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 공양주와 이진사
대종사님께서 내소사 공양주와 이 진사를 여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여래란 내이불래(來而不來)하고 거이불거(去而不去)하여 오고 감에 걸림이 없고 이 일 저 일에 얽매이고 걸림이 없어서 일체상이 공(空)하신 분을 여래라고 하셨습니다. 연못 속에 피어 있는 연꽃도 진흙 속에 뿌리 하였으므로 아름다운 꽃이 피게 되었고 넓고 깊은 바닷물도 산골에서 굽이 굽이 흘러내리는 적은 물이 근원이 되어 큰 바다를 이루었듯이 대종사님께서 물려주신 일원 회상도 동지들의 정성이 밑거름이 되어 일원회상은 발전이 되고 일원대도는 세계만방에 전하여 지는 것입니다. 일생을 서원 일념으로 봉공 일념으로 불공 일념으로 정진하고 오는 생애는 더욱 물듦이 없는 금강 자성에 안주하셨다가 다시 나툴 때에는 더 큰 서원으로 대종사님 회상에서 대불과를 증득하시어 여래위 자재하는 성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염원 합니다.
<대산종사 법문집 4집>
※ 내소사 공양주
대종사께서 “내소사 공양주는 여래다”하셨다. 내소사 공양주는 어렸을 때 내소사에 들어와 공양주 노릇을 했다. 10년이 지나서 총각이 되자 스님들이 말하기를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을 하든지 아니면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든지 할게 아닌가?”하고 묻자, 공양주는 “저는 그냥 공양주가 좋습니다. 그 대신 누구든지 법문을 할 때에는 제가 그 법문을 꼭 듣기를 원합니다.”하였다. 스님들이 말하기를 “자네가 스님도 아니고 결혼을 아니하여 처자식도 없다면 자네가 죽으면 누가 자네를 위하여 장사를 치러 줄 것인가?” 하고 묻자, 공양주는 “저는 그러한 걱정 안합니다. 길에서 죽으면 길 가던 사람이 치워 줄 것이요, 논이나 밭에서 죽으면 논이나 밭 임자가 제 송장을 치워줄 것입니다.”하였다. 내소사 공양주는 오직 공양주로 더벅머리 모습으로 평생을 살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해가 기울어 땅거미가 질 때 스님들이 앞산을 바라보니 방광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님들이 무슨 이적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고 찾아가 보니 자기 절에 공양주 노릇하던 남자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영(靈)을 날렸는데 생전에 수행을 잘한 까닭에 주위가 서기방광을 하여 훤하게 밝았다고 한다. 그제서야 스님들은 훌륭한 대선각자를 몰라 뵈었다 하고 경배하며 후하게 장례를 잘 치러 줬다.
※ 이 진사
부안 내소사 근방에 이 진사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이 진사가 내소사 근처로 소풍을 갔다가 소낙비를 만나 비를 피해야 하는데 피할 도리가 없었다. 할 수없이 절 처마 밑으로 피신을 했다. 그런데 마침, 절에서는 스님이 반야심경을 외우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 듣는 경이지만 마음에 끌렸다고 한다. 비를 피해 일상으로 돌아와 살다가 하루는 죽게 되었다고 한다.
이 진사가 죽어서 내소사 산골짜기를 헤매고 있는데 어느 곳을 가니까, 신선 다섯 명이 바둑을 두고 지켜보며 한가롭게 노는 모습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네명의 신선은 하얀 도포자락의 옷을 입고 한명은 검은 도포자락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이 진사가 바둑을 두는 신선들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가 좋아 가까이 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검은 도포자락을 입은 신선이 "나는 이제 그만 둘라네. 자네가 지켜보지만 말고 와서 바둑을 좀 두게" 하더란다. 그래서 얼른 옳다 됐다싶어 그 자리로 앉으려고 하는 찰라에 허공으로부터 호통치는 소리가 들리더라는 것이다. "반야심경을 들었던 사람이 어찌 축생보를 받으려고 하느냐. 정신을 바짝 차려라." 이 소리를 듣고 그만 깜짝놀라 깼는데 주위에서는 죽었다 살아났다고 초상집에서 바로 경사가 난 집이 되어버렸다.
초상치려고 준비했던 음식을 경사가 난 바람에 다들 흥겹게 놀면서 맛있게 먹고 잔치를 벌인 것이다. 이 진사는 자신이 살아났다고 주위에서 경사를 벌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공에서 외친 호통이 너무나도 역력하여 바로 자신이 죽어서 헤매다가 신선을 만난 장소를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아니 이게 왠 일인가? 그곳에는 개가 새끼를 다섯 마리를 막 낳아놓고 있질 않은가? 그것도 새끼 다섯 마리 가운데 네 마리는 털이 흰색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검정색이었다. 그런데 다른 흰 강아지들은 모두 살아 어미젖을 빨고 있는데 검정색 강아지 새끼 한 마리는 기척이 없는 것이다. 다가가서 봤더니 이미 죽어있던 것이다.
여기서 이 진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허공에서 외친 말이 실감이 났기 때문이다. 축생보를 하마터면 받을 뻔한 것이었다. 이 진사는 여기서 반야심경 한번 들은 공덕으로 축생보를 면함에 크게 감사하고는 그날로 바로 절로 들어가서 부처님께 참회기도를 올린 뒤 부처님 제자가 되어 그 뒤로는 많은 불사를 하고 수행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얘기를 대산상사님께서 독경의 공덕이 그렇게 큼을 강조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자주 말씀하셨다고 한다.
有碍中無碍하고 거리낌이 있는 가운데 거리낌이 없어야 하고
無碍中有碍하니 거리낌이 없는 가운데 거리낌이 있어야 하나니
無碍無不碍라야 거리낌이 없으나 거리낌 아님이 없음이라야
是卽眞無碍니라. 이것이 곧 참으로 무애라고 하나니라
이 법문으로 큰 서원 세우시고 대불과를 이루시기 바랍니다. <대산종사>
근래에 자칭 도인의 무리가 왕왕이 출현하여 계율과 인과를 중히 알지 아니하고 날로 자행 자지를 행하면서 스스로 이르기를 무애행(無碍行)이라 하여 불문(佛門)을 더럽히는 일이 없지 아니하나니, 이것은 자성의 분별 없는 줄만 알고 분별 있는 줄은 모르는 연고라, 어찌 유무 초월의 참 도를 알았다 하리요. <참회문>
心悟轉十二因緣
心迷十二因緣轉
마음을 깨치면 십이인연을 굴리고
마음이 어두우면 십이인연에 끌려 다니느니라 <대산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