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눈앞에 둔 한 젊은이가 자기의 생명을 쓸모 있게 바치는 길을 찾았으니…….
원칙과 신념과 이상을 고집한다는 일이 우리에게 있어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만사는 우리가 우리의 원칙과 신념을 지키도록 곱게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 그래서 흔히 우리는 좌절해 버리곤 한다.
그러나 비극과 불행 가운데서 우리가 우리의 원칙과 신념에 충실하게 될 경우, 우리 스스로 새로운 힘을 얻게 되며, 다른 사람에게도 큰 축복이 될 수가 있다.
다음의 후랭크란 소년의 이야기가 이런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후랭크가 13살 될 때까지, 그는 아주 다루기 힘든 개구쟁이였다. 마음씨는 아주 착하였으나, 좀 난폭한 편이었다. 그는 많은 장난과 실수를 통해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들곤 했다. 그런데 심리학자였던 리곤 박사가 후랭크를 바로잡아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하는데 큰 공을 세우게 되었다.
리곤 박사는 후랭크에게 인생을 좀더 진지하게 대하라고 가르쳤고, 청소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기가 보람 되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라고 인식시켰다. 그리고 그 일은 자기의 적성에 맞아야 하지만 세상에 도움을 주는, 그래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일이어야 한다고 설득시키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은 그냥 단순한 생활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후랭크는 나이가 들면서 무엇인가 보람된 일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에게 어려움이 들이닥쳤다.
그는 오른편 옆구리에 계속적인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가족들은 처음에 맹장염, 혹은 충수염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었다. 그런데 의사들이 그를 종합 진단해 본 결과, 후랭크는 암에 걸려 있었다. 기껏해야 앞으로 두 달밖에 살 수 없다는 의사의 통고가 전해졌다.
리곤 박사가 병원으로 후랭크를 방문했을 때, 후랭크는 리곤 박사를 보고 물었다.
“박사님께선 우리가 쓸모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지요? 그런데 저는 앞으로 두 달밖에는 더 살 수가 없어요. 이 두 달 동안에 어떻게 쓸모 있는 삶을 살 수가 있지요?”
심리학자는 머리를 가로 흔들면서 “후랭크야, 나도 모르겠구나”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후랭크가 다시 말했다.
“박사님, 언젠가 도박이 나쁜 짓이라고 말씀하셨죠? 그러나 한 번만 눈감아 주세요. 나는 내가 죽기 전에 쓸모 있는 삶을 잘 수 있는지 도박을 해보고 싶어요.”
리곤 박사는 웃으면서 돈을 걸자고 말하며, 돈을 책상 위에 놓았다. 다음 날, 그가 병원에 다시 왔을 때, 후랭크는 웃고 있었다.
“박사님, 제가 이겼어요. 제가 오늘 아침에 의사하고 상의했고, 또 부모님과도 이야기했어요. 무엇일 것 같아요? 저는 장례식을 안 해도 돼요!”
리곤 박사는 가슴이 설렜다. 의사들의 진단이 잘못으로 판명된 것일까? 후랭크가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박사님, 제가 죽는 건 틀림없어요. 그러나 부모님의 허락으로 내 신체를 연구용으로 병원에 바치기로 했어요. 아마도 의사들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저는 쓸모 있는 삶을 살 것이 아니겠어요?”
후랭크의 죽음은 정말로 쓸모 있는 죽음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미국이 수년 동안 월남전에 말려들게 되었고, 징병국(徵兵局)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을 군대로 소집하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젊은이들은 비겁하게도 이런 저런 꾀를 부려가며 징병을 회피하고 있었다. 이때 징병국에서는 후랭크의 이야기를 이용하기로 작정했다.
어린 나이에, 그것도 죽음의 순간에 자기 생명을 유용하게 바쳤던 후랭크의 이야기는 많은 비겁한 젊은이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후랭크는 자기가 믿었던 가장 훌륭한 최선의 일에 충실함으로써, 그가 그의 몸을 바쳤던 그때 이후에도 계속 그의 삶은 많은 사람에게 쓸모 있는 산 교훈이 되었다.
무엇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
김득중
삼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