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과 성욕 그리고 사랑 .......................... 마광수
식욕과 성욕은 인생의 2대(二大) 본능이자 원동력이다. 아니,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식물과 동물들이 식욕과 성욕의 충족을 위해서 살아간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느니, 인간은 동물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느니 하고 아무리 외쳐 보았댔자 별 수 없다. 우리는 먹지 않으면 살 수 없고, 섹스 없이 행복해질 수 없다. 명예, 도덕, 종교 등 각종 이데올로기 같은 것들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식욕과 성욕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것들이 식욕이나 성욕보다 중요하다고 보는 헛된 미망(迷妄)들이 여태껏 우리 인류의 역사를 불행으로 몰고갔다.
중세기 천년간의 암흑시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끊임없는 종교(또는 이데올로기) 전쟁들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갖고 있는 ‘정신적 가치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 추악한 부산물들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우리 인류가 식욕과 성욕의 충족을 위해서만 온힘을 경주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보다 밝아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식욕과 성욕이 인간에게 너무나 중요한 것이라고 역설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여러 명 있었다. 경제가 인류문명의 기초라고 주장한 칼 마르크스는 말하자면 식욕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셈이고, 프로이트는 범성욕설(凡性慾說)을 주장하여 성(性) 중요성에 대해 지극히 무지했던 유럽의 정신주의자들을 깨우쳐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식욕과 성욕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식욕의 중요성에 비하여 성욕의 중요성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종교적 광신(狂信), 테러리즘, 사디즘적 배타주의 같은 것들이 아직도 판을 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인간이 성욕을 더러운 것으로 간주하여 거부한 결과, 비정상적인 성욕의 배출구를 찾아내어 대리적 보상을 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또한 지금 많은 현대인들을 괴롭히고 있는 각종 노이로제와 우울증, 신경성 질환들은 모두 다 성욕의 충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심리적 도피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성욕이 식욕보다 더 중요하고, 우리의 인생 전부를 지배하는 근원적 생명력이라고 생각한다. 식욕은 성욕에 부수되어지는 것으로서 우리는 ‘오직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먹는다’고 할 수 있다. 성욕이 식욕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식욕조차 성욕 없이는 충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각종 음식물들은 육식이건 채식이건 모두 성욕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오직 사랑만이 우주만물을 낳고 그것을 지탱시켜준다. 우리는 한평생 사랑을 먹고 살아간다. 사랑에의 욕구는 성욕 충족에의 욕구이고 성욕의 충족만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준다. 아가페적 사랑이니, 플라토닉 러브니 하는 변태적 사랑에서 사랑의 본질을 찾으려는 헛된 집착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진정 행복해질 수 있고 삶의 보람을 만끽할 수 있다.