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05. 과일의 왕 두리안
아침 일찓 Arnel이 나를 부른다.
대문 밖에 과일 장수가 왔는데 옆집들은 다 나가 본다고 나도 한 번 구경하라는 것이다.
가끔씩은 이렇게 트라이시클에 제철 과일을 잔뜩 싣고 집 앞까지 팔러 오는 경우가 있다. 망고도 그렇고 파인애플이나 아보카도, 람보탄 같은 것도 한창 시즌엔 넘치도록 수확한 걸 직접 팔러 다니기도 한다.
여긴 Korean Village이니까 그런 상인들이 더 찾아 온다.
나가 보니 뜻밖에도 큰 두리안을 팔고 있다.
7 년여 전, 내가 처음 필리핀에 왔을 때 내 친구는 우리 집에 두리안을 사 왔다.
지금 생각하면큰 맘 먹고 좋은 과일을 사 온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나는 두리안을 처음으로 먹어 본 터라 그 쿠린 냄새에 그만 질색을 해 버렸다.
냄새도 냄새려니와 그 큰 씨를 싸고 있는 과육도 눈으로 보기엔 전혀 먹음직스럽지 않아서 간신히 맛만 본 다음 다시는 먹지 않았다.
그 과일의 첫 경험은 꽤 오래동안 내 마음을 지배해서 몇 년이 지나도록 나는 아예 두리안이라는 과일은 못 먹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대문 밖에 찾아 온 두리안을 보면서 그냥 돌아서 들어올까 하는데 옆 집에선 세 개씩이나 사는 게 아닌가!
1kg에 100페소라는데 보통은 한 개가 3kg은 넘는다. 상점보다 좀 싸긴 하겠지만 이 나라에서 두리안은 결코 싼 과일은 아니다.
아주 싱싱하고 물건이 좋다고도 하고 참 오랜 만이기도 해서 나도 큰 것 하나를 골랐다.
밀라가 가시같은 큰 겁질을 쪼개어 바로 손질을 해서 그릇에 담아 온다. 그 특유의 구린 내가 코를 자극한다.
그래도 두리안은 이 나라에서 과일의 왕이라니 엄청 큰 씨를 둘러싼, 닭 가슴살처럼 보이는 과육을 먹어본다.
처음엔 좀 찡그리며 조심스레 먹었는데 맛이 의외로 괜찮다.
딱 한 점 먹어보겠다고 시작했는데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해 가며 먹다 보니 다 먹었다.
큰 씨를 손에 들고 다 발라 먹고 나서 하는 말이 "괜찮네" 에서 "맛있네" 로 옮겨진다.
"다음에 오면 또 사자. 좀 비싸긴 하지만 역시 과일의 왕이 두리안이라더니..."
두리안은 그 냄새때문에 호텔에는 못 들어가는 과일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특히 다바오 지역에 두리안ㅇ 많이 난다고 한다.
다바오에 한 번 가 보고 싶다. 두리안도 사 오고.
두리안
쪼개놓은 두리안
씨를 둘러싼 과육
씨
첫댓글 전에부터 얘기는 많이 들어 봤지만
오늘 처음 맛을 보았네요.
듣던대로 맛이좋았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