하고 겸손한 분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시간을 쪼개가며 '하심정'에서 봉사를 시작한 뒤로 삶의 좌표가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심도있는 고민 끝에 과감하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학교를 떠났다.
처음엔 가족과 지인들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7-8년 전부터 형님은 '풀타임 사역'으로 자신의 삶을 전환했다.
그야말로 '코페르니쿠스적인 변혁'이었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자로서의 길도 좋아했다.
하지만 궁핍하고 곤고한 삶의 현장에서 좀 더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섬김의 삶'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과감한 결단이었다.
나는 형님의 그 결기에 그저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었다.
형님이 사표를 던지고 1-2년 뒤에 끝내 형수님까지 '하심정'을 위해 풀타임으로 동참했다.
지극한 헌신이었다.
한창 자녀들을 양육하는 부모로서 결코 쉽지 않은 용단이었다.
가운데의 흰 머리 사내는 '진환 형님'이다.
내가 형님을 알게 된 건 대략 17-18년 전이었다.
한국 패션 & 유통 업게에 종사했던 실력자였다.
서로 근무하는 회사는 달랐지만 업계의 존경받는 선배로서 그 분과 소중한 인연을 맺고 있었다.
형님은 독실한 불자였다.
내가 실무자로 뛰고 있을 때 형님은 모 사업체의 본부장이었다.
우리 둘은 종교가 달랐다.
하지만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에 대해 오랫동안 함께 토의하곤 했었다.
작자의 일터와 위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성실하게 해보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그런던 어느날, '진환 형님'의 소개로 '하심정'을 알게 되었다.
약 5년 전의 일이었다.
형님은 소리없이 봉사도 했고 후원도 하고 있었다.
뭉클했다.
나도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여러 '장애우 공동체'에서 열정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었기에 형님의 그 마음과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진환 형님' 덕분에 '하심정'과 '희종 형님'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그곳에서 미더운 땀을 아끼지 않는 봉사자들을 만났다.
고마운 분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동역할 수 있었다.
나에겐 그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풀타임이든, 파트타임이든 봉사에 진심인 사람들은 표정과 눈빛이 달랐다.
언제나 미소는 환했고 배려심이 남달랐다.
'진환 형님'은 본부장을 끝으로 회사를 떠났고 요식업계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
과감한 결단이었다.
지금은 목동에서 큰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랜차이즈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역시 형님 다웠다.
우리 세 사람은 각자 하는 일이 달랐다.
나이도, 능력도, 특기도 상이했다.
그래도 소통과 공감엔 늘 찰떡이었다.
이 사회의 어둡고 추운 곳을 찾아가 작은 온기라도 나누려 애쓰는 사람들이었다.
가난하고 병든 이웃들을 위해 힘껏 돕고, 그들과 더불어 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행동하는 남자들이었다.
그런 실천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고 기쁨과 감사 바이러스를 주변에 전하고자 노력하는 사내들이었다.
오늘도, 내일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충실하게 모자이크하고 싶다.
또한 열린 자세로 내일의 일들을 예비하고 싶다.
내 주변에 이런 보석 같은 형제들이 있어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어젯밤 세 사내는, 오후 7시부터 10시40분까지 아름답고 투명한 교제를 이어갔다.
마음이 따뜻하고 영혼이 투명한 사내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종일관 정겨웠다.
그래서 행복한 밤이었다.
두 분도 '사랑발전소'를 위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아주고 있어 이 또한 고맙고 감사했다.
가을 하늘이 참 공활하다.
높고 푸른 하늘이 오늘따라 더 예쁘게 보이는 이유도, 도처에서 이런 사람들이 각자의 소명대로 소금의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두 형제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또한 '하심정'의 조건없는 보시를 위해서도 한번 더 기도하고 있다.
오늘도 예쁜 미소가 가득한 멋진 수요일이 되길 빈다.
모두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하며.
2011년 10월 12일.
두 형제를 생각하며,
아침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