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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천문협 강의
1. 묘사
이번 강의는 묘사시(descriptive poetry), 이미지(image)시, 사물시((physical poetry)의 미학적 형상화입니다.
묘사시, 이미지시, 사물시는 서로 깊게 관련되기 때문에 같이 논의를 하려고 합니다.
문학 창작에서 묘사는 서사와 함께 대단히 중요합니다.
화가가 색과 선으로 형체를 드러내야 하듯이, 문학 작가는 묘사로서 외면풍경의 대상과 그리고 내면 풍경의느낌,생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작가 가운데 묘사력이 미흡한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문제는 자신이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문학은 진술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묘사의 '보여주기'와 진술의 '드러내기'가 잘 어우러져야 합니다.
대개의 시, 수필, 소설들의 경우 첫 모티브에서 묘사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바람직한 서두 쓰기, 곧 good begining은 작품의 성공여부를 판가름짓게 합니다.
나아가 좋은 작품은 묘사력에서 금방 드러납니다.
정서 표현에서 훌륭한 묘사는 글의 구체성과 생동감, 환기력이 높혀 주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묘사시, 이미지시, 사물시의 미학적 형상화
1. 감각적(비유적) 묘사란?
○ 어떤 대상을 놓고 모양, 빛깔, 감촉, 소리, 냄새 등을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그려내는 방법을 묘사라고 한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묘사의 방법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그 대상에 대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묘사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은행 잎이 노랗다.
은행잎이 金貨로 보인다
○ 묘사는 대상을 그려 보인다 해도 그 목적이 그 대상에 관한 정보나 지식의 전달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대상에서 받은 인상을 전달하고자 하는데 있다는 점에서 설명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은행 잎이 노랗다.”라고 할 때, 은행잎이 ‘노랗다’는 기술은 일반적으로 은행잎이 지닌 형태의 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대로 “은행잎이 金貨로 보인다.” 라고 할 때 은행잎의 구체적 상황이 주관적 해석을 통해 관찰자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인상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잎 = 금화’라는 등식에 은행잎은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변하고 은행잎이 주는 인상이 금화로 의미론적 이동을 함으로써 특이한 감각을 낳게 하는 것이다.
○ 그런데, 어떤 대상을 묘사한다고 할 때, 글쓴이의 눈에 비친 모든 대상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자세하게 그려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글쓴이는 그 대상으로부터 가장 강렬하게 느낌을 받은 인상을 그릴 수도 있고,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묘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중심을 이루는 인상을 ‘支配的 印象’(dominant impression)이라 한다.
말하자면 사물의 특징이 있는 그대로 다 나타내는 것은 아니므로 지배적인 인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특징을 선택하여 묘사해야 한다.
○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요소가 대상의 지배적인 인상과 관계되는 것인지는 쉽게 설명할 수 없다.
대상을 보는 입장, 곧 관찰자의 시점․위치․태도․개성․분위기 등이 이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다만, 치밀한 관찰이 언제나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2) 묘사하는 글을 잘 쓰려면
○ 묘사를 잘 해야 글을 잘 쓸 수가 있다.
마치 화가가 뎃쌍을 수없이 연습해 오듯 글쓰기에서 묘사는 문장 표현의 기초가 된다.
(1) 지배적 인상을 중심으로 조화롭게 구성하라
(2) 감각적 인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라.
(3) 자신의 느낌을 창의적으로 명료하게 나타내라.
○ 예를 들어 “그날 밤은 매우 조용했다.”라고 표현했을 경우, 과연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충분히 나타냈다고 볼 수 있는가. 얼마나 조용했다는 걸까?
조용한 밤의 정적을 명백히 나타내기 위해서는 조용한 밤에 들을 수 있었거나 없었던 소리를 쓸 필요가 있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는 그의 작품 ‘햄릿’의 서두에서 이 문제에 부닥쳤는데, 그는“쥐가 움직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이라고 씀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너무나 조용하기에 야행성 동물인 아주 작은 쥐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확한 묘사로써 셰익스피어는 밤의 고요함을 명확하게 나타냈다.
○ 자신의 느낌을 명료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응의 결과가 아닌 반응의 원인에 대해 써야 한다.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라고 쓰는 대신 자신의 두려움을 명백히 해서 독자로 하여금 역시 같은 공포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이 가졌던 느낌을 독자들도 똑같이 가질 수 있게 할 때, 자신의 느낌을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것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자신의 경험을 재창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3) 이외수의 고정 관념의 틀 깨기 <만물의 영혼과 함께 보기>
나는 소설이라는 난공불락의 성을 함락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정신을 강화시킬까를 모색해 보았다. 밥이 떠올랐다. 일찍이 밥만큼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존재는 이 세상에 없었다. 나는 한솥 가득 밥을 지어서 바깥에 내다 놓았다. 얼음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나는 얼음밥으로 끼니를 연명하면서 묘사적 문체를 획득하는 일에 골몰해 있었다. 더럽게 눈물겨운 겨울이었다. 얼음밥은 도저히 수저로는 먹을 수가 없었다. 망치와 못을 이용해서 깨뜨린 다음 으적으적 씹어먹는 수밖에 없었다. 정신뿐만이 아니라 내장까지도 투명해지는 느낌이었다. 한 솥 가득 밥을 지어서 바깥에 내다 놓으면 1주일은 족히 정신과 내장을 투명하게 유지시킬 수가 있었다.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는 어느 날이었다. 나는 방문을 열어 놓고 흩날리는 눈보라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 때 문득 글 한 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습관적으로 원고지에다 옮겨 보았다.
수천만 마리의 나비떼가 어지러이 허공을 날고
단 한 줄이었다. 더 이상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너무 추워서 방문을 닫고 방금 원고지에 옮겨 놓은 글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게 만약 한 줄짜리 시라면 어떤 제목이 어울릴까. 눈보라로 정한다면 역시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한 상태로 전락하고 만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터. 나는 왜 그때 화장터라는 단어가 떠올랐을까. 혹시 얼음밥을 먹어가면서까지 묘사적 문체를 얻어내려고 발버둥치는 내게 하나님이 영감이라도 내려주신 것이나 아닐까.화장터라는 제목을 붙이자, 나비떼는 놀랍게도 사자의 소지품을 태울 때 날아오르는 연소물의 사해조각을 연상시키더니 이내 영혼의 편린으로 변하고 있었다. 제목을 제지공장으로 붙인다면, 나비떼는 종이조각으로 변해 버릴 것이 분명했다. 내가 원고지에 써넣은 나비떼는 곤충이 아닐 수도 있었다. 눈보라가 될 수도 있었고, 사해조각이 될 수도 있었고, 종이조각이 될 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혼의 편린까지 될 수 있었다. 관측자의 위치가 어딘가에 따라 내가 빌려오는 사물들은 판이하게 다른 상징성으로 되살아날 수가 있었다. 알았다. 불시에 막혀 있던 시야가 환하게 밝아오는 느낌이었다. 나는 마침내 고정관념의 껍질을 탈피하고 있었다.배반자로부터 보내온 설탕은 달지 않다. 결핵에 걸린 태양은 눈부실 수가 없다. 발가락이 자라는 조랑말의 당혹감. 구걸을 중단한 거지의 허영. 쥐를 보면 도망치는 고양이의 비야. 목이 짧은 기린의 절망.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순간 나는 만물들의 외형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면서 상징성을 부여하는 능력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제 사물의 외형이 주는 고정관념 때문에 사물의 내부를 들여다 보지 못하는 난관은 극복되어 있었다. 세 솥째의 얼음밥이 비어 있을 무렵이었다.나는 사물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하늘을 쳐다보며 앙상한 모습으로 겨울을 지키고 있는 굴참나무의 간절한 소망이 무엇인지도 알아낼 수가 있었고, 끊임없이 얼음 밑으로 흐르고 있는 개울물의 도란거림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찌푸린 표정으로 낮게 내려앉아 있는 회색 하늘의 음모도 간파할 수가 있었고, 폭설을 뒤집어쓰고 묵상에 잠겨 있는 산들의 자비심도 읽어낼 수가 있었다. 나는 고정관념의 껍질을 탈피하면서 만물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게 되었고, 만물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서 만물의 영혼과 합일하게 되었다. 어느새 개떡 같은 세상에 대한 증오심조차 모조리 소멸되어 있었다. 아무리 개떡 같은 세상이라도 눈물겹게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외수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중에서
4) 대화적 묘사문단 쓰기를 통한 시 쓰기
o 질문 : 여러분들이 가장 아끼는 물건 하나씩 있지요? 골동품 가운데, 혹은 주방 용품, 혹은 누구로부터 받은 선물, 내가 만든 것 , 오랫동안 보관해 오던 장신구, 혹은 가구 등 하나만 적어 봅시다.
답 : “오지항아리요!”
답-------------------------------
o 질문 : 그 오지 항아리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입니까? 받은 인상대로펼쳐보이세요. 앙증맞고 똑똑해 보이나요? 바보스럽게 보이나요?아니면 슬프게 보이나요? 고독해보이나요? ---------- 형용적 표현
답 : “바보스럽게 보이는데요”
답--------------------------------
o 질문 : 바보스럽게 보인다구요? 바보스럽게 보이는 부분은 무엇을떠올리게 하나요? 비유로 표현한다면, 무엇처럼 보이는 가요?---------------------> 시각적 비유 표현, 혹은
답 : 어깨로부터 둥글 넙적한 몸통은 마치 풋고추 된장에 보리밥을
답--------------------------------실컷 먹고 낮잠을 자는 머슴의 배같이 튀어나와 있네요.아니에요, 마치 만삭이 된 시골 누님의 배와 같으네요.
o 질문 : 왜, 그런 표현을 하고 싶은 데요? ----------------------> 상상적 진술
답 : 항아리의 생리가 아무 것이나 주는 대로 먹을 수 있기
답-------------------------------때문이지요.
o 질문 : 주는 대로 다 받아먹고 만 마는가요? 그 가치를 인생의의미에 두고 한번 간파(看破)해 볼까요?-------------------------> 간파, 통찰, 의미부여하기
답: 아니지요. 다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간수할 뿐이지요.
배고픈 자의
답-------------------------------굶주림을 구원하기 위해 고이 간직하는 것이지요.우리를 위해 희생하는 항아리지요.
o 질문 : :오지항아리를 보면 자꾸 누가 떠오르나요?
답 : 어머님이요 답 ------------------------------
● 대화에서 얻은 내용을 묘사문장(문단)으로 나타내기
오지 항아리
20여년 이사 갈 때마다 갖고 다니는 오지항아리는 못난 듯 바보스럽다. 그 어깨로부터 흘러내린 둥글넙적한 몸통은 마치 풋고추 된장에 보리를 실컷 먹고 낮잠을 자는 머슴의 배 같이 튀어나왔다. 아니 만삭이 된 시골 누님의 배 같다. 그런 뱃속에다 아무 것이나 주는 대로 먹는 항아리, 그런 항아리의 생리가 바보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 바보스러움은 어리석고 못난 바보스러움이 아니다. 오히려 바보의 멋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것이 깃들어 있다. 주는 대로 먹는 바보스러움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지 항아리는 그것을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다. 오직 간수할 뿐이다. 배고픈 자의 굶주림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하는 항아리, 그것이 곧 항아리의 사상이요. 돌아가신 어머님의 철학이다
● 묘사문단 내용을 바탕으로 시로 써보기
오지 항아리
20여년 이사 갈 때마다 따라다니는
못난 듯 바보스러운 오지항아리
어깨로부터 흘러내린
둥글 넙적한 몸통, 마치
풋고추 된장에 보리를 실컷 먹고
낮잠을 자는 머슴의 배 같은
만삭이 된 시골 누님의 배 같은
아무 것이나 주는 대로 먹는
어리석은 항아리의 생리
바보스러운 멋, 오직 간수만 할 뿐
그러나, 배고픈 자의 굶주림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하는 항아리의 사상
돌아가신 어머님의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